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가 바람펴 놓고 증거 조작으로 날 법정으로 세운 남편” 꼼짝없이 수억의 위자료 물어야 하는 상황에 시누이의 ‘폭탄선언’으로 남편은 까무러치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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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 소개부터 하자면 돌싱이자 혼자 살고 있는 50대 여자입니다. 저는 이제 전 남편과 있었던 사연을 써볼까 해요. 다른 사연 못지않게 재밌고 속 시원하니 꼭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스물여섯에 남편과 연애 결혼을 했어요. 저는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뒀습니다. 남편이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제 내조가 필요하기도 했고, 저도 사무실에 나가 남편의 일을 자주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어서 제 일을 포기했어요. 남편이 하는 일은 유통사업이었어요. 담배와 주류를 수입하고 납품하는 일이었죠. 워낙 이 시장에 달려드는 업자들이 많아서 거래처를 따내는게 하늘의 별따기인만큼 힘들었습니다. 그이는 열심히 발로 뛰어 많은 거래처를 확보하긴 했지만, 사업은 늘 중박 수준이었답니다. 그렇게 5년 동안 남편 회사에서 사무와 경리 일을 해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곧 남편의 능력으로 거래처가 2배로 확보되는 쾌거를 이루게 되어, 유지만 잘하면 평생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자리를 잡게 되자 저와 남편은 30대 초반이 됐고 임신을 계획하게 됐습니다. 저는 남편 사무실에 더는 출근하지 않고 오로지 내조만 하기로 했죠. 저희가 돈이 없어 애를 키우지 못할 상황이 아니니 더는 임신을 미룰 필요가 없다 생각해서 노력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아이는 저희 뜻대로 생기지 않았습니다. 1년 동안 “언젠간 생기겠지..” 하는 마음으로 보냈는데 한 번도 소식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봤는데 남편이 무정자증이라는 결과를 들려줬습니다. 저희 둘 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아무 말도 못했답니다. 제가 아이 가지고 싶다는 말을 노래처럼 떠들고 다녔는데 남편과는 절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걸 듣게 되니 많이 복잡했습니다. 그이는 저에게 많이 미안해하며 이혼을 원하면 받아주겠다고 했습니다.

-여보 내가 불임이라니.. 어이가 없지? 나도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 당신 애기 좋아하는데 나랑 계속 살 수 있겠어?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떠나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내가 위자료랑 그동안 고생한 거 다 챙겨 줄테니까, 좋은 남자 만나서 새 시집가.

-그게 뭔 개소리야? 당신 나를 뭐로 보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겨우 이런 거로 이혼하겠다는게 말이나 돼? 그리고 나 사실은 애기 별로 좋아하지 않아! 괜히 당신을 가정적인 남자로 만들고 싶어서 애기 타령한 거라고! 그러니까 아무런 신경 쓰지 마! 당신이 무정자든 뭐든 상관없단 말이야.

남편이 어리석은 말을 했지만, 제가 잘 말해줘서 작은 위기를 넘기게 됐습니다. 그 이후부터 저희 부부는 임신과 애기라는 단어는 금기어처럼 여기고 입에서 꺼내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아이없이 사는게 크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어서 금세 잊어버렸답니다. 한편 유일한 시댁 식구인 시누이와 저는 아주 많이 가까웠어요. 사실 남편을 만나게 된게 시누이 덕분이거든요. 시누이는 제 고등학교 동창이자 절친한 친구며, 정신적 지주였습니다. 친구 때문에 남편과 결혼을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저희 부부와는 달리 시누이는 애가 둘이나 있었답니다. 혼자 애키우는게 힘들다는 소리를 자주 해서 제가 이틀에 한 번씩은 찾아가서 도와줬어요. 아이들은 갓난쟁이들이었는데 하루 종일 울기만 해서 시누이가 몹시나 괴로워했답니다. 제가 시누이 집에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구세주를 만난 표정으로 저를 반겼어요.

-친구야, 올케, 와줬구나 고맙다, 고마워! 안 그래도 애기 둘을 동시에 안고 있어서 팔목이 나갈 것 같았거든. 어서 와서 첫째 좀 안아줘. 네가 나보다 힘이 세니까~

-고생 많다 친구야. 그러게 텀을 두고 둘째를 낳으라니까, 뭐가 급하다고 연년생으로 나왔냐?

