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른다섯이야. 토요일이었어. 처남이 해외출장 중인데 처남댁 차 엔진오일을 갈 때가 됐대. 처남이 나한테 새벽에 문자를 보냈어. 네가 정비소까지 데려다주면 처남댁이 대기만 하면 된대. 나는 토요 일정을 비우고 가겠다고 했어. 따라간 자리 아니야. 내 차로 처남댁을 픽업한 것도 내가 제안한 동선이야.
처남댁은 처남의 아내야. 명절 때 밥 먹던 사이야. 정비소 앞에서 만났어. 처남댁이 차키를 건네며 짧게 웃었어. 아는 척할 것도 없었어. 불러서 온 부탁이니까. 접수 창구에서 번호를 받고 대기실에 앉았어. 벽에 붙은 오일 교환 안내문만 눈에 들어왔어.
TV만 켜져 있었고, 다른 손님들은 하나씩 나갔어. 나와 처남댁만 남았어. 처남댁이 잠깐 창밖 리프트를 보다가 내 옆으로 옮겨 앉더니 내 무릎 위에 손을 올리며 낮게 말했어. 처남한테는 절대.
말이 거기까지야. 정비사가 대기실 문을 살짝 열었다가 “오일 확인 중입니다” 하고 다시 닫았어. 손이 잠깐 느슨해졌어. 처남댁이 태연히 정수기 물을 떴어. 컵을 내려놓는 손끝이 떨리는 것 같기도 했어. 나는 탁자 위 처남댁 폰이 한 번 켜진 걸 봤어. 처남 문자야. 대기실에 단둘이면 그 말 해. 보내지 마. 보낸 시간은 접수하기 직전이야.
나는 처남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어. 정비소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어. 처남댁이 다시 내 무릎에 손을 올리며 말했어. 처남한테는 절대 이 말 하지 마. 출장이 일이 아니야. 일부러 자리를 비운 거야. 나한테 시키면서.
처남댁이 목소리를 더 낮추며 말을 이었어. 오늘만 여기서 내가 끝까지 말할게. 처남이 왜 해외를 비웠는지. 내가 왜 정비소에 왔는지. 네가 픽업하러 온 이유가 오일만이 아니라고.
나는 차키를 도로 달라고 하지 않았어. 대기실 소파에 남아 있었어. 처남댁이 물을 한 모금 더 마시고 입을 열어 덧붙였어. 오늘만은 처남 말고 내가 먼저 말할게. 사실 출장 가기 전에 둘이 나랑 너한테…
나는 그 다음 말을 들으려고 한 발도 안 움직였어. 처남댁이 내 무릎 위 손을 한 번 더 누르며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