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파혼해서 축의금 돌려줬는데 내 것만 12만원이었음.
나는 20만원 보냈거든.
고등학교 때부터 본 친구고
출장 때문에 식에 늦을까 봐 미리 보낸 돈임.
파혼했다길래 천천히 돌려줘도 된다고 했는데
며칠 뒤에 12만원이 들어온 거야.
잘못 보냈나 싶어서 물어봤더니
8만원은 이미 내가 쓴 돈이래.
결혼식은 열리지도 않았고 밥도 안 먹었음.
뭘 썼다는 거냐니까
친구가 한 달 전 사진을 보내더라..
고등학교 때부터 알던 친구임. 올해 우리 둘 다 서른여섯이고 나는 아직 미혼, 걔는 두 달 전에 결혼한다고 했어. 식이 주말 오전이라 전날 지방 출장에서 바로 올라가야 했거든. 혹시 늦을까 봐 축의금부터 보냈음. 오래 봤으니까 20만원.
그런데 식 열흘 전에 엎어졌대. 자세한 사정은 안 물었어. 단체방에 일정 취소한다고 올라왔고, 이미 돈 보낸 사람들은 차례로 돌려주겠다고 했음. 힘들 텐데 급하게 안 줘도 된다고 했지. 진짜 그때까진 돈 생각 없었어.
며칠 뒤 12만원이 들어온 거임. 원래 금액을 헷갈렸나 싶어서 내가 보낸 내역을 캡처했어. 너 이거 20이었는데, 하고 보냈더니 바로 답이 옴. 알고 있고 8만원 뺀 거라고. 청첩장 준 날 내가 먹고 마신 몫이래.
한 달 전에 친구 여섯이 고깃집에서 모였거든. 걔가 좋은 데 잡았으니까 와달라고 했고, 예비신부도 같이 나왔어. 그날 계산할 때 다들 지갑 꺼내니까 자기가 초대한 거라고 넣으랬음. 그래서 잘 먹었다고 했지. 사진은 그날 단체로 찍은 거였고, 곧이어 카드 영수증도 보내더라.
총액을 인원수로 나누면 대략 8만원이 나온대. 아니 그건 네가 산 밥이지 내가 맡겨놓은 축의금에서 빼 먹은 밥은 아니지 않냐고 했음. 그랬더니 결혼하면 서로 축의금으로 오가는 거지만 이제 결혼 안 하니까 자기가 전부 부담할 이유는 없다는 거야.
나도 말이 곱게 안 나갔음. 그러면 청첩장 모임이 아니라 선불 식권 판 거냐고 했어. 걔는 지금 계약금 날리고 돈 들어갈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닌데 친구가 8만원 가지고 이러는 게 맞냐고 함. 내가 안 낸 돈 달라는 것도 아니고, 왜 12만원인지 물었다가 갑자기 돈 밝히는 친구가 된 거임.
궁금해서 그날 같이 먹은 친구 한 명한테만 따로 물어봤음. 혹시 밥값 얘기 들었냐고. 걔는 그런 말 못 들었대. 축의금도 아직 안 보냈고. 그 얘기를 전하니까 내 친구가 대답을 잠깐 안 하더라. 그러더니 그 사람들한테는 이제 연락할 거라고 함.
그날 저녁 단체방에 정산표가 올라왔음. 한 명당 8만원. 나한테는 공제 완료라고 써놨더라. 그리고 밑에, 내가 정산 얘기를 꺼내서 다 같이 맞추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적어둠. 나머지 애들이 보면 내가 먼저 밥값 걷자고 한 모양새잖아.
내가 돈 먼저 보냈다가 덜 돌려받은 거라고 설명하려고 길게 쓰는데 다른 친구가 먼저 말하더라. 자기는 그날 차 가져가서 술 한 잔도 안 마셨는데 왜 똑같냐고. 또 한 명은 늦게 와서 고기 두 점 먹었다고 하고. 일이 그렇게 갈 줄은 몰랐음. 고깃값보다 술값이 더 나왔던 날이거든.
결국 영수증 확대해서 술 마신 사람, 안 마신 사람 따로 계산하기 시작함. 예비신부 몫은 누가 내냐는 말까지 나왔고 친구는 대답 안 했어. 누가 싸우자고 욕을 한 것도 아닌데 단체방 분위기가 진짜 이상해졌음. 다들 금액은 작은데 그냥 넘겨주기는 싫어진 거지.
밤에 나한테 8만원이 추가로 들어왔음. 그리고 이제 됐냐고 연락이 왔더라. 됐다고 했어. 걔는 모임 한 번 계산해준 걸 내가 끝까지 받아내려고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음. 다른 애들한테는 정산 안 해도 된다고 하고 표를 지웠더라.
며칠 뒤 공통 친구가 그래도 걔가 힘들 때 네가 좀 참지 그랬냐고 함. 나도 파혼한 사람한테 따져서 마음 편한 건 아님. 근데 축의금 아직 안 보낸 애들은 밥 얻어먹고 위로만 해주면 되고, 미리 보낸 나는 8만원 낼 뻔하다가 쪼잔한 놈까지 된 건 좀 억울하지 않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