-내가 이럴 줄 알았니? 난 순둥이들만 나올 줄 알았다고 어쨌든 올케이자 친구인데 네가 없었더라면 난 벌써 쓰러졌을 거야. 진짜 고마워 현미야. 너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봐 봐! 내가 그이한테 말해서 선물로 해줄테니까.

"지가 바람펴 놓고 증거 조작으로 날 법정으로 세운 남편" 꼼짝없이 수억의 위자료 물어야 하는 상황에 시누이의 '폭탄선언'으로 남편은 까무러치고 마는데...

-아이고~ 됐네요. 친구끼리 이런거로 선물을 주고 받는게 말이 되냐? 괜히 뭘 받으면 여기 찾아오는게 불편해질 걸? 내가 오는게 싫으면 선물을 주든가~

그러자 친구는 절대 선물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저에게 절대 발길을 끊지 말아 달라고 부탁의 말을 했답니다. 그래서 전 제가 낳지 못하는 아기들을 매일 같이 보러 가서 돌봐주며 힐링하고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거의 매주 가서 육아를 도와줬고 이후부터는 뜸하게 찾아가기도 했네요. 그렇게 저희는 20년의 세월을 남편과 부부로 잘 지내며 50대 줄에 들어섰어요.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부부관계가 뜸해지고 대화도 그닥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사랑보다는 의리와 우정으로 같이 사는 기분이었죠. 남편은 자기 일을 열심히 했고 저는 내조와 더불어 한 가지 중요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부터 남을 위해 봉사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주어져 보육원에서 매주 주말마다 봉사활동을 했답니다. 식당 배식부터 청소, 그리고 아이들 공부를 봐주고 놀아주기까지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봉사활동을 가서 아이들에게 조금의 도움과 힘을 주려고 갔는데 오히려 제가 치유받고 힘을 받아서 돌아왔어요. 그래서 더 열정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섰답니다. 그래서 남편과 저는 서로를 잘 배려하고 이해하며 잘 지내고 있었는데, 이 코로나라는 무서운 병이 뉴스에 터지고 많은 제약들이 생기며 남편의 유통사업이 심하게 어려워졌습니다. 남편이 유통하는 술집이 줄줄이 문을 닫으니 거래처가 절반 이상 사라지게 되어서 매출이 반에 반토막이 나고 말았죠. 뿐만 아니라, 거래하던 업체에서 잔금을 치르지 않고 잠수를 타는 바람에 크게 손해를 보게 됐습니다. 뭐 이래저래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라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 보려고 남편 사무실에 나가겠다고 했더니 지금은 자기 혼자서 발로 뛰어야 할 상황이니 괜히 나와서 고생하지 말라고 말리더라고요. 그래서 남편 사무실에는 나가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그 일을 도와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알바라도 뛰어서 생활비도 벌고 남편에게 조금의 돈이라도 보태줄 생각이었죠. 코로나 시국이긴 했지만 채용 사이트를 들어가보니 여러 공장에서 공고가 올라와 있더라구요. 집에서 컴퓨터를 많이 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는데, 진짜 컴퓨터 공장에서 일손이 부족하니 당장 출근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공고를 보게 됐습니다. 그래서 전 한 치의 고민도 하지 않고 곧장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받습니다. 뭐 면접은 그냥 몸이 건강한지만 확인하고는 바로 일을 시작하라고 하더군요. 제가 맡은 일은 어려울 건 없었고, 드릴로 컴퓨터 본체 뚜껑을 덮는 일이었습니다. 손목이 조금 아프긴 했지만, 단순한 일이어서 얼마든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네요. 그렇게 한 달을 꼬박 쉬지 않고 일해서 받은 월급을 남편에게 고스란히 전해줬습니다.

-여보, 이거 받아! 내가 공장에서 번 돈이야. 많지는 않은데 당신한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다.

-뭐? 당신 그동안 봉사활동 다닌다고 매일 나간게 아니라 공장에서 일한 거였어?

