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른둘이야. 평일 퇴근 후였어. 새로 등록한 헬스장에 혼자 갔어. 내 루틴이야. 따라온 자리 아니야. 와이프는 오늘 야근이라고 했어. 나는 운동가방만 챙기고 회사 근처 지점으로 나왔어. 등록한 지 이틀째라 락커 번호도 아직 어색했어. 프론트에서 출석 체크하고 안으로 들어갔어.
락커 앞에서 신발을 바꾸는데 와이프 대학 친구랑 눈이 마주쳤어. 결혼식 하객으로 한 번 본 사람이야. 아는 척할 것도 없었는데 그 친구가 먼저 짧게 웃었어. 여기 등록했어? 나도 이번 주부터. 수건을 어깨에 걸친 채 내 쪽으로 한 걸음 다가왔어. 같은 시간대에 올 줄은 몰랐다고 했어.
친구가 수건을 건네더니 내 팔꿈치를 잡으며 낮게 말했어. 네 와이프가 오늘.
말이 거기까지야. 트레이너가 회원 이름을 부르며 복도를 지나가서 손이 떨어졌어. 친구가 태연히 물을 마셨어. 나는 벤치 위 친구 폰이 한 번 켜진 걸 봤어. 와이프 문자야. 헬스장에서 만나면 그 말 해. 내가 일부러 야근할게. 보낸 시간은 내가 락커를 열기 직전이야. 읽음 표시까지 떠 있었어.
나는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어. 락커를 닫고 나가지도 않았어. 친구가 다시 내 팔꿈치를 잡으며 말했어. 네 와이프가 오늘 너 헬스 가는 날이라고 나한테 말했어. 야근이 가짜야. 나한테 시키면서. 네가 등록한 지점 이름까지 알려줬대.
친구가 수건을 내 쪽으로 밀며 말을 이었어. 오늘만 락커 앞에서 내가 끝까지 말할게. 네 와이프가 왜 나를 이 시간에 보냈는지. 네가 왜 이 지점을 골랐는지도 이미 알고 있었대. 나는 그냥 회사 앞이라서 온 건데. 그게 함정이었던 거야.
나는 이어폰을 꽂지 않았어. 그 자리에 남아 있었어. 락커 문이 열린 채로 있었다. 거울에 우리 둘 모습이 비쳤지만 나는 눈을 피하지 않았어. 친구가 입을 열어 덧붙였어. 오늘만은 네 와이프 말고 내가 먼저 말할게. 사실 야근한다고 한 다음에 와이프가 나한테…
나는 그 다음 말을 들으려고 한 발도 안 움직였어. 친구가 내 팔꿈치를 한 번 더 잡으며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