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그 동료 좋아했어. 나는 서른둘이고 그 사람은 나보다 두 살 많았어. 둘이 야근하면 밥 먹으면서 회사 욕도 하고, 주말에 뭐 했는지도 얘기했지. 결혼한 사람이라 선은 지킨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야근한다는 날엔 나도 괜히 늦게까지 남은 적이 있어.
그날도 같이 마지막까지 남았어. 엘리베이터에서 헤어지려는데 그 사람이 오늘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하더라. 남편이 어제 여자 동료 집에서 자고 왔대. 술 취해서 소파에서 잔 것뿐인데 뭘 그렇게 난리냐고 했다는 거야. 얘기하다가 울길래 나는 한동안 주차장 앞에 같이 서 있었어.
그러다 그 사람이 물었어. “집 여기서 가깝죠? 오늘만 소파 좀 빌려줘요.” 나도 그게 가볍게 받아줄 부탁은 아니라는 걸 알았어. 그런데 안 된다는 말보다 괜찮다는 말이 먼저 나왔어. 택시를 잡아줄 수도 있었고, 근처에서 조금 더 얘기만 들어줄 수도 있었는데.
집에 들어오자마자 새 수건을 꺼냈어. 편하게 입으라고 큰 티셔츠도 주고. 그 사람이 씻는 동안 소파에 이불을 펴다가 냉장고에서 맥주 두 캔을 꺼냈어. 속상한 얘기 더 들어주려는 거라고 생각했지. 근데 지금 생각하면, 내가 먼저 마시지도 않는 맥주를 왜 굳이 두 캔 꺼냈겠어.
그 사람은 씻고 나와서 맥주 대신 폰을 들었어. 우리 집 동호수를 묻더니 남편한테 보냈대. 내가 놀라서 쳐다보니까 “나도 남자 동료 집 소파에서 자보려고요” 하더라. 자기가 어제 어떤 기분이었는지 남편도 알아야 한다고. 그제야 내 집이 잠잘 곳으로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
내가 좀 곤란한 거 아니냐고 했어. 그러니까 아무 일 없으면 떳떳한 거 아니냐며 웃더라. 남편이 자기한테 했다는 말 그대로였어. 거기서 더 따지면 내가 다른 일을 기대하고 들인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았어. 나는 맥주를 식탁에 두고 침실로 들어갔어.
다음 날 아침 초인종이 울렸어. 남편이었어. 나는 현관에 서서 동료분은 소파에서 주무셨고 아무 일도 없었다고 했어. 남편은 방 안쪽을 한번 보더니 웃더라. “그건 알겠는데요. 우리 와이프가 왜 하필 당신 집을 골랐는지는 알아요?”
뒤에서 나온 동료가 내 팔을 잡았어. “여보, 내가 이 사람이 날 좋아한다고 한 건 그냥……” 남편이 바로 말을 받았어. “그냥 한 말인데 여기서 잤어?” 나는 그 사람이 잡은 내 팔을 내려다봤어. 내가 평소 어떻게 굴었는지, 자기 앞에서 얼마나 티를 냈는지 갑자기 하나씩 생각났어.
그 사람은 내 마음을 모르고 부탁한 게 아니었어. 남편도 이름을 알 정도로 얘기해놓고, 가장 신경 쓰일 남자 집으로 온 거였어. 내가 팔을 빼니까 그제야 나를 보더라. 남편한테 설명하던 목소리랑 다르게 작게 미안하다고 했어. 나는 두 분 다 나가서 얘기하시라고 했어.
나가기 전에 동료가 티셔츠를 빨아서 돌려주겠다고 했어. 회사에 가져오면 된다고 하니까, 따로 밥 먹으면서 사과하고 싶대. 나는 현관문을 잡은 채 회사에서 달라고 다시 말했어. 문을 닫고 식탁에 있던 맥주를 집었는데 아직도 두 캔이더라. 하나는 남편 약 올리는 데 쓰였고, 다른 하나는 내가 혼자 기대하느라 꺼낸 거였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