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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오히라 미쓰요입니다. 전 어린 시절 비행
소녀였고 할복자살을 기도했으며 야쿠자의 아내로 살았습니다. 호스
티스 생활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변호사가 되었고 오사카에서
소년사건 전담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원조교제와 마약복용
으로 소녀원에 왔던 한 소녀가 제 강의를 듣고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못 했던 공부도 하면서 세무사가 되고 싶다고요.
그리고 몇 년 후 그 소녀는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여러분도 이곳이
마지막 나락이 아니라 새로운 목표를 세울 수 있는 꿈의 공장이라고 생각하십시오.”
1965년 일본 효구연에서 태어난 오이라 미쓰요는 아버지가 38세 어머니가 37세 때 얻은 무남독녀이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근처에 사시는 외할머니가 돌봐주셨다 외할머니는 외손주들에 대한 정이 각별했는데 특히 장녀가 늦은 나이에 낳은 외손녀인 미쓰요를 많이 이뻐했다.
부모님 역시 미쓰요를 많이 사랑했는데 좋아하는 도시락을 만들어주고 타계에 든 행사가 있으면 직장을 쉬면서까지 참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스요에게 불행이 시작된다. 1978년 가족의 이사 때문에 중학교를 전학하게 된다.
그렇게 미쓰요는 학창시절 왕따를 당했다.
미쓰요는 절망에 빠진 나머지 자살을 결심했다.
선생님마저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으면 누구도 자신을 지켜주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에 빠졌다. 미쓰요는 그날 집으로 돌아와 칼을 들어 자신의 복부를
찔렀다. 곧이어 병원으로 옮겨지고 수술을 받았다. 간신히 목숨은 건
졌다. 며칠 후 학교로 돌아온 그녀는 아이들에게 더욱 심한 말을 들어야만 했다.
“. 제대로 죽지도 못하는 년!”
미쓰요의 분노는 힘없고 가엾은 어머니를 향했다.
“내가 이렇게 된 건 전부 네 탓이야. 애초부터 나를 낳지 말았어야
지. 나는 태어난 것부터가 잘못이야. 네 잘못된 선택이라구.”
미쓰요는 어머니를 향해 침을 뱉었다. 머리채를 움켜잡고 그 자리
에 내동댕이쳤다. 발로 마구 찼다.
“제발 그만해!”
“듣기 싫어. 이 마귀 할멈아! 날 다시 뱃속으로 집어넣어줘!”
미쓰요는 울면서 애원하는 어머니에게 더 심한 발길질을 해댔다.
그때부터 미쓰요는 마약과 혼숙을 일삼는 폭주족과 어울려 다니며
비행소녀로 전락했다. 열여섯 살 때는 야쿠자 보스와 결혼하기도 했
다. 그리고 온몸에 문신을 새기고 호스티스로 일했다. 수많은 남자가
그녀를 옆에 앉히고 싶어했다.
“역시 어린년이라 탱탱하군.”
남자들은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은 미쓰요를 자신들의 성적 노리개
로 마구 대했다.
‘이게 아니야. 이건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니야.’
절망의 세월이 흘렀다. 하루하루가 지옥과도 같은 삶이었다. 그동
안 자살도 몇 차례 더 시도했지만 생명은 생각보다 질겼다. 그러던
어느 날 미쓰요는 양아버지인 오히라 히로사부를 만났다. 그녀의 나
이 스물세 살 때였다. 이때부터 미쓰요는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했
다.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이렇게 살 것만 같았다.
“아버지, 저 공부하고 싶어요.”
“그래, 무슨 공부를 하려고 하니?”
“변호사가 될 거예요. 그래서 저처럼 절망에 빠진 아이들의 친구
가 되어 그들에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만들 거예요. 도와주실 거죠?”
그때부터 미쓰요는 변호사 시험에 전력을 다해 매달렸다.
