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데리러 갔는데 옆자리 여자가 내 얼굴 보더니 “언니가 그 전여친..”

금요일 저녁에 혼자 족발 먹으려고 주문까지 해놨어. 남친은 회사 사람들이랑 술 마신다길래 늦게까지 놀라고 했지. 나도 씻고 잠옷 갈아입었는데 남친한테 전화가 왔어. 받으니까 여자 목소리더라. 얘가 너무 취했는데 데려갈 수 있겠냐고, 택시 태우려니까 자꾸 잔다고 했어.

술집이 우리 집에서 걸어서 십 분 거리였어. 내가 가겠다고 하니까 그 여자가 잠깐 망설이더니 정말 괜찮으시겠냐고 묻더라. 그땐 그냥 늦은 시간이라 미안한 줄 알았지. 도착해보니까 남친은 벽에 기대 눈 감고 있고, 옆에 여자 한 명만 앉아 있었어.

내가 남친 어깨를 흔드는데 그 여자가 일어나서 인사를 했어. “전여친한테 이런 부탁 드려서 죄송해요. 다른 사람 번호를 몰라서요.” 처음엔 말을 잘못 들은 줄 알았어. 내가 누구요, 하니까 그 여자도 웃던 표정이 없어지더라. “헤어지셨다고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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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도 만나고 있고 내일도 얘랑 약속 있다고 했어. 여자는 바로 남친을 쳐다봤는데, 아까까지 못 일어난다던 사람이 눈을 뜨더라. 우리가 동시에 자기를 보고 있으니까 물컵부터 집었어. 그러면서 “일단 밖에서 얘기하자”는데, 이상하게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는 안 붙였어.

여자가 먼저 물었어. “그럼 나한테 다시 만나자고 한 건 뭐야?” 둘이 예전에 잠깐 사귀었대. 남친이 지난달부터 연락해서 나랑은 끝났다고, 서로 짐 정리만 남아서 가끔 연락한다고 했다는 거야. 내 번호도 ‘짐 때문에 연락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고.

거기까지 듣고 있으니까 여자가 자기 손을 내려다보더라. 그러더니 반지를 빼서 테이블에 놓으려는데 내가 그 손을 잡았어. 얇은 금색 반지 가운데 작은 초록색 돌이 박혀 있었거든. 엄마가 내 서른 번째 생일에 맞춰준 거였어. 안쪽에는 내 이름 첫 글자가 새겨져 있었고.

얼마 전에 돌이 조금 흔들린다고 했더니 남친이 자기가 아는 데서 고쳐주겠다고 가져갔어. 나는 아직 맡겨둔 줄 알았지. 안쪽 각인까지 확인하고 내 거라고 하니까 여자가 입을 벌린 채 남친을 보더라. 얘가 자기 생각하면서 골랐다며 줬대. 조금 큰 건 나중에 줄여주겠다고 했고.

내가 반지 달라고 손 내미니까 남친이 벌떡 일어났어. “그걸 네가 가져가면 얘한테는 내가 뭐가 되냐.” 진짜 그렇게 말했어. 반지가 왜 저 여자 손에 있는지 설명하는 것보다, 자기 꼴이 뭐가 되는지가 먼저 나온 거야. 나도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었어. “내가 가져가야 네가 뭐가 되는지 정확해지겠지.”

여자는 내 손바닥에 반지를 올려줬어. 그러고 자기 가방을 챙기는데 남친이 손목을 잡으려 하더라. 그 여자가 팔을 빼면서 말했어. “너 아까 나한테도 얘가 아직 너 못 잊어서 피곤하다며.” 나는 그제야 왜 전화에서 그렇게 조심스럽게 괜찮겠냐고 물었는지 알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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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대 앞에서 그 여자랑 다시 마주쳤어. 자기가 마신 건 내고 가겠대.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길래 전화해줘서 고맙다고 했어. 집에 돌아오니까 족발이 문 앞에 와 있었어. 손 씻고 반지부터 꼈는데 여전히 돌이 흔들리더라. 걔는 수선집 근처에도 안 갔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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