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에 헬스장 탈의실에서 시계를 도둑맞았음.
아버지가 사준 거라 뒤에 내 생일이 새겨져 있었고.
신고까지 했는데 결국 못 찾았음.
며칠 전 중고 앱에 같은 모델이 올라와서
혹시나 하고 뒷면 사진을 부탁했음.
흠집 위치랑 각인까지 내 것 같더라.
판매자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였음.
사위한테 선물받았는데 잘 안 차서 판다고.
만나서 내 사정을 설명하고 예전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아저씨도 한참 시계를 뒤집어봄.
그러더니 혹시 어디서 근무했었냐고 묻는데..
회사 이름을 말씀드리니까 휴대폰에서 사진을 찾으시더라.
딸 결혼사진이었음.
거기 있는 사위 얼굴 보고 바로 알아봤음.
예전에 우리 팀에서 일하던 후배였음.
헬스장도 걔가 같이 다니자고 해서 등록한 거였고.
시계 없어진 날 나보다 먼저 카운터에 가서
누가 주워온 거 없냐고 물어봐준 것도 걔였음.
아저씨한테 그 얘기까지는 바로 못 하겠더라.
일단 같은 회사 사람이 맞다고만 했음.
그랬더니 후배한테 전화를 걸어서 스피커로 바꾸심.
“너 나 준 시계 어디서 났다고 했지?”
후배는 자기가 차던 거라고 함.
아저씨가 내 이름을 말씀하시니까 잠깐 말이 끊겼음.
그러고는 아버님 제가 다시 전화드리겠다고 하고 끊더라.
조금 뒤 내 번호로 전화가 왔음.
번호 안 바뀌셨네요, 정말 오랜만입니다로 시작하더니
장인어른께는 더 말씀하지 말아달래.
그때 내가 시계를 놓고 가서 자기가 챙겼는데
돌려줄 타이밍을 놓쳤다고 함.
내가 며칠 동안 찾아다니고 신고한 것도 알면서 무슨 타이밍이냐고 했음.
걔는 회사 옮기고 정신없이 살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만 하더라.
아저씨는 그 자리에서 시계를 돌려주셨음.
아무것도 모르고 내놓은 거라고 거듭 말씀하셔서
아저씨가 미안해하실 일은 아니라고 했음.
집에 와서 후배 카톡을 예전 것까지 찾아봤음.
시계 잃어버린 다음 날 걔가 나한테 보낸 말이 남아 있더라.
“형, 비싼 건 헬스장에 차고 다니지 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