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자고 간 여친이 회사에 청첩장을 돌림

어제 우리 집에서 자고 간 여친이

오늘 회사에 청첩장을 돌림.

다른 팀이고 비밀연애한 지 8개월 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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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이름을 봤는데 내 이름은 아니더라.

처음엔 너무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음.

자리에서 따질 수도 없어서

나중에 얘기하자고 메시지만 보냈음.

그랬더니 잠깐 뒤에 직접 내 자리로 오더라.

사람들 다 있는데 청첩장을 한 장 내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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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에서 축가 좀 해줄 수 있냐는 거임..

나는 서른셋이고 여친은 서른임. 작년 회식 때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가 친해졌고, 이후엔 주말에도 따로 만났음. 회사 사람한테 들키면 피곤해진다고 해서 밖에서는 좀 떨어진 동네로 다녔고.

청첩장 받은 날 점심시간에 불러냈음. 결혼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니까 오래 만난 사람이래. 오래 만났다는 게 나 만나기 전까지라는 건지 지금까지라는 건지 물었는데 대답을 안 하더라. 그냥 그 표정에서 끝났음.

본인은 둘 사이가 안 좋았던 시기가 있었다고 함. 그때 나랑 가까워졌고, 끝내야 하는 걸 알면서 못 했대. 그러면서 아직 나한테 감정이 없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 청첩장 돌린 날 할 말은 아니잖아.

내가 그럼 어제는 왜 우리 집에 왔냐고 했음. 내일 회사에서 결혼 발표할 거 다 알면서 같이 자고 간 거 아니냐고. 미안하다고만 해서 더 얘기해 봤자 똑같겠구나 싶었음. 그런데 축가는 왜 부탁하냐는 말에는 바로 대답하더라.

신랑이 나를 안대.

직접 만난 적은 없고 이름을 안다는 거였음.

전에 그쪽이 여친 휴대폰에서 내 메시지를 본 적이 있었대. 회사에서 같이 노래 동아리 하는 사람이라고 둘러댔고, 회식 때 노래 잘해서 인기가 많다는 얘기까지 했다고 함. 나는 동아리 같은 데 든 적도 없음. 회식 때 노래방 한 번 간 게 전부였음.

그 뒤로 신랑이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고, 결혼 준비하면서 그 노래 잘하는 회사 사람한테 축가 부탁해 보라고 했다는 거였음. 여친은 이미 물어보겠다고 했고. 내가 가서 노래까지 불러주면 진짜 아무 사이 아닌 것처럼 보이니까 부탁한 거지.

신랑 앞에서 웃고 노래 부르고 사진 찍고 밥까지 먹고 나오라는 거냐고 했음. 여친은 꼭 그렇게까지 생각해야 하냐더라. 노래만 해주면 된다고. 말해 놓고 자기도 이상했는지 미안하다고 다시 하긴 했음.

못 하겠다고 했더니 그럼 최소한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말아 달라고 함. 회사에서 소문나면 자기는 못 다닌다고. 나는 내일부터 출근해서 네 얼굴 보는 건 괜찮겠냐고 물었는데 또 미안하대. 미안하다는 말 뒤에는 늘 내가 해줘야 할 게 하나씩 붙었음.

오후에 팀원이 청첩장 봤냐고 묻더라. 둘이 친하니까 나는 벌써 알고 있을 줄 알았대. 언제 알았냐고 했더니 지난달에 예식장 사진 보여줬다고 함. 다른 팀 몇 명은 신랑이 회사 앞에 데리러 왔을 때 인사도 했대.

나는 그동안 비밀연애를 잘 숨긴 줄 알았음. 근데 다른 사람들은 그냥 남자친구 있는 동료한테 내가 유난히 친절한 줄 알았던 거더라. 그래서 누가 소개팅 해준다 해도 괜찮다고 했을 때 이상하게 쳐다봤구나 싶었음.

축가는 안 함. 결혼식도 안 간다고 했음. 여친이라고 부르기도 싫은 그 사람은 주말에 만나서 제대로 얘기하자는데 만나면 또 무슨 부탁을 할지 모르겠음.

오늘 회사에서 축의금 같이 보낼 사람은 이름 적으라고 명단 돌렸음. 나는 안 적고 옆자리로 넘겼는데, 그때 누가 너 둘이 친한 거 아니었냐고 하더라. 그냥 고개만 끄덕였음. 회사에서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아직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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