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연상 유부녀가 남편이랑 싸웠다고 저보고 오늘..

난 서른두 살 남자고, 같은 팀 대리님은 나보다 다섯 살 많은 기혼 여성이었어. 평소엔 업무 얘기만 하는 사이였어. 개인적으로 연락한 적도 없어서, 회식이 끝나고 집 방향이 같으니 택시를 같이 타자는 말에도 별생각 없이 탔어.

처음에는 차 안에서도 다음 주 일정 얘기를 했어. 그러다 대리님이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더니 한숨을 쉬었어. 요즘 배우자와 자주 다툰다며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했어.

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듣고 있었어. 괜히 어느 쪽 편을 들었다가 실수할 것 같았거든. 대리님도 답을 바라는 건 아닌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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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앞에 도착해서 인사를 하고 문손잡이에 손을 댔어. 그런데 대리님이 내 쪽으로 팔을 뻗더니 문에 있는 잠금 버튼을 눌렀어.

대리님이 나를 보면서 말했어. “잠깐만. 나랑 얘기 좀 더 하고 가면 안 돼?”

난 손잡이를 놓고 대리님 얼굴을 봤어. 아까까지 창밖만 보던 사람이 내 앞을 막고 있으니까 순간 말이 안 나왔어. 술 때문에 속이 안 좋은 건가 싶어서 어디 불편하시냐고 물었어.

그러자 대리님이 내 손목을 잡았어.

“너는 내가 이렇게 힘들다는데 그냥 가고 싶어? 오늘은 나 좀 챙겨 주면 안 돼?”

그 말을 하면서 내 쪽으로 몸을 붙이는데, 그제야 내가 생각한 위로와 대리님이 원하는 게 다르다는 걸 알아챘어. 난 등을 문 쪽으로 붙이고 잡힌 손을 빼려고 했어. 그런데 대리님 손에 힘이 들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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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복잡해졌어. 당장 손을 뿌리치고 싶은데 내일 회사에서 볼 얼굴이 먼저 떠올랐어. 내가 맡은 일을 확인하고 수정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었거든. 그 몇 초 동안 웃으면서 넘길 말을 찾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싫었어.

그래서 웃는 걸 멈추고 말했어. “대리님, 손 놓으세요. 저는 이런 자리인 줄 알고 탄 게 아니에요.”

대리님 표정이 굳었어. 그래도 손을 놓길래 내가 잠금 버튼을 풀었어. 문을 열자 대리님이 등 뒤에서 말했어.

“너 지금 좀 과하게 받아들이는 거 아니야? 그냥 힘들어서 그런 건데.”

난 열린 문을 잡은 채 대리님에게 대답했어. “힘든 얘기는 들을 수 있어요. 그런데 문 잠그고 붙잡으시면 저는 무서워요.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차에서 내려 문을 닫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어.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손끝이 자꾸 빗나갔어. 집 앞까지 왔는데도 내 마음대로 내릴 수 없었던 순간이 계속 떠올랐어.

집에 들어가서는 외투도 안 벗고 한참 앉아 있었어. 혹시 내가 애매하게 행동했나 싶어서 택시에서 한 말을 처음부터 되짚었어.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같이 귀가하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것밖에 없었어. 그제야 휴대전화를 꺼내 있었던 일을 시간 순서대로 적어 뒀어.

다음 날 출근하니까 대리님은 내 인사를 받지 않았어. 내가 보낸 업무 자료에도 답이 없었어. 확인이 필요한 부분을 물으려고 가까이 가자 화면에서 눈도 떼지 않고 말했어.

“앞으로는 꼭 필요한 얘기만 하자. 괜히 또 오해받기 싫으니까.”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어.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사무실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든 사람처럼 느껴졌어. 자리로 돌아가 자료를 열었는데 같은 줄만 계속 읽고 있었어. 어젯밤에는 붙잡혀서 눈치를 봤고, 오늘은 일을 못 끝낼까 봐 눈치를 보고 있었어.

점심시간이 끝난 뒤 대리님에게 잠깐 얘기하자고 했어. 빈 회의실에 들어갔고, 난 문 가까운 의자에 앉았어. 대리님이 먼저 어제 일 때문이냐고 묻길래 고개를 끄덕였어.

난 준비해 둔 말을 천천히 했어. “제가 오해했다고 넘기시면 안 돼요. 내리려는데 문을 잠그셨고, 손목을 잡으셨어요. 저는 분명히 싫다고 말씀드렸어요.”

대리님은 한동안 말이 없었어. 그러다 술을 마셔서 판단이 흐려졌다고 했어. 난 그 말을 듣고도 바로 괜찮다고 대답하지 않았어.

“어제 일 때문에 업무 답변까지 못 받는 상황은 곤란해요. 필요한 확인은 해 주세요. 저도 앞으로 업무 내용은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전달할게요.”

말을 끝내고 나니까 무릎에 힘이 풀렸어. 그래도 사과부터 하거나 내 말을 거두지는 않았어. 대리님은 결국 선을 넘어서 미안하다고 했어. 난 알겠다고만 하고 회의실에서 나왔어.

그날 오후에 자료 확인 답변이 왔고, 뒤이어 어젯밤 행동을 사과하는 메시지도 받았어. 난 메시지를 남겨 두고 업무 답변에만 회신했어.

그 뒤로 사적인 연락은 오지 않았어. 나도 대리님과 필요한 일만 이야기했어. 당장 예전처럼 편해지지는 않았지만, 불편한 기색을 보일까 봐 일부러 웃어 주는 건 그만뒀어.

한동안 퇴근할 때마다 그 택시 안이 생각났어. 특히 문이 잠기는 소리는 쉽게 잊히지 않았어. 그래도 내가 너무 예민했나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내 손으로 잠금을 풀고 내렸던 순간까지 같이 떠올리려고 했어. 그날 내가 한 거절까지 잘못이었다고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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