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경조사 게시판에 전여친 청첩장이 붙었는데 신랑이 내 동기더라..

나는 서른하고, 같은 팀에서 경조사 총무를 맡고 있어. 오늘 오전에 축의금 명단을 확인하려고 게시판 앞에 섰어. 청첩장이 붙어 있었어. 신부는 전여친. 신랑은 같은 팀 동기였어. 나는 그 자리에서 봉투를 사러 가지 않았어. 먼저 명단만 적었어.

점심에 탕비실에서 물을 받는데 전여친이 들어왔어. 같은 회사니까 겹칠 수밖에 없었어. 그 사람이 문을 닫았어. 축의금 내지 마. 네 이름 올리면 안 돼. 사실 지난주에 그 자취방에서…

나는 지난주를 기억했어. 출장 가 있는 동안 동기가 내 자취방 비번을 물어봤어. 짐 좀 맡긴다고. 나는 알려 줬어. 돌아온 날 침대 옆에 여자 헤어핀이 있었어. 그때는 동기가 여자를 데려온 줄만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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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친이 내 손목을 잡았어. 그 방, 내가 갔어. 신랑이 네 집을 하루 빌려 달래서. 너는 출장이었잖아. 신랑은 중간에 나갔고, 나는 남아 있었어. 너는 그 핀을 동기 여자 걸로 읽은 거야.

탕비실 밖에서 동기 목소리가 났어. 안에 누구야. 전여친이 내 입을 막지는 않았어. 그냥 낮게 말했어. 오늘 식장에 오지 마. 들러리 명단에 네 이름이 올라가 있어. 내가 올린 게 아니야.

내가 문을 열기 전에 전여친이 휴대폰을 보여 줬어. 들러리 요청 카톡. 발신이 동기. ‘네 전남친 세우면 하객들이 웃지 않아. 다만 축사 마지막 줄만 빼.’ 전여친이 말을 이었지. 사실 지난주에 그 자취방에서 신랑이 나한테 부탁한 건, 하객 앞이 아니라…

나는 탕비실 문을 열고 나왔어. 동기를 마주치지 않으려고 계단을 썼어. 식장에 따라가지 않았어. 내 자리로 돌아와 축의금 명단만 다시 봤어. 들러리 칸에 내 이름이 연필로 올라가 있었어. 총무인 내가 올린 적이 없어.

오후에 전여친이 메신저로 한 줄을 보냈어. 들러리 빼 달라고 신랑한테 말했어. 지난주 일은 네 방만 빌린 거야. 나는 그 문장을 읽고 헤어핀을 서랍에서 꺼냈어. 핀 안쪽에 이니셜이 있었어. 전여친 성이었어.

동기가 내 자리에 봉투를 놓고 갔어. 축의금이 아니었어. 자취방 키 반납이었어. 쪽지 한 줄. 출장 동안 고마웠다. 전여친이 다시 글을 남겼어. 사실 지난주에 그 자취방에서 신랑이 나한테 부탁한 건 하객 앞 축사가 아니라, 네가 돌아오기 전에 그 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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