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 공항 픽업하러 갔는데 주차장에서 처제가 형부 손잡고..

나는 서른넷이야. 평일 저녁이었어. 처제가 일본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인데 와이프가 야근이라 공항 픽업을 내가 가기로 했어. 내 저녁 일정으로 잡았어. 따라간 자리 아니야. 와이프가 부탁했고, 내가 가겠다고 한 동선이야. 주차권을 뽑고 입국장까지 걸어가는 동안에도 별생각 없었어. 도착 알림만 한 번 확인하고 대기열에 섰어.

처제는 와이프 여동생이야. 명절 때 밥 먹던 사이야. 입국장에서 만나 짧게 인사하고 주차장까지 걸어갔어. 아는 척할 것도 없었어. 불러서 온 픽업이니까. 처제가 캐리어를 끌며 비행기 안 에어컨 때문에 춥다고만 했어. 와이프한테는 랜딩했다고 문자를 보냈다고 했어.

내 차 트렁크를 열고 캐리어를 넣는데 처제가 내 손을 잡더니 낮게 말했어. 형부, 언니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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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거기까지야. 옆 칸 차가 출차하며 헤드라이트가 스치고 지나갔어. 손이 잠깐 느슨해졌어. 처제가 태연히 조수석 안전벨트를 챙겼어. 나는 처제 폰 화면이 한 번 켜진 걸 봤어. 와이프 문자야. 형부 손잡고 그 말 해. 내가 일부러 야근할게. 보낸 시간은 내가 공항에 도착하기 직전이야. 읽음은 떠 있는데 답장은 없었어.

나는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어. 시동을 걸지도 않았어. 처제가 다시 내 손을 잡으며 말했어. 형부, 언니는 오늘 야근이 아니야. 일부러 자리를 비운 거야. 나한테 시키면서. 픽업을 너한테 넘긴 것도 그 계획의 일부래.

처제가 캐리어 손잡이를 놓지 않은 채 말을 이었어. 형부, 오늘만 주차장에서 내가 끝까지 말할게. 언니가 왜 픽업을 너한테 넘겼는지. 내가 왜 이 시간에 들어와야 했는지. 네가 왜 차 문을 지금 열면 안 되는지도.

나는 운전석 문을 열지 않았어. 트렁크 앞에 남아 있었어. 주차장이 울리도록 어디선가 경적 소리가 났지만 나는 안 움직였어. 처제가 입을 열어 덧붙였어. 형부, 오늘만은 언니 말고 내가 먼저 말할게. 사실 언니가 나한테 형부 오늘 공항 가게 하라고 한 다음이…

나는 그 다음 말을 들으려고 한 발도 안 움직였어. 처제가 내 손을 한 번 더 잡으며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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