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마다 윗집에서 가구를 끄는 소리가 났다. 관리실에 몇 번 말했지만 증거 녹음만 쌓였다. 참다 못해 올라갔다. 초인종을 누르자 유부녀가 가운만 걸친 채 문을 열었다.
미안하다며 들어오라고 했다. 신발을 벗는데 현관 CCTV 모니터에 내 얼굴이 이미 저장돼 있었다. 날짜별로 폴더가 있었다. 거실로 안내하며 낮게 말했다. 항의하러 온 거 맞죠. 사실 남편이 당신을 부르라고 했어요.
소파에 앉기도 전에 남편이 안방에서 나왔다. 웃으며 태블릿을 내밀었다. 우리 집 층간소음 민원 앱에 내가 ‘허위 신고’로 신고된 기록이 있었다. 신고자는 윗집 남편 명의였고, 첨부 파일은 내가 새벽마다 녹음한 그 파일이었다. 파형이 뒤집혀 있었다. 윗집 소음이 아니라 우리 집 소음처럼 편집된 거래.
유부녀가 가운 끈을 움켜쥐며 말했다. 협조하면 민원을 취하해 주고, 거부하면 관리사무소와 층간소음 위원회에 동시 접수할 거래. 조건은 주 1회, 이 집에서 ‘확인 방문’. 남편이 말했다. 당신이 녹음을 시작한 날부터 우린 스크립트를 짰어.
내가 문을 열자 복도에 관리소 직원이 서 있었다. 신고 확인차 왔다는 얼굴이 아니었다. 윗집 남편과 성씨가 같았다. 직원이 서류를 내밀었다. ‘야간 소음 합의 확인서’. 서명란에 내 이름과 방문 요일이 미리 찍혀 있었다.
나는 서명하지 않고 휴대폰으로 녹화를 켰다. 남편이 웃었다. 그 카메라도 우리 공유기야. 입주할 때 동의한 IoT 약관에 포함돼 있어. 다음 날 관리비 고지서에 ‘합의 1회차 정산’ 항목이 십만 원으로 찍혀 있었다. 미납 시 허위 신고 파일이 자동 발송된다는 문구와 함께.
나는 관리사무소에 이의를 넣으려다 멈췄다. 민원 조회 화면에 이미 ‘합의 진행 중’ 체크가 켜져 있었고, 열람 로그에 윗집 남편 계정이 찍혀 있었다. 유부녀에게 전화하자 짧게 받았다. 오늘 밤은 2회차야. 안 오면 허위 신고 파일이 동으로 뿌려져. 현관 비번이 새로 문자로 왔다. 보낸 사람은 남편이 아니라 유부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