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ㅍ에서 만난 29살이 첫날부터 ㅎ텔 가자고 한 소름돋는 ‘이유’ ㄷㄷ

소개팅을 시작한 지 30분도 안 됐는데 스물아홉 살 유나가 먼저 호텔로 가자고 했어. 나는 마흔일곱이고 이혼한 지 3년째였어. 솔직히 순간 마음이 흔들렸지만, 너무 빠른 전개라 장난인지부터 의심했어. 유나는 내 표정을 보더니 “사람 많은 데가 싫어서 그래요. 차 한잔만 더 마셔요”라고 웃었어.

지인의 소개가 아니라 중년 돌싱들이 많이 쓴다는 앱에서 만난 사이였어. 유나는 프로필에 회사원이라고 적어 두었고, 대화할 때도 먼저 야한 말을 하거나 사진을 요구한 적은 없었어. 오히려 책과 여행 이야기를 해서 열흘 정도 연락한 뒤 만난 거였어.

카페에서 만난 모습도 사진과 같았어. 계산할 때는 자기가 커피값을 내겠다고 했고, 이혼 이유나 재산 같은 것도 묻지 않았어. 그래서 호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나도 경계심을 조금 내려놓았던 것 같아. 우리는 택시를 타고 근처 작은 호텔로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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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프런트 직원은 신분증도 묻지 않고 유나를 보자마자 803호 카드키를 건넸어. 유나는 방 번호를 확인하지도 않고 엘리베이터 8층 버튼을 눌렀고, 누군가에게 ‘올라가요’라는 짧은 메시지를 보냈어. 내가 누구냐고 묻자 친구에게 귀가 연락을 한 거라고 했어.

방에 들어가자 유나는 테이블 위 작은 상자를 가리켰어. “요즘 몰래 촬영이 무서우니까 휴대폰이랑 지갑은 여기 넣어 주세요.” 휴대폰까지 넣으라는 말이 이상해서 나는 전원을 끄는 척만 하고 코트 안주머니에 그대로 넣었어. 유나는 미니 냉장고에서 이미 뚜껑이 열린 음료 두 병을 꺼냈어.

그때 욕실 쪽에서 아주 작게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어. 유나는 청소 도구가 넘어졌을 거라며 내 앞을 막았어. 나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 현관으로 향했는데, 문손잡이가 바깥에서 한 번 내려갔다 올라왔어. 동시에 유나의 웃는 표정이 사라졌어.

“그냥 합의금만 보내면 조용히 끝나요.”

문이 열리자 서른 넘어 보이는 남자 둘이 복도에 서 있었어. 한 명은 내가 유나를 억지로 데려온 장면을 다 찍었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가족과 회사에 영상을 보내기 전에 삼천만 원을 입금하라고 했어. 하지만 나는 이혼 뒤 개인 택시를 시작해서 회사도 없었고, 가족에게 숨길 직장도 없었어. 무엇보다 방에 들어오기 전부터 수상해서 휴대폰 녹음을 켜 둔 상태였어.

나는 큰소리로 호텔 직원을 불렀고, 엘리베이터 앞 비상벨을 눌렀어. 남자들이 달아나는 동안 유나는 계단 쪽으로 뛰었지만 출동한 경찰과 마주쳤어. 조사 과정에서 그 방에는 침대 쪽을 향한 소형 카메라가 있었고, 서랍에서는 다른 남자들의 명함과 송금 내역이 나왔다고 했어. 비슷한 방식으로 돈을 보낸 피해자가 여러 명이었다는 것도 나중에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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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온 뒤 앱을 다시 열어 보니 유나의 계정은 이미 사라져 있었어. 내가 저장해 둔 건 대화 캡처와 803호 카드키 사진뿐이었어. 첫 만남에 먼저 다가온 젊은 여자가 신기한 게 아니라, 내가 믿고 싶은 장면만 골라 보고 있었다는 게 더 소름 끼쳤어. 그 뒤로 소개팅을 그만두진 않았지만, 누군가 속도를 지나치게 올리면 설렘보다 이유부터 확인하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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