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집들이날 예비신부가 나보고 안방 옷장에 숨으라는데..

친구 신혼집 집들이였다. 예비신부는 처음 보는 얼굴이라고 했다. 나는 하객으로 축의금만 두고 빨리 빠질 생각이었다. 술이 돌 때 예비신부가 부엌에서 내 손목을 끌어 안방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옷장을 가리키며 숨으라고 했다. 친구가 들어온다고.

옷장 틈으로 보니 두 사람이 침대에 앉았다. 예비신부가 친구에게 말했다. 오늘 하객 중에 예전에 나랑 XX한 사람이 있어. 친구 목소리가 갈라졌다. 누구냐고. 예비신부가 내 쪽 옷장을 흘끗 봤다. 심장이 멈칫했다.

친구는 울먹이며 물었다. 왜 하필 오늘 말하냐고. 예비신부가 담담히 답했다. 혼인신고 전에 고백해야 무효 협상이 되니까. 그리고 그 사람이 지금 이 집에 있다고. 친구가 방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나는 옷장 안에서 숨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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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다시 열리며 다른 하객이 들어왔다. 회사 동기였다. 예비신부가 웃으며 말했다. 사실 XX한 상대는 옷장 속이 아니라, 방금 들어온 이 사람이야. 나는 미끼였고, 네가 질투로 방을 뒤지는 장면을 모두가 보게 하려는 거였어. 친구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예비신부가 내 옷장 문을 열며 손짓했다. 나와도 돼. 네가 할 일은 증인 서명이야. 테이블 위에 각서가 놓여 있었다. ‘신랑의 의처증 행위 목격’. 서명하면 축의금을 세 배로 돌려주고, 거부하면 내가 진짜로 너와 관계했다는 진술을 혼인 무효 재판에 넣겠다고 했다. 친구는 이미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나는 각서에 손대지 않고 휴대폰으로 방 전체를 찍었다. 예비신부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그 촬영도 각서 조항 3번에 있어. 증인이 증거를 남기면 수당이 올라간다고. 친구는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었고, 하객들이 문틈으로 웃음을 삼키고 있었다. 집들이가 아니라 혼인 무효 리허설이었다.

나는 축의금 봉투를 테이블에 던지고 현관으로 걸었다. 예비신부가 뒤에서 말했다. 문 열면 하객 단톡에 네 옷장 사진이 먼저 올라가. 손잡이를 잡은 채 삼 초를 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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