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른여섯이야. 일요일 오후였어. 돌싱 친구 소개로 밥 먹자길래 카페에 갔어. 내 일정이야. 와이프는 친정에 간 날이야. 마주 앉은 사람은 처제였어. 와이프의 여동생이야. 형부라고 부르는 사이야.
문을 열고 보니 처제가 먼저 앉아 있었어. 아는 척할 것도 없었어. 내 처제이니까. 처제가 낮게 말했어. 형부, 오늘 소개팅 아닌 거 알죠. 오늘만.
말이 거기까지야. 종업원이 물을 놓으러 와서 말이 끊겼어. 처제가 태연히 메뉴를 집었어. 나는 처제 폰이 한 번 켜진 걸 봤어. 와이프 문자야. 나 친정 맞아. 너는 형부한테 그 말 해. 보낸 시간은 내가 지하철에서 내린 직후야.
나는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어. 자리를 뜨지도 않았어. 처제가 다시 탁자 밑에서 손목을 잡으며 낮게 말했어. 형부, 오늘만 이 말 들어. 언니가 친정 간 게 아니야. 일부러 비운 거야. 나한테 시키면서.
처제가 몸을 앞으로 붙이며 말을 이었어. 형부, 오늘만 여기서 내가 끝까지 말할게. 언니가 왜 소개팅처럼 이 자리를 만들었는지.
나는 컵을 내려놓지 않은 채 앉아 있었어. 처제가 입을 열어 덧붙였어. 형부, 오늘만은 언니 말고 내가 먼저 말할게. 사실 이 소개팅을 만든 다음 사람이…
나는 그 다음 말을 들으려고 한 발도 안 움직였어. 처제가 내 손목을 한 번 더 조이며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