-어~ 지금 봉사활동할 상황이 아니잖아. 남편이 힘들어서 잠도 못자고 일하는데 내가 누굴 도우로 다니겠어? 여하튼 당신한테 조금이라도 도움되고 싶어서 벌어왔어. 이거 받고 힘 좀 내. 어깨 좀 펴고! 당신 사업이 다시 잘 될 때까지 도울테니까. 날 봐서라도 힘내!

제가 털털하게 남편 어깨를 토닥이었더니 그이가 눈물을 쏟아내면서 저를 끌어안았습니다.

-여보, 고마워.. 나 요즘 진짜 힘들었는데 당신이 이렇게 도와주니까 힘이 나! 나 절대 망하지 않을 거야! 평생 날 믿어온 당신을 위해서라도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여보 사랑해.

-얼씨구! 돈 봉투 주니까 사랑한다는 말이 절로 나오나 보네. 으이그~ 그만 울어. 그렇게 울고 있으니까 꼭 꼬맹이 같다.

-당신이 나보다 어른스러우니까 그렇지. 난 여보가 이렇게까지 해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진심으로 고마워..

남편은 저에게 꼭 보답하겠다며 다음 날에도 이른 시간에 출근해서 거래처를 하나라도 더 구하려고 많은 상가들을 돌아다녔답니다. 저도 공장에서 똑같이 일하면서 지냈는데, 남편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일할 맛이 나더라고요. 코로나가 무섭고 싫긴 했는데, 남편과 더 가까워진 것 같아서 좋기도 했답니다. 그렇게 몇 개월 동안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던 중 저는 일요일에 쉬게 됐고, 남편은 또 밖으로 나가 거래처를 알아보겠다고 나섰습니다. 제가 “가지 말고 하루 정도는 놀자”고 했더니 저에게 약속한 걸 지키려면 쉬거나 노는 건 사치라고 말하면서 나가더군요.

-여보, 쉬엄쉬엄해~ 당신 그러다가 병나~ 거래처 찾아내려다가 당신이 쓰러지게 생겼어!

-아니야.. 난 괜찮아 여보, 이제 곧 사업이 회복될 것 같으니까 조금만 더 참아줘. 그럼 다녀올게!

남편은 파이팅을 외치며 힘차게 현관을 나섰습니다. 저는 혼자 집에서 쉬려니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모처럼 시누이의 집에 가보려고 전화를 했더니 역시나 빨리 놀러 오라고 하더군요. 시누 아들 딸은 벌써 장성해서 대학생이어서 자취 중이었고, 시누 남편은 제 남편처럼 사업하는 사람이라 밖에 나가고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공장 다니면서 못 봤던 시누이를 오랜만에 만나게 됐어요.

-아가씨, 오랜만이야~ 그동안 집에서만 지내서 살이 포동포동 올라왔네?

-그러니까. 나 돼지 됐다니까? 먹고 굴러다니기만 해서 뱃살이 출렁거린다고! 그런데 올케는 더 날씬해졌네? 요즘 일하더니 살이 빠졌나봐? 현미 너는 50넘어서도 이렇게 예쁘냐? 너 반칙이야?

-내가 뭐가 예쁘니? 그냥 아줌마지.. 애들은 학교 잘 다니고 있지? 조카들이 나한테 요즘 연락 안 하더라? 네가 교육 좀 시켜야겠어!

-정말? 이것들이 키워준 외숙모한테 연락을 쌩까? 이것들 뒈졌어! 조만간 집합시켜서 관리해 주겠어!

"지가 바람펴 놓고 증거 조작으로 날 법정으로 세운 남편" 꼼짝없이 수억의 위자료 물어야 하는 상황에 시누이의 '폭탄선언'으로 남편은 까무러치고 마는데...

시누이와 안부와 농담을 주고 받으며, 수다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저녁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실컷 떠들었어요. 이제 곧 시매부가 올 시간이 돼서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나 갈게~ 다음 주에 또 놀러 올테니까 잘 놀고 있어~

-아쉽다. 현미야, 너 공장 언제까지 다닐 거야? 요즘 오빠 사업 풀린 것 같던데..

