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른여섯이야. 평일 저녁이었어. 형이 출장 간 날 드릴을 빌리러 형 집에 갔어. 내가 가겠다고 한 자리야. 따라간 거 아니야. 형수는 형의 아내야. 명절 때 밥 먹던 사이야.
초인종을 누르니 형수가 문을 열었어. 형은 출장이라 없고, 공구는 베란다에 있대. 나는 신발을 벗고 거실 소파에 앉았어. 불러서 온 자리니까 아는 척할 것도 없었어.
형수가 내 옆에 앉더니 손목을 잡더라. 오늘만, 이 말 형한테는.
말이 거기까지야. 베란다에서 바람 소리가 나서 손이 느슨해졌어. 형수가 태연히 물을 떴어. 나는 탁자를 봤어. 형수 폰이 한 번 켜졌어. 형 문자야. 동생 오면 십 분만 붙잡아. 내가 일부러 비울게. 보낸 시간은 내가 초인종 누른 직후야. 출장 가방은 현관에 그대로 있었어.
나는 형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어. 공구를 찾으러 일어나지도 않았어. 형수가 다시 손목을 잡으며 낮게 말했어. 오늘만 이 말 들어. 형이 출장 간 게 아니야. 일부러 집을 비운 거야. 나한테 시키면서.
형수가 소파에서 몸을 붙이며 말을 이었어. 오늘만 여기서 내가 끝까지 말할게. 형이 왜 자리를 비우는지.
나는 신발을 신지 않은 채 소파에 남아 있었어. 형수가 입을 열어 덧붙였어. 오늘만은 형 말고 내가 먼저 말할게. 사실 형이 나한테 동생 오늘 오게 하라고 한 다음이…
나는 그 다음 말을 들으려고 한 발도 안 움직였어. 형수가 내 손목을 한 번 더 조이며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