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누나 집에 짐 찾으러 갔는데 이불 개다 남자 시계가 나와서..

나는 스물아홉이야. 사촌누나가 예전에 맡긴 겨울옷 찾으러 오라길래 누나 집에 갔어. 누나가 불러서 간 자리야. 결혼 안 한 누나야. 이삿날도 아니야. 옷만 찾으러 간 거야.

누나가 문을 열었어. 안방 이불을 개고 있었어. 옷장은 열려 있었어. 내가 옷장 쪽을 가려 하니 누나가 이불 먼저 도와 달라 했어. 이불을 반으로 접는데 밑에서 남자 시계가 떨어졌어.

누나가 그걸 집더니 이불을 덮었어. 사실 이 사람이 오늘. 말이 거기까지야. 현관에서 초인종이 울렸어. 누나가 시계를 베개 밑에 넣고 나갔어. 나는 방 안에 남았어. 시계 뒷면 각인이 여친 이름 이니셜이었어. 내 여친.

쿠팡이츠 링크 배너

누나가 문을 닫고 다시 들어왔어. 네 여친 거 맞아. 내가 사귄 사람 시계가 아니야. 여친이 나한테 맡긴 거야. 오늘 네가 옷 찾으러 오기 전에 들렀대. 네가 오기 한 시간 전.

나는 여친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어. 따라가지도 않았어. 누나가 내 이름을 낮게 불렀어. 여친이 나보고 너한테 말하지 말래. 다만 이 시계를 왜 우리 집에 두고 갔는지는, 네가 아직 몰라.

누나가 시계를 내 손에 쥐여 줬어. 줄 안에 쪽지가 있었어. 오늘 오후, 옷 가져가기 전에. 글씨가 여친 거야. 카톡에서 보던 그 동그라미.

누나가 이불을 끝까지 개며 말했어. 사실 이 사람이 오늘 오후에 또 와. 여친. 너 만나러가 아니야. 나 보러. 네가 옷을 들고 나가기 전에 다시 온대. 쪽지 뒷면에 내 이름이 아니라 누나 이름이 적혀 있었어.

나는 쪽지를 접어 시계에 다시 넣었어. 옷장에서 내 겨울옷은 꺼내 두지 않았어. 누나가 문을 열며 마지막으로 덧붙였어. 사실 이 사람이 오늘 오후에 너보다 늦게 여기 온대. 네 여친. 네가 신발을 신기 전에. 현관에서 누나 있냐고…

나는 시계를 주머니에 넣지 않았어. 겨울옷도 안 챙겼어. 누나가 현관 쪽으로 한 걸음 옮기며 숨을 고르고 입을 한 번 더 열었어. 나는 그 자리에서 한 발도 안 움직였어. 나는 그 자리에서 한 발도 안 움직였어. 나는 그 자리에서 한 발도 안 움직였어.

쿠팡이츠 링크 배너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