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른셋이고, 아내도 동갑이야. 다섯 살 아들이 어린이집을 다닌 지 일 년쯤 됐어. 야근이 잦아서 픽업은 대부분 아내가 했어. 나는 아침에 데려다주는 쪽으로 맞춰 왔고, 그게 우리 역할 분담이라고 생각했어.
문제는 화요일 저녁에 시작됐어. 회의가 길어져서 tonight 픽업은 못 간다고 아내에게 먼저 톡을 보냈어. 아내는 알겠어, 내가 갈게, 라고만 답했어. 평소랑 같은 말투였어.
여덟 시쯤 어린이집 앱 알림이 울렸어. 귀가동의 완료라고 떠서 열어봤는데, 승인한 번호가 아내 번호가 아니었어. 저장도 안 된 번호였고, 이름칸에는 그냥 보호자2라고만 적혀 있었어.
나는 회의실 밖에서 다시 확인했어. 잘못 본 건가 싶어서 알림을 세 번 눌러봤어. 그래도 같은 번호였어.
아내에게 바로 전화했어. 아내는 차 안이라고, 곧 집이라고 했어. 내가 앱 번호 얘기를 꺼내자 잠깐 끊겼다가, 아 그거 회사 동기야, 오늘 근처에 있어서 부탁했다고 했어. 전에 한 번 말했잖아, 급하면 봐줄 수 있다고.
그 말이 맞긴 했어. 석 달 전쯤 아내가 술자리에서 그런 식으로 흘린 적이 있었어. 나는 그때 기분이 나빠서 우리 애인데 왜, 라고 했다가 과한 반응처럼 느껴져서 그냥 넘어갔거든. 오늘은 그 기억이 다시 올라왔어.
나는 회의를 빼고 반차를 냈어. 화를 내려고 간 건 아니었어. 그냥 내 눈으로 아이를 보고 싶었어. 차 안에서 손이 떨리는 게, 분노라기보다 불안이었어. 남이 우리 애 손을 잡고 현관 나가는 장면이 머리에서 안 지워졌어.
어린이집 정문 앞에 차를 세웠을 때 이미 하원 시간이었어. 아내가 보이긴 했어. 그런데 아이 다른쪽 손을 남자가 잡고 있었어. 처음 보는 얼굴은 아니었어. 작년 가을 소풍 때 멀리서 본 적 있는, 아내 회사 사람이었어.
나는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핸들을 잡은 채로 봤어. 아이가 그 남자 쪽을 보며 웃고 있었어. 낯설어하는 표정이 아니었어. 그게 제일 먼저 마음을 건드렸어.
선생님이 배웅하러 나와서 그 남자에게 먼저 고개를 숙이며 말했어. "아버님이 이번 주도 자주 와주셨네요."
그 순간 나는 차 문을 열다 말고 멈췄어. 선생님 말투가 오늘 처음 온 사람 대하는 소리가 아니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