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른넷이야. 금요일 밤이었어. 와이프 회사 회식이라 나는 먼저 집에 들어와 있었어. 내 집이야. 따라간 자리 아니야. 그 동료는 작년 송년회 때 한 번 본 유부녀야.
초인종이 울렸어. 열었더니 와이프가 아니라 그 동료였어. 와이프가 충전기 맡겼대. 나는 현관에 서서 충전기만 받으려 했어. 아는 척할 것도 없었어.
동료가 외투를 벗더니 내 손목을 잡더라. 오늘만, 네 와이프가 나한테.
말이 거기까지야. 엘리베이터 소리가 나서 손이 떨어졌어. 내린 사람은 와이프가 아니었어. 위층이었어. 동료가 태연히 충전기를 탁자에 놨어. 나는 외투 안주머니를 봤어. 와이프 사원증이 들어 있었어. 폰이 한 번 켜졌어. 와이프 문자. 나 조금 늦게 들어갈게. 네가 먼저 그 말 해. 보낸 시간은 내가 현관 연 직후야.
나는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어.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어. 동료가 다시 손목을 잡으며 낮게 말했어. 오늘만 이 말 들어. 회식이 길어진 게 아니야. 일부러 집을 비운 거야. 나한테 시키면서.
동료가 현관에서 한 걸음 들어오며 말을 이었어. 오늘만 여기서 내가 끝까지 말할게. 네 와이프가 왜 나를 먼저 보냈는지.
나는 신발을 신지 않은 채 현관에 남아 있었어. 동료가 입을 열어 덧붙였어. 오늘만은 네 와이프 말고 내가 먼저 말할게. 사실 사원증 넣고 간 다음이…
나는 그 다음 말을 들으려고 한 발도 안 움직였어. 동료가 내 손목을 한 번 더 조이며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