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른넷이야. 토요일 새벽이었어. 친구 부부랑 펜션을 잡아서 갔어. 내 일정이야. 단서를 보고 잠복한 거 아니야. 친구 와이프는 결혼식 때 본 사람이야.
거실에서 셋이 술을 마셨어. 친구가 먼저 뻗었어. 나는 방에 들어가 눕다가 화장실이 급해서 나왔어. 복도는 내 동선이야. 아는 척할 것도 없었어.
친구 와이프가 복도에서 내 손목을 잡더라. 오늘만, 이 사람 앞에서 말하지 마.
말이 거기까지야. 거실에서 친구가 헛기침을 해서 손이 느슨해졌어. 친구 와이프가 태연히 컵을 들었어. 나는 친구 와이프 폰이 한 번 켜진 걸 봤어. 친구 문자야. 나 거실에서 잘게. 너는 복도에서 말해. 보낸 시간은 내가 방문을 열기 직전이야.
나는 친구를 깨우지 않았어. 방으로 돌아가지도 않았어. 친구 와이프가 다시 손목을 잡으며 낮게 말했어. 오늘만 이 말 들어. 이 사람이 잠든 게 아니야. 일부러 거실에 남은 거야. 나한테 시키면서.
친구 와이프가 내 귀에 붙여 말했어. 오늘만, 이 복도에서 내가 보여줄게. 이 사람이 왜 널 이 펜션에 부르게 했는지.
나는 화장실 문을 열지 않은 채 서 있었어. 친구 와이프가 입을 열어 덧붙였어. 오늘만은 이 사람 말고 내가 먼저 말할게. 사실 방 배정할 때 둘이 먼저 정한 게…
나는 그 다음 말을 들으려고 한 발도 안 움직였어. 친구 와이프가 내 손목을 한 번 더 조이며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