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국 못 참고
고1 여름쯤이었나
그날도 둘이 거실에 앉아서 티비 보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장난치던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내가 이상한 말을 꺼낸 거야
“오빠는 나 어떻게 생각해?”
지금 생각하면 진짜 말도 안 되는 질문인데
그땐 그게 너무 진심이었어
오빠는 처음엔 웃으면서 넘기려다가
내 표정 보고 좀 굳더라
장난 아닌 거 눈치챈 거지
“너 아직 어리잖아. 그런 거 아니야.”
그 한마디였는데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뭔가 깨지는 느낌
나는 계속 우겼어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고
장난 아니라고
진짜라고
근데 오빠는 끝까지 선을 긋더라
“넌 그냥 가족이야.”
그 말 듣는데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가슴은 전혀 이해를 못 하겠더라
그날 이후로
같이 있으면 더 어색해지고
예전처럼 웃고 떠들던 것도 안 되고
괜히 나 혼자 더 예민해지고
결국 내가 먼저 피하게 됐어
고2 올라가면서
집에서도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고
학교 핑계로 늦게 들어오고
주말에도 밖에 나가 있고
근데 웃긴 게
멀어지니까 더 생각나
그때 처음 알았어
정리 못 한 감정이 얼마나 오래 가는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덮어지는’ 거더라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지금은…
그때처럼은 아니야
근데 가끔
아무렇지 않게 웃는 사람들 보면
그 시절 생각이 나
아, 나도 저렇게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하던 때가 있었지
싶어서
그리고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솔직했고
훨씬 용감했던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