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른여섯이야. 야근을 마치고 택시를 탔어. 집 주소를 말했는데 기사가 백미러로 나를 봤어. 사모님 이름이 ○○ 맞죠? 오늘도 그쪽으로 갈까요. 나는 모르는 척했어.
조수석 경로에 모텔 핀이 단골처럼 찍혀 있었어. 기사가 웃었어. 지난주에도 남자분이랑. 아, 당신 아닌 분인데. 악의 없는 단골 수다였어. 나는 모텔 앞으로 가 달라고 했어.
로비에 아내와 같은 사이즈의 신발이 보였어. 엘리베이터 앞에서 전화했어. 아내가 받았어. 어디야. 집이래요. 뒤에 물이 흐르는 소리가 스쳤어. 머리가 하얘진 채로 층을 올렸어.
문을 두드리자 나온 건 아내가 아니었어. 처제였어. 아내 친동생. 당황한 얼굴로 가운 끈을 움켜쥐었어. 형부 왜 와. 언니는 집에 있어. 오늘 예약은 내 이름이야. 기사한테 언니 이름을 댄 건, 이 모텔이 언니 단골이라 할인해 줘서.
처제 뒤로 남자가 수건을 걸친 채 나왔어. 내 회사 후임이었어. 눈이 마주치자 후임이 먼저 고개를 숙였어. 처제가 후임을 방으로 밀어 넣고 복도로 나왔어. 울먹이지는 않았어. 형부가 오해할 줄 알았어. 그래서 말할게. 언니가 우리 둘을 눈감아 주기로 한 게 아니야.
처제가 휴대폰을 보여 줬어. 아내가 지난주 보낸 메시지였어. ‘그 모텔 205호. 너는 쓰지 마. 내가 먼저 쓸게.’ 날짜가 기사가 말했던 지난주와 같았어. 처제가 낮게 말했어. 언니가 여기 오는 걸 내가 알고 따라온 거야. 오늘 205호를 다시 잡으면, 지난주 그 사람이 또 오는지 보려고.
나는 아내에게 다시 전화했어. 이번엔 안 받았어. 문자만 왔어. 여동생이랑 말하지 마. 택시 기사 말도 듣지 마. 지금 집에 있어. 나는 로비로 내려가 프론트에 지난주 205호 예약자 이름을 물었어. 직원은 이름을 안 가르쳐 줬어. 대신 주차 메모를 슬쩍 보여 줬어. 아내 차 번호, 그리고 내 회사 주차권 번호. 내 차가 아니었어.
처제가 계단으로 따라 내려왔어. 후임은 방에 남겨 둔 채였어. 형부, 그 주차권 주인 알아. 지난주에 언니랑 온 남자, 후임이 아니야. 후임은 오늘 내가 부른 거야. 언니가 누구랑 왔는지 확인하려고, 회사 사람 얼굴을 알고 있는 애를 데려온 거지.
나는 처제를 봤다. 왜 하필 후임이냐고. 처제가 로비 소파에 앉으며 말했어. 후임이 형부 팀 회식 때 언니 얘기를 했거든. 사모님이 사장실 옆에서 나오더라고. 나는 그 문장을 곱씹었어. 사장실 옆. 우리 회사 사장실 옆에는 임원 당직실이 있어.
처제가 내 손목을 잡았어. 형부, 집에 가지 마. 언니가 집에 있다는 문자는 거짓말일 수 있어. 사실 지난주 205호에 언니랑 있던 사람, 후임이 찍어 둔 목덜미 사진이 있어. 목덜미에 점 하나. 형부가 아는 사람이야. 처제가 사진을 뒤집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그 점, 형 목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