-풀린 건 아니고 풀리는 중이야, 아무래도 코로나 시국이라 거래처 채우는데 오래 걸리네..

-그래? 내 남편 말로는 얼마 전에 오빠가 외제차 끌고 가는 거 봤다고 하던데? 난 그 말 듣고 진작 풀린 줄 알았지..

-외제차? 에이.. 아마 거래처 사장 심부름으로 잠깐 탔나 보지.. 어쨌든 다음에 보자 친구야.

-어, 조심히가.

시누이와 인사를 하고 나왔는데 남편이 외제차를 끌었다는 말이 머리에 남더라고요. 그이가 거짓말할 사람이 아니어서 잊어버리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느낌이 좋지 않았답니다. 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괜히 남편을 밖에서 보고 싶더라고요. 발걸음은 자동으로 남편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매일 집에서만 보다가 밖에서 보려니까 은근히 설레더라구요. 이윽고 남편 사무실 앞에 도착했는데, 안에 불이 모두 꺼져 있었습니다. 제가 한발 늦게 왔나 싶어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사무실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답니다.

“아.. 오빠 너무 좋아.. 아잉~ 몰라” 그건 분명한 여자 목소리였고 절정에 다다랐을 때 내는 소리였습니다. 그 순간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면서 시누이의 말이 머리에 다시 떠올랐어요.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걸 봤다는 말이요. 남편이 저한테 뭔가를 숨기고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려고,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바로 불을 켰더니 남편과 상간녀로 보이는 여자가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있더군요. 남편은 다급하게 변명했습니다.
-여보 연락도 없이 웬일이야? 이쪽은 새로운 직원이야.. 방금 전까지 정전이었어.. 가만히 앉아 있었어. 그런데 당신이 불을 켰네?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정전? 내가 그걸 믿을 바보로 보이니? 저 여자 신음소리 아주 명쾌하게 들리더라! 방금 그 짓거리한 거지? 언제부터야? 저년이랑 바람피운게? 언제부터냐고!

-여보, 흥분하지 마. 진정하라고.. 솔직하게 다 털어놓을게..

-난 당신 힘들까봐 공장에서 돈 벌어 보태주고 있는데, 내 마음을 이따위로 짓밟아? 내 믿음을 이렇게 배신해도 되는 거냐고!? 이 몹쓸 자식아!

남편은 제가 화내는 걸 가만히 듣다가 이내 피식하고 히죽거리더군요. 반성하는 기미 따위는 개나 준 모양이었습니다.

-아이고~ 이렇게 걸려버리고 말았네.. 그래 맞아! 이쪽은 나랑 사귀는 애인이야. 30대 초반이야. 어때? 죽이지?

"지가 바람펴 놓고 증거 조작으로 날 법정으로 세운 남편" 꼼짝없이 수억의 위자료 물어야 하는 상황에 시누이의 '폭탄선언'으로 남편은 까무러치고 마는데...

-뭐? 지금 나한테 그 여자를 자랑하는 거야? 이 개 같은 자식!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도 거짓말이지? 괜히 밖으로 돌려고 만들어낸 개구라냔 말이야?

-말이야? 그걸 이제 알았어? 내가 이 여자하고 살다시피에서 핑계거리가 필요해서 괜히 힘든 척 좀 한 거야.. 사실, 나는 코로나가 터져도 아무렇지 않게 잘만 굴러가고 있었어. 여보, 왜 이렇게 열불내고 그래? 난 당신이 곰처럼 멍청하게 돈까지 벌어다 주면서 속고 있어서 스릴있게 바람피운 거야.. 그런데 아쉽게도 더는 30대는 바람은 못 피우게 생겼네?

저는 남편의 비아냥을 듣고 속이 뒤집어져서 바로 손바닥으로 남편 얼굴을 세차게 날려버렸습니다. 그이가 바닥에 자빠지자, 옆에 있던 상간녀의 싸대기도 있는 힘껏 세게 날려버렸어요. 두 년 놈은 저에게 맞은게 억울했는지, 동시에 저에게 달려들더군요. 남편이 제 양팔을 잡고 상간녀가 제 따귀를 날렸습니다. 이에 저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였어요. 무릎으로 남편의 낭심을 걷어차서 쓰러뜨리고, 상간녀의 손가락을 잡고 이빨로 깨물었습니다.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상간녀가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어요. “아! 이봐, 아줌마! 이러다 내 손가락 부러지겠어!! 아~!!” 하지만 저는 절대 입을 벌리지 않고 꽉 깨물었어요. 그 사이 급소를 맞은 남편이 회복됐는지 다시 일어서려고 했어요.

