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던 남친 짐 싸주는데 새 여친이 와서 “침대는 두고 가신다면서요..”

남친이랑 일 년 반 같이 살다가 헤어졌어. 처음엔 주말마다 자고 가더니 출퇴근 편하다고 옷을 가져왔고, 어느새 신발장이 반씩 나뉘어 있었어. 집은 내가 원래 혼자 살던 곳이야. 월세도 내가 냈고 남친은 관리비랑 장 본 돈을 주는 식이었어.

헤어지자는 말은 남친이 했어. 같이 있으니까 연애하는 기분이 안 든대. 화도 났지만 붙잡지는 않았어. 다만 짐 빼는 날짜는 정하라고 했지. 걔가 토요일 오전에 오겠다고 해서 나도 약속을 오후로 미뤘어. 옷장에 남은 옷을 꺼내 종류별로 봉투에 담았고.

열한 시쯤 초인종이 울렸는데 남친 뒤에 여자가 서 있었어. 캐리어까지 끌고 왔더라. 남친이 짐 옮기는 거 도와주러 왔다고 했어. 나는 그 여자가 누군지 바로 알겠는데, 굳이 인사하고 싶지는 않았어. 봉투 여기 있으니까 챙기라고 하고 주방으로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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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여자가 집 안을 너무 편하게 돌아다니는 거야. 창문도 열어보고 욕실 문도 열더니 침실에 들어가 침대 끝에 앉았어. 그러고 나한테 묻더라. “침대는 두고 가신다면서요? 매트리스도 같이요?” 나는 들고 있던 물컵을 내려놨어. “제가 어디를 가는데요?”

여자가 남친을 봤어. 남친은 갑자기 베란다에 있는 건조대를 접기 시작하더라. 여자가 다시 물었어. 오늘 이사 나가시는 거 아니냐고. 남친이 여기 혼자 살다가 나랑 잠깐 같이 지냈는데, 헤어져서 내가 나가는 거라고 했대. 가구는 옮기기 힘드니까 대부분 두고 간다고 했고.

내가 이 집은 원래 내가 살던 집이고 오늘 짐 빼는 사람은 저쪽이라고 했어. 여자가 침대에서 바로 일어났어. 나는 남친한테 봉투를 들어 보였지. “그래서 지금 네 옷을 싸고 있잖아.” 걔가 나를 주방 쪽으로 데려가려고 팔꿈치를 잡길래 뿌리쳤어. 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하라고 했어.

그 여자가 캐리어를 열었어. 안에 잠옷이랑 화장품이 들어 있더라. 짐 나르는 걸 도와주러 온 사람이 아니었어. 오늘부터 여기서 살려고 온 거야. 남친이 자기랑 같이 살자고 해서 원래 살던 집도 정리 중이래. 그 말을 하는데 여자가 자꾸 현관 쪽을 봤어. 신발을 다시 신고 싶은 사람처럼.

“그럼 내가 어제 여기로 보낸 이삿짐은 지금 누구 집에 보낸 거야?” 그제야 베란다에 놓인 큰 상자 세 개가 생각났어. 전날 남친한테 택배 왔다고 했더니 자기 물건이니까 토요일에 가져가겠다고 했거든. 나는 걔가 쓰던 운동기구라도 담아둔 줄 알고, 비 안 맞게 안으로 들여놓기까지 했어.

남친이 드디어 말을 했어. 내가 잠깐 본가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해서 그렇게 될 줄 알았대. 헤어지던 날 너무 답답해서 주말에는 부모님 집에나 가 있을까 했던 말을 가져온 거야. 내가 언제 집을 너한테 준다고 했냐니까, 여친 앞에서 그렇게 몰아붙여야겠냐고 하더라. 옆에 있던 여자가 바로 말했어. “지금 나 때문에 말 줄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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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 베란다 상자를 현관으로 옮겼어. 남친은 계속 따로 설명하겠다고 했고, 여자는 대답 없이 자기 상자에 붙은 주소만 뜯었어. 마지막 옷 봉투를 건네는데 남친이 매트리스라도 가져가면 안 되냐고 묻더라. 새로 구할 방에 아무것도 없대. 내가 안 된다고 하니까 그 여자가 캐리어 손잡이를 올리면서 말했어. “방부터 구한 다음에 누구랑 살자고 해.” 둘이 내려간 뒤 침대에 누웠어. 한쪽으로 비켜 눕다가, 그냥 가운데로 옮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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