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친이 만나는 남자랑 저랑 같이 여행가자네요..

여친이랑 헤어지기로 했는데 이번 주에도 둘이 카페 가야 됨. 나 29, 여친 28. 같이 하던 커플 계정이 있거든. 팔로워 팔천 정도라 가끔 식사나 숙박 협찬을 받았음.

이미 약속한 건 마무리하자는 줄 알았는데, 헤어진 다음 날 새 숙소까지 잡았더라. 사진에서만 커플이면 되는 거 아니냐면서.

내가 다른 사람 만나면 그건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당분간 사진을 올리지 말래. 자기는 내 얼굴 안 나오는 사진부터 늘리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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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어느날 부터인가 새로운 남친도 같이가자고 하는거임ㄷㄷ 대신에 자기가 특별히 나한테 해줄게 있다면서…

여행 마지막 날에 걔는 먼저 보내고 나랑 하루 더 있겠대. 내가 말없이 쳐다보니까 예전처럼 둘이 자는 것도 괜찮다고 하더라. 나랑은 헤어졌고 지금 만나는 사람도 있다면서 그 말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거야.

솔직히 처음 들었을 때 바로 싫다고는 못 했음. 헤어지자는 말을 꺼낸 건 여친이었고 나는 아직 미련이 있었거든. 헤어질 때도 마지막으로 둘이 어디라도 다녀오면 안 되냐고 내가 붙잡았었음. 얘가 그걸 기억하고 꺼낸 거지. 너도 나랑 여행 가고 싶다며, 하고.

근데 이번 여행은 내가 사진 찍고 운전해 주면 자기는 새 남친이랑 놀겠다는 일정이었음. 숙소가 방 두 개짜리라 잠은 따로 자면 된대. 내가 그럼 남친이랑 같이 가서 둘이 찍으라고 했더니 걔는 사진을 잘 못 찍고, 자기가 어떻게 나와야 하는지도 모른다더라. 나는 삼 년 동안 찍었으니까 편하다는 거임.

새 남친은 내가 전남친인 걸 아냐고 물었어. 여친이 잠깐 말을 안 하더니 그냥 오래 같이 작업한 오빠라고 했대. 나 서른도 안 됐는데 거기서는 촬영 도와주는 오빠가 돼 있었음. 걔는 셋이 가는 것도 괜찮다고 했다고, 나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한다더라.

전남친인 걸 모르니까 괜찮다고 하지. 마지막 날에 둘이 남겠다는 건 뭐라고 설명할 거냐니까 추가로 찍을 게 있다고 하면 된대. 걔는 다음 날 출근해야 해서 어차피 먼저 가야 한다고. 새 남친 시간표도 알고 있었고 내가 운전하면 어디서 내려주면 되는지도 생각해 놨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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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얘기를 듣는데 아까 잠깐이라도 혹했던 내가 너무 싫어짐. 나한테는 사진에서만 커플이면 된다고 하더니, 새 남친한테는 나랑 커플이었던 적도 없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었잖아. 그러고 둘한테 각각 다른 말을 해놓으면 여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였음.

내가 새 남친 앞에서 우리 예전에 사귀었다고 말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더니 표정이 확 달라짐. 굳이 걔 기분을 왜 상하게 하냐고 하더라. 내가 같은 차 타고 같은 숙소 가는 건 별일 아니고, 걔가 우리 관계를 아는 건 기분 상할 일인 거지. 거기서 더 얘기할 필요가 없었음.

안 간다고 했어.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도와주면 계정에 올릴 커플 사진도 더 부탁 안 하겠대. 그 말 듣고 나니까 하루 더 같이 있겠다는 게 무슨 마지막 추억이 아니라 촬영비 대신 내놓은 것 같더라. 나를 아직 좋아해서 하는 말인가 잠깐 생각했던 것도 혼자 한 착각이었고.

계정은 네가 계속 쓰라고 하고, 이미 찍어둔 사진도 필요한 건 정리해서 보내줬음. 대신 앞으로 새로 찍으러는 안 간다고 분명히 말했어. 새 남친한테 따로 연락하진 않았음. 번호도 모르고, 걔한테 알려주면 내가 무슨 대답을 기대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서.

오늘은 여행 갈 때 쓰던 삼각대가 누구 집에 있는지 물어보더라. 우리 집에 있다고 했더니 가져가도 되냐길래 문 앞에 뒀음. 촬영이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닌가 봐. 난 원래 우리 둘이 가는 줄 알고 사놓은 티셔츠 택을 이미 떼서, 그거 입고 편의점이나 갔다 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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