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왁싱을 처음 받았다. 원장이 올 때마다 같은 곳만 가리키며 털이 있대. 세네 번 반복되니 스트레스가 폭발했다. 확대경을 쓰게 했다. 문이 잠기는 소리가 났다.
케어 언니가 내 손을 잡으며 원래 예민한 부위래요, 했다. 원장이 낮게 말했다. 보호자분 오늘 안 오시죠. 예약 메모에 적혀 있길래. 나는 보호자를 적은 적이 없었다.
원장이 태블릿을 뒤집었다. 예약자 메모에 내 전 여친 이름이 보호자로 적혀 있었다. 전 여친이 보낸 ‘특별 케어’ 의뢰서에는 예전에 내가 몰래 찍었던 영상에 대한 대가라 적혀 있었다. 확대경 불빛이 허벅지로 다시 내려갔다.
내가 소리 지르려 하자 언니가 입을 막았다. 소리 내면 CCTV는 이미 꺼져 있고, 대신 원장 폰 영상이 증거로 남아. 네가 협조하면 전여친 파일은 삭제되고, 저항하면 ‘시술 중 폭행’으로 고소 각본이 준비돼 있대.
나는 손목 밴드의 비상 버튼을 눌렀다. 무반응이었다. 원장이 웃었다. 그 버튼도 우리가 바꾼 거야. 오늘 예약 시간에 맞춰 전여친이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어. 문이 열리면 누가 가해자인지 진술이 갈린다.
로비에 전여친이 실제로 앉아 있었다. 서류 가방을 열어 합의서를 내밀었다. 서명하면 오늘 시술은 무효 처리되고, 거부하면 원장 영상과 내 옛 영상이 동시에 고소 자료로 묶인대.
합의서 조항 3번에 ‘추가 케어 1회’가 있었다. 오늘로 끝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전여친이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네가 예전에 내 영상을 저장해 둔 폴더 이름, 아직도 기억나. 오늘은 이자만 받은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