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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는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90대 할아버지가 현금 1억원을 기부했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져 왔습니다. 갈색 점퍼에 지팡이를 짚은 단아한 노인은 지난 22일 오후 3시께 청주시 내덕동 청주시청 임시청사 2층 복지정책과를 찾아 흰색 종이가방을 내밀었다고 하죠.
“1억원인데 기부하고 싶어요.” 노인이 가져온 종이가방 안에는 실제로 1억원의 현금 다발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우정수 청주시 복지정책과 희망복지팀 주무관은 귀를 의심했다. 우 주무관이 다가가자 이 노인은 “평소 방송 등에서 기형 등 중증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팠다.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나지막이 말했다고 합니다. 우 주무관이 행정기관인 청주시에선 현금을 받을 수 없고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입금해야 한다는 뜻을 알리자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고 하는데요.
또한 그는 “기부금 영수증도 필요 없고 무엇을 바라고 기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름과 신분, 주소 등도 일체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행정기관인 청주시에선 현금을 받을 수 없고 모금회에 입금해야 기부 절차가 완료되는데요.
우 주무관은 노인의 팔을 잡고 이웃 건물 청주시금고(농협)로 향했습니다. 노인은 걸음이 약간 불편했다고 하죠. 우 주무관은 10분 남짓 걸으며 이름, 나이 등을 물었지만 노인은 “90살 한창 넘었어요. 다른 것은 묻지 마세요. 알리고 싶어서 하는 일 아니니까요”라고 말문을 막았다고 합니다.
우 주무관과 노인은 농협 계좌를 통해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입금했습니다. 그리고 걱정이 되었던 주무관은 “할아버지 자식이나, 사모님께서 뭐라 하지 않으실까요”라고 말을 건네자, 노인은 “허허. 다행히 자식들도 잘 자라 자리를 잡았으니 서운하다고 하지 않을 겁니다. 괜찮아요”라고 했다고 하네요.
입금 뒤 노인은 장애인 등이 이용하는 승합차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고, 우 주무관은 차가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