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기미 레이저를 받는다며 피부과에 갔다. 나는 동의서 사본을 카톡으로 받았다. 앱 푸시가 아니라 아내가 직접 보낸 파일이었다. 보호자란에 남자 이름이 있었다. 나는 대기실로 갔다.
시술실 문틈으로 아내 가운 사이로 남자 손이 보였다. 간호사가 나를 막았다. 오늘은 커플 패키지라 보호자만 출입돼요. 예약 메모에 내 이름이 ‘열람 예정 남편’으로 적혀 있었다. 문이 열리며 남자 얼굴이 나왔다. 아내 회사 대리였다.
대리가 태블릿을 보여 줬다. 커플 패키지 결제자가 내 카드였다. 특약란에 ‘남편 난입 시 영상 보존’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내가 베드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일부러야. 당신이 야근한다며 시술비를 미룬 달부터 대리와 스케줄을 짰어.
거절하고 나가려는데 원장이 모니터를 가리켰다. 복도 CCTV가 이미 ‘남편 난입’ 태그로 클라우드에 올라가고 있었다. 협조하면 편집본만 남기고, 소란 피우면 회사 단톡에 스틸컷이 간대. 대리가 웃었다. 인사평가 시즌이라 사모님이 협상 테이블을 연 거래.
나는 카드를 막으려다 앱에서 자동이체를 확인했다. 다음 달 같은 시간의 ‘유지 관리 1회’가 예약돼 있었다. 아내가 가운을 여미며 물었다. 삭제 합의문에 사인할 거야, 아니면 대리 옆에 앉아서 시술 끝까지 볼 거야.
집으로 오는 차에 원장 명의 문자가 왔다. 오늘 영상은 72시간 보관이며, 합의 전에는 다운로드가 잠겨 있다고. 첨부된 미리보기 첫 프레임에 내 얼굴이 문틈으로 들어와 있었다.
다음 날 회사 메신저에 대리에게서 짧은 메시지가 왔다. 시술 후속 일정 공유한다고. 첨부 썸네일이 문틈 속 내 얼굴이었다. 아내가 식탁에서 담담히 말했다. 그 썸네일은 미리보기일 뿐이고, 원본 키는 아직 원장한테 있어.
나는 합의문 초안을 읽어 봤다. 조항마다 ‘시술 중 남편 개입’이 사고 유형으로 분류돼 있었다. 아내가 펜을 내밀며 말했다. 사인하면 대리는 빠지고, 안 하면 다음 레이저 때 같은 보호자로 예약이 고정돼. 대기실 티비에 병원 홍보 영상이 흐르고 있었는데, 배경 엑스트라 중 한 명이 오늘 그 대리와 닮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