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구두 굽으로 낭심을 한데 더 걷어차 버렸죠. 그래서 그이는 다시 그곳을 부여잡고 바닥을 대굴대굴 굴렀습니다. 상간녀 손가락은 여전히 제 입안에 있었고요. 제발 놓아달라고 사정하는데 이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개처럼 아주 그냥 씹어 먹어 버릴 기세로 끝까지 물어뜯었습니다. 상간녀가 거의 실신 하려고 할 때 손가락을 입에서 놔줬답니다. 두 년 놈은 바닥에 쓰러져서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남편이 바로 결심의 말을 꺼내더군요.

-이 짐승 같은 무식한년, 곰인줄 알았는데 진짜 곰탱이가 따로 없어! 남편은 거길 걷어차고, 연약한 여자 손가락을 깨물고 개패듯이 패? 너 같은 년이랑은 하루도 못 살아! 이혼해!!

-이혼 얘기를 왜 당신이 꺼내? 내가 소송에서 아주 개박살을 내주겠어! 당신이 얼마나 더러운 놈인지, 다 밝혀서 개쪽 당하게 해주겠다고! 당신 거래처에 소문 다 돌려서 망하게도 해 줄 거야!

-야, 그게 가능할 것 같아? 너 우리가 바람피운 증거 있어? 요즘엔 직접적인 증거 없으면 인정이 안 돼~ 이 곰탱이년아, 그냥 내가 1억 줄테니까, 그거 먹고 떨어져~

-1억? 내가 당신 뒷바라지 해준게 20년이 넘는데 꼴랑 1억? 내가 소송에서 당신 재산 절반 이상을 뜯어올 거야! 그동안 사업으로 처먹은 돈 싸그리 뜯어 주겠다고!!

-너, 이러면 후회할 거야? 당신이 소송 걸면 아주 크게 후회할 거야! 내가 한 푼도 안 주는 건 물론이고, 당신이 위자료를 토해내게 만들 수 있다고! 나 아주 무서운 사람이야~ 내가 유통업하면서 아는 건달이랑 양아치들이 얼마나 많이 알게 된 줄 알아? 당신 다치고 싶지 않으면 1억 받고 떨어져!

남편은 뭐가 그리 당당한지 소송하면 도리어 제가 위자료를 토해내게 만들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전 “마음대로 해보라”고 마지막 말을 남기며 두 년놈의 사진을 뒤늦게 찍고 밖으로 나왔답니다. 그리고 갈 곳 없던 저는 한 모텔에서 잠을 잤답니다. 공장은 계속 다닐 이유가 없어, 바로 그만두겠다고 연락을 하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갔어요. 제가 드린 이 사진은 불륜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며 다른 증거가 있는지 찾아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남편의 뒤를 밟으라고 사람을 붙여봤는데, 이미 제가 무슨 짓을 저질러 버릴지 눈치채고 있어서 요리조리 미꾸라지 새끼처럼 잘도 빠져나가더라고요.

나중에 상간녀와 둘이 길에서 손을 잡은 사진 한 장만 건지게 됐는데, 그건 역시 증거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답니다. 변호사는 증거가 약하긴 하지만 자기가 판사를 설득하는 말을 해서 조금이라도 저의 편에 서게 해주겠다고 말했어요. 게다가 20년 이상 세월을 같이 살았으니, 남편 재산의 절반까지는 아니더라도 30%까지는 받아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줬어요. 일단 남편의 재산을 받고 이혼 뒤에 다른 복수를 해줄 계획이었죠. 재판까지는 4주가 남아 있어 긴장한 채, 모텔을 전전하며 하루를 보냈답니다. 그리고 제가 이혼소송을 하게 됐다는 소식을 시누이에게 전했습니다.

