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후 노래방을 잡았다. 나는 혼자 방으로 빠졌다. 문이 열리더니 팀장 와이프가 술 취한 척 들어왔다. 남편 방인 줄 알았대. 나가라고 하는데 허리를 감싸며 쉿, 했다.
휴대폰을 보여 줬다. 단톡 제목은 ‘오늘 막내 테스트’. 진행자가 팀장이었다. 규칙에는 거절 시 인사 불이익과, 예전에 내가 팀장 와이프에게 보낸 업무 톡을 왜곡해 유포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문틈으로 팀장이 복도에 서 있는 게 보였다. 와이프가 속삭였다. 작년에 회식에서 당신이 나를 집에 바래다줬잖아. 그 빚을 오늘 청산하래. 사랑 고백이 아니라 녹음용 함정이야.
팀장이 녹음 앱만 켠 채 들어왔다. 영상이 아니라 목소리가 필요하대. 네가 ‘한다’고 말하면 부부 상담 자료로 쓰고, 거절하면 그 업무 톡이 성희롱 신고로 묶인대. 와이프가 침대가 아니라 소파 팔걸이에 앉으며 말했다. 밀치는 소리를 삼 분 안에 남겨. 안 그러면 동의로 편집할게.
나는 손목을 뿌리치며 크게 거부한다고 말했다. 팀장 표정이 굳었다. 타이머가 울리기 전에 노래방 직원이 문을 두드렸다. 옆방에서 신고가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직원 귀띔에 신고 시각은 우리가 입실하기 전에 이미 접수돼 있었고, 신고자 명의는 팀장 와이프였다. 다음 날 인사팀에 ‘면담 사전 자료’로 그 녹음 일부가 올라와 있었다.
면담실에서 팀장이 웃으며 헤드셋을 벗었다. 오늘은 리허설이었고, 본녹음은 다음 회식이라고. 내가 거부한 음성 파일이 오히려 ‘협조 불량’ 태그로 묶여 있었다. 와이프에게서 문자가 왔다. 밀쳐서 고맙다. 그런데 소리가 작아서 다시 찍어야 할 것 같다고.
인사팀 면담에서 내가 거부 음성을 재생해 달라고 했다. 담당자가 난감해하며 말했다. 파일이 이미 ‘편집본’으로만 남아 있고, 원본은 팀장 권한이라. 복도에서 팀장 와이프를 마주쳤다.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다음 회식 장소 핀을 카톡으로 보냈다. 메모에 ‘2차 테스트’라고 적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