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34, 와이프 32. 어제 설거지하는데 와이프 친구 남편한테 전화가 옴. 서로 술 두 번 먹은 사이라 따로 전화할 일은 없거든.
대뜸 영양제 뭐 먹냐길래 운동 시작하나 했지. 근데 그게 아니라 우리 부부가 일주일에 네 번씩 잔다고 들었대. 나 이번 달에 한 번 했는데.
옆에 있던 와이프한테 눈짓하니까 입에 손가락 대고 조용히 하라는 거임. 잘못 전해진 얘기는 아닌 것 같더라.
적당히 넘기려는데 그 형이 왜 전화했는지 말함. 그때부터 웃을 일이 아니었음…
자기 와이프가 우리 얘기를 꺼내면서 자꾸 비교를 한대. 너는 피곤하다는 소리밖에 안 하는데 쟤네 남편은 퇴근하고 운동도 한다고. 그래서 정말 체력 문제인가 싶어 물어본 거였음. 목소리가 진지해서 내가 다 민망하더라.
일단 보충제는 안 먹는다고 했는데 형이 운동을 몇 시에 하냐고 묻더라. 헬스장 끊어 놓고 안 간 지 두 달이라 답을 못 함. 와이프가 내 옆에서 손을 막 흔드는데 나는 그걸 보고 더 짜증이 났음. 자기가 무슨 말을 했길래 남의 집 남편이 나한테 운동 시간까지 물어보냐고.
결국 그냥 말했음. 형, 저희 이번 달에 한 번이에요. 평일에는 둘 다 누워서 각자 폰 보다가 자요. 잠깐 조용하더니 그 형이 작은 목소리로 진짜냐고 두 번 확인함. 그러고는 갑자기 말이 많아지더라. 아 자기만 그런 줄 알았다고, 괜히 요 며칠 집에서 눈치를 봤다면서.
전화 끊고 와이프한테 왜 우리 잠자리 횟수까지 지어내냐고 따졌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앞으로 계속 볼 사람들인데. 와이프는 오히려 내가 먼저 시작한 거 아니냐고 하더라. 그래서 뭘 내가 먼저 시작했냐니까 두 달 전 낚시 갔던 얘기를 꺼냄.
그때 남자들끼리 술 먹다가 결혼하면 다들 뜸해진다는 얘기를 했음. 내가 거기서 그건 핑계고 나는 아직 일주일에 서너 번이라고 했거든. 술자리에서 괜히 지기 싫어서 한 말이었음. 그 형도 있었는데 난 그 형은 먼저 방에 들어간 줄 알았지.
근데 그 말을 집에 가서 그대로 했나 봄. 여자들끼리 만났을 때 와이프한테 너희 남편 아직도 그렇게 좋아하냐고 물었대. 와이프는 내가 밖에서 자랑해 놓은 걸 거기서 굳이 아니라고 하면 자기만 이상해질 것 같았다는 거야. 그렇다고 횟수를 늘려서 확인해 줄 필요는 없잖아.
서너 번을 네 번으로 확정한 건 너 아니냐고 했다가 와이프가 한참 날 쳐다봄. 나도 말하고 보니까 따질 게 그게 아니더라. 와이프는 친구가 자기 남편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그냥 피곤하면 쉬게 하라고 했대. 그러면서 정작 우리 얘기는 안 고쳤으니 비교가 계속된 거고.
좀 있다 그 형한테 문자가 또 옴. 낚시 때 네 얘기를 내가 너무 곧이곧대로 들은 것 같다고. 저번에 자기가 와이프한테 병원이라도 가보겠다고 했었다길래 바로 전화해서 그날 내가 허세 부린 거라고 말했음. 형이 한숨 쉬고 알겠다고 하더라. 차라리 욕을 했으면 덜 민망했을 것 같음.
이번 주말에 네 명이 밥 먹기로 돼 있음. 난 취소하자고 했는데 와이프가 네가 전화해서 이유까지 설명하래. 그것도 못 하겠어서 그냥 가기로 함. 그 형이 식당 예약하면서 고기 많이 먹으라고 보냈는데, 예전 같으면 거기다 또 힘 좋다는 소리를 붙였을 거임. 이번에는 이모티콘 하나만 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