-아가씨.. 진영아, 나 이혼할 거야..

-뭐라고? 이혼? 갑자기 왜? 오빠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거야?

-응, 아주 큰 잘못을 했어.. 바람피운 것도 모자라서 날 협박했어. 합의 이혼하지 않으면 변호사 팀 꾸려서 위자료를 뱉게 하겠대. 그 인간, 그렇게 바닥인 놈인 줄 이제 알았어.. 20년 넘게 속고산 기분이라고..

제가 세세히 털어놨더니, 시누이가 크게 놀라며 그게 진실이냐고 되물었습니다. 몇 번을 되풀이하며 눈물을 흘렸더니 그제야 제 말을 믿어주는 눈치였어요.

-오빠가 그런 짓을 했다는게 믿기지가 않아.. 착한 놈인 줄 알았더니 다른 개자식들과 똑같네? 이 자식, 내가 가만두지 않겠어! 현미야, 내가 그 자식 반쯤 패놓을께!

-아니야.. 패주는 건 실컷 해줬어. 이제 남은 건 그 자식한테 정당하게 많은 위자료 받는 거 하고 사업 망하게 해주는 거야. 그거면 내 복수는 끝나.. 어때? 아주 소박하지?

-그래~ 너무 소박하다. 나 같으면 아주 그냥 알거지로 만들어서 노숙자로 만들어야 속이 편하겠다고! 현미야, 내가 도와줄까? 그 자식에 대해서 좀 알아봐 줘?

-아니야, 나한테는 원수여도 너한테는 하나뿐인 오빠잖아.. 네가 나 때문에 괜히 힘들어지는 거 싫어, 난 오늘 친구로서 이혼하겠다는 걸 전해주려고 온 거야. 진영아, 내가 이혼해도 우리 계속 친구 하는 거지?

시누이자 절친인 진영이는 저를 안아주면서 당연히 제 친구로 남는다고 말했고, 바라는대로 위자료도 받고 복수에도 성공하라고 조언해줬습니다. 재판까지 남은 4주의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어요. 제가 마음이 급하고 초조하다 보니 잠을 거의 자지 못해서 하루가 아주 길게 느껴졌습니다. 마음이 복잡하니 어디선가 힘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제가 다니던 보육원에 봉사활동을 하러 나갔답니다. 다시 나갔더니 같이 봉사하던 분들이 “왜 이리 오랜만에 왔냐?” 고 반가워 해주셨어요. 그때부터 긴장이 풀렸고, 아이들이 어지럽힌 방을 치우며 복잡한 머리를 청소했고, 아이들의 웃음을 보고 나서야 편한 마음으로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억지로 웃는게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웃음이었죠. 다시 보육원 봉사의 발을 들이니 매일 아침만 되면 아이들이 떠올라서 저절로 발걸음이 보육원을 향했습니다.

"지가 바람펴 놓고 증거 조작으로 날 법정으로 세운 남편" 꼼짝없이 수억의 위자료 물어야 하는 상황에 시누이의 '폭탄선언'으로 남편은 까무러치고 마는데...

나이를 초월한 우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으니, 그곳이 꼭 저의 집처럼 느껴졌답니다. 그리고 봉사를 하며 느낀게 저처럼 치유하려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는 거였어요. 처음 보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는데 그 중에서 한 남자는 일을 정말로 열심히 했는데, 저를 졸졸 따라다녔답니다. 제가 식당에서 밥을 하고 있으면 옆에 와서 설거지를 도왔고, 청소를 하러 방을 돌고 있으면 제 뒤에서 걸레질하며 붙어다녔습니다. 사실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같은 마음으로 봉사하러 온 사람에게 붙어다니지 말라고 모진 말을 하기가 좀 그래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가 며칠 뒤에 다짜고짜 저를 짝사랑하고 있다며 고백을 하는 겁니다. 저는 눈, 코, 입을 확장하며 크게 놀랐어요. 즉, 저를 좋아한다고요.

-이봐요. 아저씨, 여기가 봉사하는 곳이지, 이성 만남을 하는 곳이던가요? 못들은 걸로 할 테니 제 뒤 그만 따라다니세요.