한자도 제대로 못 읽었던 미쓰요는 그날부터 공부에 매진하기 시
작했다. 먼저 사법서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통신대 법학부를 졸업
한 후 스물아홉 나이에 일본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리고 자신의 바
람대로 비행 청소년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
를 들어주고 든든하고 믿음직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아이들은 자신
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미쓰요에게 그동안의 고통과 괴로
움을 하나하나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미쓰요가 그토록 원하던 삶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곧이어 불행이 닥쳐왔다. 친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그녀는 서둘러 고향으로 향했다. 벌써 많은 친지가 모여
있었다. 미쓰요는 편안한 얼굴로 누워 있는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그
리고 아버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빠,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한 번 아빠 딸로 태어나도 돼? 다시
는 슬프게 만들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아빠는 말이 없었다. 땅을 치고 후회해도 아버지는 눈을 뜨
지 않았다. 비록 목표는 이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과거의 잘못
된 생활 때문에 맹장과 간에 문제가 생겼다. 문신 때문에 의사들에게
‘오래 살 수 없다’는 말도 들었다. 그녀는 다시 절망에 빠졌고 죽음을 생각했다
그때 그녀를 구해준 것은 일 때문에 자주 만난 동료 변호사였다.
그들은 서로 사랑에 빠졌고 재혼했다. 며칠 후 병원을 다녀온 미쓰요
가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저 임신이래요.”
미쓰요가 마흔두 살 때의 일이다. 부부는 서로 손을 잡고 크게 기
뻐했다. 아이는 그들에게 큰 축복이자 행복이 되었다. 하지만 미쓰요
에게는 또 다른 아픔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날 미쓰요에게 의사가 전화를 걸어왔다. 의사는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인, 검사를 한 번 더 해봐야겠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아이에게 다운증후군 증세가 포착되었습니다. 좀더 정밀한 조사
를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날 밤 미쓰요는 남편에게 이 사실을 말했다.
“제 잘못이에요. 어릴 때 마약과 술에 빠져 살았어요. 몸도 함부로
굴렸죠. 마흔두 살 먹은 제가 아이 욕심을 낸 게 화근이에요. 하늘이
제게 벌을 내리시는 거라구요.”
그때 미쓰요의 머릿속에는 철없던 어린 시절 어머니를 향해 퍼부
었던 폭언과 폭력이 떠올랐다. 되돌릴 수만 있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라도 그 말을 취소하고 싶었다. 그 순간 미쓰요가 무엇인가를 결
심한 듯 입을 열었다.
“여보, 전 이 검사를 받지 않겠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다운증후군이라고 판명나면 어떻게 하죠? 유산을 시킬 건가요?”
“….”
“전 아이가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나도 하늘에 감사하며 키울 거예
요. 제게는 자식을 선택할 권리가 없어요. 이게 만약 하늘의 뜻이라
면 따를 거예요. 태어나기도 전에 장애인인지 아닌지 판별해서 아이
를 선택할 수는 없어요. 그건 우리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될 가혹한 선
택이에요. 저는 절대로 그럴 수 없어요.”

미쓰요는 자신의 의지대로 검사를 받지 않고 아이를 낳았다. 예쁜
딸이었다. 의사의 예상대로 아이는 다운증후군을 안고 태어났다. 하
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이에게 있었다.
“우리 하루카가 살 수 있을까요?”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만….”
미쓰요의 딸 하루카는 태어나자마자 백혈병에 걸렸다. 게다가 심
장에는 두 군데나 구멍이 뚫려 있었다. 미쓰요는 그날부터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하루카의 곁을 지켰다. 아이를 볼 때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자신이 그토록 깊은 상처를 주었던 어머니의 얼굴이
자꾸만 어른거렸다.

“하루카, 꼭 살아줘. 엄마가 이렇게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할게. 제
발 엄마의 기도를 들어주렴.”
미쓰요의 기도가 통했을까? 하루카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미쓰
요는 다운증후군 딸을 가진 것을 결코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도
리어 하루카가 커가는 모습을 기록해서 책도 내고 함께 방송에도 출
연했다. 무엇보다 바쁜 인생길에서 잠시 여유로운 삶을 살게 해준 큰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미쓰요와 그녀의 딸은 현재 일본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미쓰요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이 출발점. 인생이란 하루하루가 훈련이다. 나 자신을 갈고
닦는 훈련의 장이고 실패해도 되는 훈련의 장이며 삶의 감동을 맛볼
수 있는 훈련의 장이다. 지금의 행복을 기뻐하지 않는다면 언제 어디
서 행복해지려 하는가? 이 기쁨을 발판 삼아 힘껏 나아가자. 나 자신
의 미래는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있다. 지금 여기에서 노력하지 않는
다면 그 노력은 언제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