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 월세를 십만 원 깎아 준 아줌마 집주인이 있다. 처음엔 고마웠다. 어느 날부터 밤마다 현관 비번을 리셋하라며 문자가 왔다. 보안 점검이래.
확인하러 나갔더니 가운만 걸친 채 서 있었다. 열쇠를 내 손에 쥐여 줬다. 들어가 물을 따르는데 집주인이 허리를 감쌌다. 남편은 해외고, 대신 조건이 하나 있대. 주 1회 방문. 월세 할인의 이자라고 했다.
거절하려는데 집주인이 휴대폰을 보여 줬다. 내가 입주할 때 찍힌 CCTV에, 보증금 부족분을 현금으로 건네는 장면이 있었다. 그 현금이 남편 명의 통장으로 입금되지 않았다는 거래. 내가 횡령으로 몰릴 수 있는 파일이야.
집주인이 침대 모서리에 앉으며 말했다. 협조하면 파일은 지워 주고 월세는 더 깎아 줄게. 거부하면 관리사무소와 남편 변호사에게 동시에 보내. 내가 문을 열자 복도에 관리소 직원이 이미 서 있었다. 신고 접수하러 왔다는 얼굴이 아니었다. 집주인 아들과 닮아 있었다.
직원이 서류를 내밀었다. ‘야간 관리 동의서’. 서명란에 내 이름과 방문 요일이 미리 찍혀 있었다. 집주인이 웃었다. 비밀번호 문자는 예고편이었어. 오늘이 첫 회차야.
나는 동의서에 손대지 않고 현관 CCTV를 가리켰다. 집주인이 한숨을 쉬었다. 그 화면도 우리 서버야. 세입자 앱의 ‘안심 케어’ 동의에 이미 포함돼 있어. 입주 첫날 체크한 그 박스가 오늘을 위한 거였어.
다음 날 월세 계좌에 십만 원이 다시 입금됐다. ‘1회차 정산’이라는 적요와 함께. 내가 받지 않으면 횡령 파일이 자동 발송되도록 예약돼 있다는 문자가 왔다. 집주인 번호가 아니라 해외 로밍 번호였다. 남편 명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