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아흔 노부부가 우리 집 문을 두드리더니..

나는 서른둘이야. 오래된 다가구 주택 아래층에 산 지 삼 년째다. 위층에는 거의 아흔에 가까운 노부부가 사셨어. 손님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항상 둘뿐이었다. 가끔 장 본 봉지를 들어드린 적 말고는, 우리는 인사만 나누는 사이였다.

어느 날 저녁,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여니 할아버님이 허리를 살짝 숙이며 말씀하시더라. “우리 집, 사시겠어요?”

육십오 제곱미터쯤 되는 낡은 집. 시세로 치면 팔천칠백만은 족히 넘을 텐데, 삼천삼백만 원에 넘기겠다는 거였다. 손글씨로 쓴 계약서에 조건은 세 가지. 한 번에 삼천삼백만 원. 살아 계시는 동안은 그대로 사시겠다. 돌아가신 뒤에는 집 안의 모든 것을 내게 넘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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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망설이다 들어오시라고 했더니, 할머니가 낡은 철제 상자를 내밀었어. 등기서류, 신분증 사본, 그리고 사망진단서 세 장. 서른둘 아들은 간암. 스물아홉 딸은 교통사고. 마지막 장에는 손자 일곱 살. 날짜를 보니 딸과 같은 날이었다. 같은 사고였다.

할아버님이 천천히 말씀하셨다. “이제 우리 둘뿐이오. 자식도, 손주도 없고… 누가 와도 우릴 내쫓을까 봐 무섭소.” 할머니는 무릎 위에 손을 모아 두고 고개를 숙이셨다. “지난겨울, 눈 치우실 때 우리 문 앞까지 쓸어 주셨잖소. 그때 우리 둘이 ‘저 사람은 다르구나’ 했지.”

나는 그 말을 듣고야 계약서에 이름을 썼다. 통장에서 삼천삼백만이 빠져나가는 날, 두 분이 국수를 삶아 내려보내셨다. 그 뒤로 삼 년. 위층에서는 라디오와 발소리가 규칙적으로 이어졌고, 나는 가끔 장을 봐 올렸다.

어느 가을, 할아버님이 먼저 가셨다. 할머니는 빈소에서 내 손을 잡으시며 “계약대로만 해 주시오”라고만 반복하셨다. 반년 뒤, 할머니도 잠자듯 떠나셨다. 열쇠를 받아 위층 문을 열었을 때, 집은 깨끗했다. 먼지만 살짝 쌓여 있을 뿐.

화장대 서랍에서 사진첩이 나왔다. 젊은 두 분, 아들, 딸, 그리고 짧은 생의 손자. 맨 뒷장에는 나와 두 분이 현관에서 찍힌 사진이 한 장 끼워져 있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었다. 옆에는 짧은 편지.

“세 번째 조건에는, 우리가 남긴 적금도 포함이오. 집을 팔지 말라는 뜻이 아니오. 다만 둘 다 떠나기 전에는 팔지 말아 주시오. 그리고… 가끔 우리 사진을 봐 주시오. 당신처럼 조용히 곁에 있어 준 사람이, 우리에겐 마지막 가족이 되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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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사본이 편지 뒤에 붙어 있었다. 금액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한참을 앉아 그 사진을 바라봤다. 삼천삼백만에 산 집은, 사실은 두 분의 남은 시간을 맡긴 자리였던 거다. 나는 그해 겨울에도 위층 문 앞 눈을 쓸었다. 이제 아무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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