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리모델링이라며 설계사가 저녁에 우리 집에 왔다. 거실에서 기다리는데 둘이 안방으로 서류를 정리하러 들어갔다. 물을 갖다 주려다 문틈으로 보니 아내 셔츠 단추가 열려 있고 설계사 손이 허리에 있었다.
기침을 하니 설계사가 태연히 말했다. 특약 설명이요. 계약서 보호자란에 내 서명이 있었다. 필체는 아내 것이었다. 특약 이름표에 ‘배우자 동반 상담 – 남편 열람’이라고 찍혀 있었다.
아내가 단추를 잠그며 말했다. 당신이 보장분석을 미룬 달부터 이 상담이 시작됐어. 설계사가 태블릿을 보여 줬다. 내 카드로 ‘프리미엄 케어 패키지’가 빠져 있었고, 다음 회차가 자동 예약돼 있었다.
항의하려는데 설계사가 휴대폰을 들었다. 화면에는 내가 예전에 다른 여직원과 술집 앞에서 찍힌 사진이 있었다. 아내가 찾아서 맡긴 거래. 오늘 안방은 협상 테이블이고, 내가 먼저 사과문을 쓰면 서로의 파일을 교환하자고 했어.
현관 CCTV 모니터에 설계사 방문이 ‘정기 점검’으로 태그돼 있었다. 관리비 고지서에도 같은 항목이 십만 원으로 찍혀 나올 예정이라 했다. 설계사가 명함을 남기며 말했다. 다음 주도 같은 시간이야. 거부하면 사진이 보험 심사팀에, 침묵하면 특약만 조용히 유지된대. 아내가 주방에서 물었다. 합의문에 사인할 거야, 아니면 안방 문을 다시 열어 둘 거야.
다음 날 보험 앱에 특약 변경 알림이 아니라, 설계사가 우편으로 보낸 안내문이 왔다. ‘배우자 동반 상담 2회차’. 아내가 캘린더에 이미 일정을 넣어 둔 상태였다. 메모란에 ‘남편 열람 확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설계사 사무실에 찾아가 항의하려다 멈췄다. 로비 모니터에 ‘우수 설계 – 배우자 동반 상담’ 홍보가 흘렀고, 모델이 아내와 비슷한 실루엣이었다. 설계사가 명함 뒤에 손글씨로 적어 둔 문구를 다시 읽었다. 사과문 없으면 사진이 심사팀. 아내가 저녁에 물었다. 안방 문을 잠글까, 아니면 다음 상담 때 당신이 들어와 앉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