새벽 두 시, 친구 아내가 제 집 앞에 서 있었습니다

새벽 두 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습니다. 휴대전화 화면에 지연 씨 이름이 떴습니다. 태석이와 결혼한 뒤에는 명절이나 모임에서 인사만 나누던 사이였기에 그 시간의 전화가 이상했습니다.

“지금 집 앞이에요.”

문을 열자 지연 씨는 비에 젖은 트렌치코트 차림으로 서 있었습니다. 손에는 젖은 우산과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습니다. 그녀는 한참 망설이다가 오늘 밤만 여기 있어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순간 당황했지만 표정이 너무 굳어 있어 농담으로 넘길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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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앉은 지연 씨는 태석이가 오래전에 버렸다고 말했던 두 번째 번호를 보여줬습니다. 그 번호는 대학 시절부터 태석이가 업무용으로 쓰던 것이어서 저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주일 동안 그 번호로 매일 새벽 같은 사람에게 전화한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 사람, 계속 거짓말했어요.”

마지막 통화 상대의 번호를 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했습니다. 제 여자친구 소라의 번호였습니다. 처음에는 우연히 저장된 번호라고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지연 씨가 화면을 옆으로 넘겼습니다.

사진은 시내 호텔 복도에서 찍힌 것이었습니다. 태석이가 객실 문 앞에 서 있었고, 그 옆에는 와인색 코트를 입은 소라가 있었습니다. 소라는 제가 생일에 선물한 목걸이를 그대로 하고 있었습니다. 얼굴이 선명하지 않아도 모를 수가 없었습니다.

지연 씨는 며칠 전부터 태석이의 행동이 이상해 직접 뒤를 밟았다고 했습니다. 태석이는 출장을 간다고 말했지만 호텔에 들어갔고, 잠시 뒤 소라가 같은 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지연 씨가 제 집을 찾아온 이유는 저와 무슨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사진을 혼자 들고 있다가 감정적으로 일을 벌일까 두려웠고, 사진 속 여자가 정말 소라인지 제 확인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날 지연 씨는 제 방에서 잤고 저는 거실 소파에서 밤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위로도 핑계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통화 기록과 사진의 촬영 날짜를 정리하고, 다음 날 각자 태석이와 소라에게 같은 시간에 사실을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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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석이는 처음에는 거래처 사람을 만났다고 했습니다. 제가 사진을 보내자 한동안 답이 없었습니다. 소라도 우연히 호텔 카페에서 만났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지연 씨가 확보한 주차 영수증과 통화 기록을 보여주자 두 사람은 넉 달 동안 관계를 숨겨왔다고 인정했습니다.

저는 그날로 소라와의 관계를 끝냈습니다. 지연 씨 역시 태석이와 떨어져 지내며 자신의 생활을 정리했습니다.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처럼 그날 밤 저와 지연 씨 사이에 어떤 일이 생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가장 믿었던 두 사람 사이에서 이미 모든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새벽에 모르는 전화가 오면 그날 문 앞에 서 있던 지연 씨의 표정이 떠오릅니다. 사랑보다 더 늦게 도착한 것은 진실이었고, 그 진실을 확인한 순간 두 사람의 관계는 동시에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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