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이 일어나기 전, 김재규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동안 나 없이도 잘 지내야 한다.”
아들은 그때 이미, 아버지가 유신정권을 끝내겠다고 작심한 뒤였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당시로 되돌아간다면 아버지를 말리고 싶다.”
이 말은 2012년 3월 동아일보 단독 인터뷰에서 나왔다. 화자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과 내연 관계였던 장정이 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김모 씨다. 인터뷰 당시 43세. 실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아버지 사형 이후 그는 우울증과 대인기피로 사회생활을 거의 하지 못했다. “역적의 사생아”라는 손가락질이 견디기 힘들어 평생을 숨어 지냈다고 했다.
그가 40년 넘게 살던 집은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아버지가 지어준 집이었다. 땅은 훗날 서울시교육청 소유로 넘어갔고, 취득시효를 주장한 소송은 2010년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2012년 봄, 퇴거 기한이 닥친 폐가에서 김 씨는 기자와 만났다. 천장 일부가 주저앉고 곰팡이가 핀 집이었다.
“평생 숨어 지냈는데 이제 집에서까지 쫓겨나니 참담하다.”
쇼츠가 끊은 지점이 바로 여기다. 그날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었던 말은, 아버지를 말리고 싶다는 한마디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