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물여덟이야. 금요일 밤이었어. 친구들이 호프 가자길래 갔는데 남친이 거기서 알바하는 곳이더라. 내 일정이야. 잠복하러 간 거 아니야. 남친은 사귄 지 팔 개월이야.
자리에 앉으니 남친이 카운터에서 눈짓을 하더니 다가왔어. 아는 척할 것도 없었어. 내 남친이니까. 남친이 낮게 말했어. 여동생인 척해 줘. 사장님이 여친 오면 싫어해.
나는 웃고 넘어가려 했어. 옆 테이블 여자가 내 손을 탁자 밑에서 잡더라. 오늘만, 여동생 말고.
말이 거기까지야. 남친이 맥주 주전자를 들고 와서 손이 떨어졌어. 그 여자는 태연히 메뉴판을 들었어. 나는 그 여자 명찰을 봤어. 이 호프 직원이야. 폰이 한 번 켜졌어. 남친 문자. 여동생인 척만 해. 옆자리는 신경 쓰지 마. 보낸 시간은 내가 가게 문 열기 직전이야.
나는 남친에게 따지지 않았어. 자리를 뜨지도 않았어. 그 여자가 다시 손을 잡으며 낮게 말했어. 오늘만 이 말 들어. 여동생인 척하라는 말은 사장님 때문이 아니야. 내가 시키면서.
그 여자가 내 귀에 붙여 말했어. 오늘만, 마감 후에 내가 보여줄게. 네 남친이 왜 여동생 코스를 쓰는지.
나는 맥주잔을 내려놓지 않은 채 앉아 있었어. 그 여자가 입을 열어 덧붙였어. 오늘만은 남친 말고 내가 먼저 말할게. 사실 여동생인 척 리스트에 적힌 다음 이름이…
나는 그 다음 말을 들으려고 자리에서 안 일어났어. 그 여자가 내 손목을 한 번 더 조이며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