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둔 여친이 전남친이랑 하룻밤만 보내고 싶다고 함.
술 먹고 한 말도 아니고, 카페에서 진지하게 꺼냄.
첫 연애를 제대로 끝내야 나한테 집중할 수 있대.
내 표정 보더니 허락 없이 하겠다는 건 아니라고 함.
차라리 솔직히 말한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이미 그쪽이랑 얘기한 거냐고 물었음.
여친이 대답 대신 달력을 켜는데..
다음 주 토요일에 표시가 돼 있었음.
그날 내가 친구들한테 청첩장 주러 가기로 했거든. 여친이 남자들끼리 편하게 놀라고 해서 고맙다고까지 했었음.
여친은 스물여덟, 나는 스물아홉임. 2년 만났고 결혼식은 세 달 남았음. 전남친이 첫사랑이라는 건 알고 있었음. 20대 초반에 오래 만났고, 헤어질 때 서로 감정이 남았다는 얘기도 들었음. 근데 헤어진 지는 몇 년 됐다고 했음.
“둘이 만나서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자고 싶다는 거야?”
여친이 한참 컵을 만지다가 고개를 끄덕였음.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 건 아는데 미련을 남기고 결혼하기 싫대. 그 사람한테 돌아가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라고 했음.
나는 내 결혼 얘기를 듣는 건지 누가 상담해달라는 건지 구분이 안 됐음.
그 남자도 동의했냐고 하니까, 자기가 결혼한다는 얘기를 했더니 마지막으로 얼굴 한번 보자고 했대. 그러다 둘이 이런 얘기까지 나왔고, 내 생각이 제일 중요하니까 지금 묻는 거래.
약속 날짜까지 잡아놓고 내가 제일 중요하다는 게 말이 되냐고 했음. 확정은 아니고 가능한 날을 확인했을 뿐이래.
내가 싫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음. 안 하겠대. 대신 자기가 얼마나 어렵게 꺼낸 얘기인지 이해는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음.
여기서 그냥 안 된다고 말하고 결혼을 진행하면, 앞으로 부부싸움 할 때마다 저 토요일이 생각날 것 같았음. 그래서 나는 결혼을 지금 상태로 진행 못 하겠다고 했음.
그제야 여친이 목소리를 높였음. 실제로 한 일도 없는데 생각을 말했다고 결혼까지 엎느냐고. 나는 네 생각을 바꾸라고 설득하면서 식장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했음.
집에 와서도 계속 연락이 왔음. 처음에는 내가 너무 극단적이라고 하다가, 밤에는 그 남자 연락처를 지운 화면을 보내왔음. 이 정도면 됐냐고 묻더라.
나는 연락처 하나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라고 답했음.
이틀 뒤에는 전남친이 먼저 만나지 말자고 했다는 말도 왔음. 내가 반대한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괜히 남의 결혼에 끼고 싶지 않다고 했대. 그 말을 듣고 더 허탈했음. 그 사람은 빠지면 끝인데 나는 집 계약이랑 예식장 예약을 들고 남아 있었음.
양가에 결혼을 미루겠다고 말했음. 처음부터 이유를 다 말하고 싶지 않아서 둘이 해결할 문제라고만 했는데, 여친 아버지가 전화하셨음. 옛날에 만난 사람 한번 보겠다는 걸 왜 이렇게 크게 만드냐고 하시더라.
여친이 어디까지 말씀드렸는지 모르겠다고 하니까 잠깐 조용해지셨음. 그 뒤로는 나한테 이유를 묻는 전화가 안 왔음.
예식장에 취소 비용을 확인해서 여친한테 보냈음. 누가 얼마를 낼지는 정리하자고 했더니, 돈 얘기를 바로 하니까 정말 남이 된 것 같대.
그 말에는 답을 못 했음. 나는 카페에서 이미 그 느낌을 받았거든.
지난주에 서로 맡아둔 짐을 돌려줬음. 여친이 마지막으로, 그때 내가 싫다고 한마디만 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거라고 했음.
나는 이미 그 말을 했었음. 다만 여친이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게 싫었던 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