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 남친이 우리 집에서 자다가 밤에 내 방 문을 두드리더니..

나는 서른셋이고, 여동생은 스물일곱이야. 남친이 면접 때문에 올라와서 우리 집 소파에서 자게 됐어. 여동생은 옆방, 나는 안방. 엄마 아빠는 지방이라 이 집은 우리 둘 차지였어.

새벽에 내 방 문을 두드렸어. 물 좀. 컵을 건네자 손목을 잡고 쉿, 하며 문을 닫았어. 여동생은 자는 줄 알았어. 남친이 휴대폰을 보여 줬어. 청첩장 시안이었어. 신부 칸에 여동생 이름. 신랑 칸에 내 친구 이름이 있었어. 대학 동기. 결혼식 날짜는 두 달 뒤.

남친이 어렵게 말했어. 사실 네 여동생이 나랑 끊고 이 사람을 만난대. 오늘 면접은 핑계야. 네 앞에서 한 번만 말려 달라고. 나는 청첩장을 확대했어. 하객란 첫 줄에 내 이름이 이미 들어가 있었어. 들러리가 아니라 신랑 쪽 하객. 여동생이 나한테 아직 말을 안 한 상태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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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방 문이 이미 열려 있었어. 여동생이 복도에 서서 듣고 있었어. 담담했어. 보여줄 거면 처음부터 보여주지. 남친이 무릎을 꿇었어. 거짓말 아니라고. 여동생이 웃었어. 청첩장은 진짜야. 다만 신랑이 네 친구인 이유는, 네가 대학교때 그 친구 여친을 건드렸잖아.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컵을 내려놓았어. 대학 엠티. 친구가 집에 간 사이. 다음 날 없는 일로 하자고 했어. 친구는 제대하고 그 애와 끝났고, 나는 사회를 봐 주는 걸로 빚을 덮었어. 여동생이 그 일을 어떻게 아냐고 물었어.

여동생이 소파로 내려가 남친 가방에서 노트 한 권을 꺼냈어. 친구 옛 여친의 일기 복사였어. 마지막 장에 내 이름과 여동생 이름이 나란히 있었어. ‘그 동생은 몰랐으면.’ 여동생이 말했어. 이 노트, 신랑 될 사람이 나한테 줬어. 네가 형으로서 막아주길 바란 게 아니라, 네가 그 자리에 하객으로 앉길 바란 거야.

남친이 일어났어. 나는 들러리라도 서려고 했어. 여동생이 나를 쓴 게 아니라, 네 죄를 식장에 앉히려는 거잖아. 여동생이 남친을 말렸어. 너는 빠져. 오늘 여기 온 것도, 청첩장을 보여 준 것도, 내가 시켰어. 오빠가 어떤 얼굴 하는지 보고 싶었어.

나는 여동생을 봤다. 결혼은 진짜냐고. 여동생이 청첩장 시안을 접으며 말했어. 식장은 예약됐어. 신랑도 알고 있어. 다만 축사 원고 마지막 줄에, 대학교 때 그 엠티를 넣을지 말지는 오늘 네 태도를 보고 정한대. 남친이 문고리를 잡으며 한마디를 보탰어.

사실 네 여동생이 나보고 오늘 밤에 이 말을 꺼내라고 한 건, 청첩장 때문이 아니야. 신랑 될 사람이 어제 전화해서, 하객 명단에서 네 이름을 빼 달라고 했거든. 빼는 조건이 하나 있었어. 네가 그 엠티를, 식장이 아니라 오늘 이 방에서 먼저 인정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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