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새 여친이 내 침대에 앉더니 “언니가 헤어지는 조건으로 이 집 받았다면서요..”

남친이랑 같이 살다가 헤어졌어. 내가 서른셋, 걔가 서른다섯이었고. 집은 만나기 전부터 내가 살던 곳이야. 걔는 살던 집 계약이 끝났다며 잠깐 들어왔는데 일 년 넘게 안 나갔어. 월세 조금 보태고 생활비 반씩 내기로 했지만, 제때 들어온 달보다 내가 먼저 말한 달이 더 많았어.

헤어지자는 건 내가 먼저 말했어. 자꾸 돈 얘기하는 내가 치사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게 싫었거든. 걔는 붙잡지도 않았어. 대신 짐 뺄 때까지 얼굴 붉히지 말자고 하더라. 금요일 오후에 옷이랑 컴퓨터 가져가겠다길래 나도 반차를 냈어. 주말까지 걔 물건을 보고 싶지 않았어.

오후 두 시쯤 왔는데 여자 한 명을 데려왔더라. 걔가 만나던 사람이라는 건 눈치챘어. 헤어지고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생겼냐는 말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어. 나는 봉투에 담은 옷을 가리키면서 빠진 것만 확인하라고 했어. 그런데 남친이 그 여자한테 침대에 앉아 있으라고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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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에 손님 데려온 사람처럼 굴길래 좀 어이가 없었어. 그 여자는 침대 끝에 앉아서 나를 보더니 말했어. “집까지 받으셨으면 이제 따로 연락은 안 하시는 거죠?” 내가 옷 개던 손을 멈췄어. 누구한테 뭘 받았다는 거냐고 하니까 여자도 당황하더라. 헤어지는 조건으로 이 집을 받았다며.

남친이 바로 끼어들었어. 자기가 설명을 잘못한 것 같대. 내가 이 집은 걔 만나기 전부터 살던 집이고, 걔는 자기 짐 가지러 온 거라고 했어. 그러니까 남친이 “내가 월세 보태준 건 맞잖아” 하더라. 내가 돈을 한 푼도 안 받았다고 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그 얘기부터 꺼내는 게 이상했어.

그 여자가 남친을 보면서 물었어. “잠깐, 그럼 나한테 빌려간 보증금 삼천은?” 나는 들고 있던 셔츠를 내려놨어. 남친은 대답 안 하고 옷 봉투 입구만 묶더라. 여자가 다시 물었어. 이 집 보증금에 묶인 자기 돈을 나한테 포기하고 나오는 거라서, 새로 살 집 구할 돈이 없다던 건 뭐냐고.

그제야 왜 나를 데리고도 괜히 여유 있는 척했는지 알겠더라. 걔는 내가 헤어지기 싫다고 버티다가 집을 넘겨받고 보내주는 사람이라고 했대. 새 여자한테는 나를 불쌍해서 못 내치는 사람처럼 얘기한 거야. 여자가 같이 오겠다고 한 것도, 돈까지 줬으니 이제 정말 끝내는지 보고 싶어서였고.

내가 그 여자한테 말했어. 이 집 보증금에 저 사람 돈은 없다고. 내가 빌려준 돈도 아직 못 받았다고. 그러니까 남친이 나를 보면서 “굳이 여기서 다 말해야 돼?” 하더라. 그제야 나도 화가 났어. “너는 내 침대에 다른 여자 앉혀놓고 나를 돈 받고 헤어지는 사람으로 만들었잖아.”

여자가 침대에서 일어났어. 새로 구했다던 집은 어디냐고 묻는데 남친이 일단 나가서 얘기하재. 여자는 안 움직였어. 오늘 짐 빼면 둘이 그 집으로 바로 가기로 했대. 남친이 차에 가서 설명하겠다고 또 말하니까, 그 여자가 자기 차 키를 가방 안에 넣더라. “내 차에 짐부터 싣고 얘기하자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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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현관으로 나가는데 남친이 마지막 봉투를 나한테 들어달라고 했어. 예전 같으면 아무 생각 없이 들어줬을 거야. 나는 문 옆에 내려놓고 네 짐이라고 했어. 그 여자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누구한테 전화를 걸었고, 남친은 봉투를 든 채 그 옆에 붙어 서 있었어. 내가 문 닫기 직전에 들린 말이 그거였어. “삼천을 한 번에 빌려줬어? 아니, 두 번에 나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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