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날 경리 누나와 선을 넘긴 남자

나는 스물둘에 서울 작은 건설 회사에 들어갔어. 사장, 상무, 공사팀, 경리. 그 정도 규모였어. 경리 누나는 나보다 많아 보였고 유부녀였어. 얼굴은 예뻤는데, 솔직히 건드릴 생각은 없었어. 유부녀를 건드린다는 거 자체가 이상하잖아.

엑셀을 내가 좀 했거든. 그래서 그 여자가 현장 나가 있을 때도 전화로 물어봤어. 어느 날 사무실에 둘만 있는데 옆으로 와서,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하면서 얼굴을 들이미는 거야. 샴푸 냄새가 났어. 그때 내가 여자 경험이 별로 없었어. 유부녀인데도 설레더라고. 그래도 그날은 그냥 넘어갔어. 그 뒤로도 직원끼리 얘기만 하고 지냈어.

그렇게 몇 달을 보내다가, 봄에 사무실을 옮기게 됐어. 이사 날이 휴일이었는데 나도 그 여자도 출근했어. 나는 인부들이랑 짐 옮기고, 그 여자는 사무용품 정리하고. 점심 먹고 나니까 사장이 할 일 다 했으니 퇴근하라고 했어. 그 여자가 “나도 같이 남을게요” 하는 거야. “그냥 퇴근하세요” 했더니, “그럼 근처에서 커피나 하고 있어야겠다”며 나갔어.

오 분도 안 돼서 전화가 왔어. “사무실에서 왼쪽으로 가면 카페 있는데, 나 지갑을 안 들고 왔어. 커피 사 주러 여기 올래?” 이사하느라 피곤했는데 그냥 갔어. 칸막이 커튼 쳐진 자리였어. 소파에 앉으니까 더 피곤해지더라고. “원래 쉬는 날인데 출근하고, 남편도 집에서 쉴 거 아니에요” 했더니 “뭐 그렇긴 한데 이사하는데 빠져서는 안 되잖아. 여기 옆에 앉아 봐.”

앉았더니 “일도 도와줘서 고맙네” 하더니, 갑자기 내 볼에 입을 맞추는 거야. 호감 정도는 있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어. 당황했어. 무슨 용기였는지 “볼 말고 입술에 해야지” 했어. 그 여자가 “뭐 그래” 하면서 입술에 맞춰 주는 거야. 그 자리에서 더 가진 못했어. 커피 다 마시고 각자 집으로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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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하고 나니까 사장이고 상무고 현장을 뛰었어. 나도 일주일에 반은 현장, 반은 사무실. 카페에서 그 일 이후로 사무실 출근하는 날이 이상하게 설레더라고. 점심도 배달시켜 먹고 커피도 같이 마시고, 둘만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스킨십도 자연스럽게 늘었어.

어느 날 잘 입지도 않는 치마를 입고 왔어. 그 여자가 나한테 “너 보여 주려고 입고 왔어” 하는 거야. 그날은 그래도 일만 하고 넘어갔어. 며칠 뒤 현장에서 아홉 시쯤 올라가는데 전화가 왔어. “사무실 언제 와. 너 보고 싶다. 사장이랑 상무 방금 지방 갔어.” “커피 사 갈까” 했더니 “그래.” 도착하니까 “보고 싶었어” 하면서 휴게실로 손을 잡아 끄는 거야. “너 여자 경험 별로 없다고 했지.” 키스하는 거 보니까 그런 줄 알았대. 그날 사무실에서 선을 넘겼어.

그 전엔 모텔은 못 갔고 사무실에서만 만났거든. 월드컵 경기 보던 날, 종로에서 축구 보고 제대로 밤을 보냈어.

그렇게 지내다가 나중에 남편을 따라 지방으로 간다고 했어. “보고 싶다”, “안고 싶다”는 전화가 줄다가, 어느 날부터 연락이 끊겼어. 그 카페 칸막이 안에 앉던 오후만 아직도 선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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