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살 돌싱 누나랑 만나는 중임.
나는 28이고, 서로 나이는 알고 시작했음.
지난주에도 누나 집에서 자고 출근했는데
모르는 이름으로 30만 원이 들어옴.
곧바로 문자가 하나 왔는데 누나 전남편이더라.
내 번호는 누나한테 받았대.
저번에 둘이 여행 간 거 잘 다녀왔냐면서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함.
기분이 진짜 이상해서 누나한테 보여줬더니
놀라지도 않고 돈을 돌려주지 말라는 거임..
처음엔 내가 누나랑 만나는 걸 그쪽이 몰랐나 싶었음. 알면서 돈을 보낼 이유가 없잖아. 돌려받을 돈을 잘못 보냈거나, 아니면 나중에 무슨 말 하려고 일부러 이러나 싶기도 했고.
전화했더니 엄청 반갑게 받더라. 여행 사진 봤다고, 자기는 걔랑 살면서 바다 보러 간 적도 별로 없었다고 함. 그러더니 나한테 결혼 생각은 있냐고 물어봄. 만난 지 석 달 됐는데 전남편한테 그 질문을 받으니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일단 아직 모르겠다고 했음. 그랬더니 급할 건 없는데 좋은 사람 같으니 오래 만났으면 좋겠다더라. 나를 본 적도 없는 사람이.
퇴근하고 누나 만났는데 대충 사정을 알게 됨. 이혼할 때 재산 나눈 것 말고도 전남편이 따로 약속한 게 있었대. 누나가 일 다시 구하고 생활 자리 잡을 때까지 매달 돈을 보태주기로 했다고. 둘이 개인적으로 정한 거라는데, 누나는 그걸 아직 받고 있었음.
나는 가끔 전남편이랑 연락한다는 것만 알았지 생활비까지 받는 줄은 몰랐음. 누나한테 그럼 내가 돈 못 버는 줄 아냐고 물었더니 그게 아니라면서 웃더라. 그 사람은 내가 빨리 다른 사람이랑 살림 차리길 바라는 거라고.
알고 보니 전남편도 지금 만나는 여자가 있음. 그 여자가 왜 헤어진 사람 생활비를 아직도 주냐고 해서 그 문제로 자꾸 싸운대. 그렇다고 해주겠다고 한 말을 대놓고 뒤집기는 싫으니까, 나랑 잘돼서 누나 쪽에서 먼저 그만 받겠다고 하길 기다리는 거였음.
그날 받은 돈은 내가 부탁한 것도 아니고 누나한테 줄 돈에서 뺀 것도 아니래. 진짜로 데이트 잘하라고 따로 보낸 거였음. 내가 잘할수록 자기한테도 좋으니까.
솔직히 그 얘기 듣고 기분이 꽤 나빴음. 내가 좋아서 만나는 건데 뭔가 그 집에서 떠맡기려는 사람 된 것 같았거든. 누나도 눈치챘는지 자기는 그 사람한테 나를 맡아달라 한 적 없다고 함. 번호 달라길래 둘이 인사라도 하려나 보다 하고 줬대.
왜 그런 걸 나한테 묻지도 않고 주냐고 했더니, 나도 누나 사진 친구들한테 허락 없이 보여주지 않았냐더라. 그거랑 이건 다르다고 했는데 말이 길어지기 싫어서 관뒀음.
더 이상했던 건 다음 말임. 돈 보냈으니 우리 더 비싼 데 가도 되겠네, 이러더라. 나는 지금 그 사람 돈으로 누나랑 데이트하는 상황 자체가 싫은 건데 누나는 왜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냐고 함. 어차피 걔 돈이고 우리가 손해 볼 게 뭐 있냐고.
30만 원 돌려보내려고 계좌 달라고 문자했음. 그랬더니 전남편이 부담 줬으면 미안하다면서 다음부터는 여행 예약을 자기가 해주겠대. 아니 다음이 있다는 게 더 이상하잖아.
아직 돈은 내 통장에 있음. 누나랑 주말에 만나기로 한 것도 그대로고. 이 얘기를 친구한테 어디서부터 해야 되나 싶어서 그냥 여기 씀. 누나가 별로면 진작 안 봤을 텐데, 막상 얼굴 보면 또 좋긴 좋음.
오늘 점심에는 그 사람한테 문자가 또 왔다.
둘이 싸운 건 아니죠? 혹시 제가 실수했나요?
여친 전남편한테 우리 연애 상황을 보고해야 되나 지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