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후배가 자취방 소파에서 내 손등 잡더니..

서른둘인 나는 스물일곱 살 회사 후배랑 그냥 편하게 일하는 사이였어. 둘 다 만나는 사람은 없었지만, 따로 연락하거나 단둘이 술을 마신 적도 없었어.

그날은 같이 야근을 마치고 나왔는데 비가 엄청 쏟아졌어. 후배 휴대전화는 꺼졌고, 내 휴대전화로 부른 택시는 계속 취소됐어. 내 자취방이 걸어서 오 분 거리라 일단 거기서 충전하면서 기다리기로 했어.

집에 도착했을 땐 둘 다 옷이 젖어 있었어. 후배가 머리까지 젖었다며 잠깐 씻어도 되겠냐고 물었어. 나는 욕실 앞에 수건이랑 깨끗한 반소매 티, 허리끈 있는 바지를 놓고 주방으로 갔어. 젖은 옷을 입고 떠는 것보다는 낫겠다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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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씻고 나와서는 내게 물 한 잔만 달라고 했어. 옷은 좀 컸지만, 평소처럼 머리를 묶고 있어서 그때까진 별생각이 없었어.

나는 물을 건네고 소파 끝에 앉아서 택시를 다시 검색했어. 후배는 충전 중인 자기 휴대전화를 확인하더니 내 옆으로 와 앉았어. 반대편 자리가 비어 있는데도 굳이 가까이 앉아서 조금 신경이 쓰였어.

후배가 내 휴대전화 화면을 보다가 물었어. "선배는 왜 연애 안 해?"

나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어. "퇴근하면 집에만 있으니까 만날 사람이 없지."

그랬더니 후배가 웃으면서 내게 말했어. "나는 사람 아니야?"

그 말에 고개를 돌렸어. 장난이면 나도 웃고 넘기려고 했는데, 후배는 내 표정을 기다리고 있었어. 그 순간부터 택시 화면이 눈에 안 들어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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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의 무릎이 내 다리에 살짝 닿았어. 내가 자리를 옮기지 않자 후배가 내 손등 위에 손을 올렸어. 회사에서 서류를 주고받다가 손끝만 스쳐도 바로 떼던 사람이 그러니까 머릿속이 잠깐 멈춘 것 같았어.

솔직히 좋았어. 그냥 편한 후배라고 생각했는데, 손을 잡고 싶다는 생각부터 들었어. 괜히 물컵 위치만 고치면서 시간을 끌었어.

후배가 내 쪽으로 조금 더 기대면서 말했어. "오늘은 택시 좀 천천히 잡으면 안 돼?"

나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후배 손을 잡았어. 손을 잡고 나니까 숨겨 왔던 말까지 튀어나왔어. "너 이러면 나 진짜 기대해. 내일 회사 가서도 오늘 생각할 것 같아."

후배가 내 어깨에 기대려던 움직임을 멈췄어. 잠깐 내 손을 보더니 천천히 손을 뺐어.

그리고 내게 작게 말했어. "미안해. 오늘 너무 지쳐서 누가 옆에 있었으면 했어. 선배가 편해서 그랬어."

나는 괜찮다고 바로 대답을 못 했어.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아무 일 없던 방인데, 갑자기 내가 앉아 있는 자리까지 어색했어. 물컵을 들었다가 목이 막히는 것 같아서 다시 내려놨어.

후배가 다시 사과하려고 하길래 내가 먼저 말했어. "혼자 있기 싫으면 그렇게 말해도 돼. 근데 아까처럼 하면 나는 다른 뜻으로 받아들여."

후배는 고개를 끄덕이고 소파 반대쪽으로 조금 옮겨 앉았어. 나도 더 묻지 않았어. 대신 충전된 휴대전화를 건네고 택시를 다시 불렀어.

차가 잡힐 때까지 우리는 날씨 얘기만 했어. 후배가 갈아입은 뒤 빌린 옷을 개어 놓았고, 나는 우산을 들고 같이 내려갔어. 차 문을 닫기 전에 후배가 고맙다고 했어. 나는 조심히 가라고 했어.

다음 날 회사에서 후배는 평소처럼 업무 얘기를 꺼냈어. 나도 평소처럼 대답하려고 애썼어. 그런데 후배가 내 옆에 서기만 해도 어젯밤에 잡았던 손이 생각났어.

그 뒤로는 단둘이 남을 상황을 조금씩 피했어. 후배를 탓하고 싶진 않았어. 다만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 주기에는 내가 이미 너무 기대해 버렸어. 겨우 몇 분 동안 가까이 앉아 있었던 일인데, 다시 편한 선배로 돌아가는 건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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