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을 조카로 소개하는 띠동갑 연상의 충격 실체

나 31살, 여친 43살. 사귄 지 여덟 달 됐고 서로 집에도 편하게 가는 사이임. 어제 여친 동네에서 밥 먹고 나오다 아는 아줌마를 만났는데 나를 조카라고 소개하더라.

일단 웃고 넘어갔음. 동네에서 나이 차 가지고 말 얹는 게 싫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근데 그분이 나한테 취직 축하한다고 하는 거야. 석 달 전에 이직한 건 맞음.

여친이 내 첫 출근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조카라고 해놨던 거임. 갑자기 둘러댄 게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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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어디까지 조카로 돼 있냐고 물었는데, 내가 생각한 범위가 아니더라…

동네 사람들만 그런 게 아니었음. 같이 운동하는 언니들한테도, 가끔 밥 먹는 친구 두 명한테도 그렇게 말했대. 내가 태워다 준 날도 있었고 같이 사진 찍힌 적도 있으니까 누군지 궁금해해서 그랬다는 거야. 그 사람들한테 나는 요즘 이모 잘 챙기는 취직한 조카였음.

이직한 날 여친이 셔츠 입은 사진 보내 달라고 해서 찍어줬거든. 잘 어울린다고 하더니 그걸 저렇게 쓴 거더라. 내가 사다 준 운동화도 조카가 첫 월급 받고 사준 선물이 돼 있었음. 여친은 운동하는 언니들이 다 부러워했다면서 웃다가 내 표정을 보고 말을 멈춤.

내 친구들은 다 알아. 처음에 나이 듣고 놀라긴 했는데 내가 좋다니까 더 말 안 했음. 여친도 내 친구 부부랑 밥 먹은 적 있고. 그래서 너는 내 사람들한테 여친인데 나는 왜 네 사람들한테 조카냐고 물었지. 여친은 남자가 연상 만나는 거랑 여자가 어린 남자 만나는 건 듣는 말이 다르대.

그 말은 이해함. 실제로 둘이 있으면 한 번씩 쳐다보는 사람도 있고, 내가 애인이라고 말하면 여친 나이를 다시 묻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나도 그때 기분이 좋진 않았음. 그래서 대놓고 소개하라고 몰아붙일 생각은 없었는데, 사진이랑 선물 얘기까지 다른 관계로 만들어 놓은 건 좀 다르잖아.

그냥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만 하면 안 됐냐고 했더니 오래 만날지 모르는데 사람들한테 설명부터 하기 싫었다는 거야. 우리 사귄 지 여덟 달인데 아직도 설명할 만큼은 아닌가 싶어서 기분이 확 상함. 그렇다고 내가 당장 결혼하자는 얘기를 한 것도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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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이 그러더라. 지금은 조카가 잘 챙긴다고 하니까 다 보기 좋다고 하지, 남친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내가 뭘 해줬길래 어린애가 붙어 있냐고 생각할 거래. 어린애라는 말에서 더 할 말이 없어짐. 나 월세 내고 회사 다니는 서른한 살인데 밖에서는 취직한 조카고 집에서는 어린애였음.

그런 말을 누가 실제로 했냐고 물으니까 아직은 안 했대. 내가 조카라서 안 한 거라는 거야. 결국 앞으로 들을지도 모르는 소리를 막으려고 내 역할을 정해 놓은 거더라.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웃어줬으니 괜찮은 줄 알았대. 거기서 아니라고 할 수 있었겠냐고 했더니 그건 또 미안하다고 함.

일단 칫솔이랑 충전기 챙겨서 나왔음. 헤어지자는 말은 안 했는데 계속 앉아 있기가 싫더라. 오는 길에 문자로, 다음에 그분 만나면 뭐라고 할 거냐고 물었더니 당분간 그쪽에서 약속을 안 잡으면 된대. 소개를 바꾸는 것보다 만날 일을 없애는 게 먼저 떠오른 거지.

오늘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저녁 뭐 먹을 거냐고 연락 왔음. 아직 답은 안 했어. 나도 나이 차 신경 안 쓴다고 큰소리쳤는데 남들 앞에서 한 번 조카 소리 들으니까 이렇게 하루 종일 생각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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