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 자취방 짐 옮겨주러 갔는데 여동생이 방에서 나오더니 오빠..

나는 서른셋이야. 토요일 낮이었어. 여동생 자취방 이삿날이라 짐 옮기러 갔어. 내 일정이야. 남친이 온대서 둘이 옮기려다 남친이 늦는다고 해서 내가 먼저 열쇠를 받아 들어갔어. 여동생은 내 여동생이야. 스물일곱이야.

현관에 상자가 쌓여 있었어. 여동생이 방 안에서 나오더니 문고리를 잡은 채 서더라. 아는 척할 것도 없었어. 불러서 온 자리니까.

여동생이 낮게 말했어. 오빠, 오늘만 이 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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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거기까지야. 복도에서 엘리베이터 소리가 나서 손이 문고리에서 떨어졌어. 온 사람은 남친이 아니었어. 택배였어. 여동생이 태연히 상자를 밀었어. 나는 방을 봤어. 침대 위에 남자 시계가 놓여 있었어. 여동생 남친 시계가 아니야. 예전에 형이 쓰던 것과 같은 줄이었어. 폰이 한 번 켜졌어. 남친 문자. 나 일부러 늦게 갈게. 오빠랑 단둘이 있을 때 그 말 해. 보낸 시간은 내가 지하철에서 내린 직후야.

나는 남친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어. 상자를 들지도 않았어. 여동생이 다시 문고리를 잡으며 말했어. 오빠, 오늘만 이 말 들어. 남친이 늦은 게 아니야. 일부러 비운 거야. 나한테 시키면서.

여동생이 방 안으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을 이었어. 오빠, 오늘만 이 방에서 내가 끝까지 말할게. 이 시계 주인이 왜 남친이 아닌지.

나는 신발을 벗은 채 방 앞에 서 있었어. 여동생이 입을 열어 덧붙였어. 오빠, 오늘만은 남친 말고 내가 먼저 말할게. 사실 이 시계 놓고 간 사람이…

나는 그 다음 말을 들으려고 한 발도 안 움직였어. 여동생이 내 손목을 한 번 더 잡으며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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