-저기.. 현미 씨, 저도 그런 마음 가지고 봉사하러 나온게 아닙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게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잖아요.. 나도 모르게 현미 씨한테 사랑에 빠졌단 말입니다.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서 확실하게 못을 박기로 했습니다.

-저, 유부녀거든요? 괜히 이상한 상상하지 말고 그만 떨어지시죠?

-거짓말하지 마세요. 미옥이 아줌마한테 들었는데 현미씨 이혼녀라고 하던데요?

-네? 그 아줌마한테 저에 대해 물어봤어요? 이봐요! 제가 확실히 말할게요? 전 아직 이혼하지 않았어요. 소송에서 3주 뒤에 재판 받을 겁니다. 그러니까 법적으로는 아직 유부녀란 말이에요! 저한테 또 다시 이런 식으로 달라붙으면 보육원 원장님과 봉사자들한테 다 말해서 망신 줄 거예요!

이 정도면 알아듣고 떠날 줄 알았는데, 그 남자는 저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하더군요.

-현미 씨, 이혼 소송 중이나 이혼한거나 뭐가 다릅니까? 외로운 남녀가 짝짓고 지내는게 뭐 어떻다고 이 난리를 치는 거예요? 아, 그래요! 소문 내세요~ 제가 들러붙어서 귀찮게 군다고 떠들어 보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난! 현미씨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나랑 사귀어 주세요.

-아우! 진짜 짜증나게 하시네! 도대체가 말이 통하지 않는 분이군요. 이봐요, 그쪽은 내 스타일 아니에요! 제가 이혼녀라고 해도 관심가지 않는 스타일이라구요! 정신 차리고 집에 가서 발이나 닦고 자빠져 자요.

-오호~ 이렇게 하시겠다고요? 그런데 어쩌죠? 저는 10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가 없다라는게 제 좌우명이거든요. 전 절대로 현미씨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아 몸을 다른 곳으로 피해버렸습니다. 봉사자들이 많은 곳으로 갔더니 다행히 말을 걸지 않더군요. 아직 그 정도 용기는 없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봉사자들과 붙어 다니며 그 남자가 저에게 말을 걸 기회를 주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제가 보육원에 일찍 나가서 청소를 하거나 잡일을 하면 제 뒤를 졸졸졸 따라다니면서 계속 귀찮게 했어요. 계속되는 대시에 제 마음은 그 사람에게 넘어가긴 커녕 오히려 더 화가났습니다. 제발 봉사활동 중에 헛소리 좀 그만하라며 밀어냈죠. 몇 주 동안 아주 징글징글하게 저한테 접근하는 바람에 제 마음이 심란했습니다. 그런데 이혼 재판 이틀 전에 포기를 했는지 더는 제 눈앞에 보이지 않았답니다. 무슨 사정이 있는 건지 다른 여자를 꼬셔서 포기를 한 건진 모르겠지만, 보육원에 나오지 않으니 속이 시원했어요. 그래서 이틀 동안은 아무런 부담을 가지지 않고 마음 편하게 봉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이혼 재판 날이 밝아서 변호사를 먼저 만나서 어떻게 말하고 손짓을 할지 연습을 했어요. 최대한 예의 바르게 하는게 좋다고 해서 말투를 코칭 받았죠. 시간이 되어 법원 안으로 들어가게 됐는데, 남편은 변호사 4명과 같이 들어오더군요. 무슨 반격을 할지 모르지만 아주 당당하게 왔답니다. 제 변호사가 먼저 남편의 외도 사진을 제출하며 열변을 토했어요. 이 확실한 증거가 아니어서 판사님을 설득하려고 목청껏 외쳤죠. 그러자 판사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른 증거는 없냐고 물으셨고, 남편 측 변호사의 변론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변호사가 말도 안 되는 사진을 제출하며 저의 외도를 주장했답니다. 사진을 저에게 보여주며 사진 속 인물이 제가 맞냐고 묻더군요. 사진 속의 인물은 저와 보육원에서 저에게 대시하던 남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아이들 방 청소를 하고 나오는 모습과 그 뒤로 바지를 축혀 입는 그 남자의 더러운 모습이었답니다. 이 상황을 보니 저에게 대시하던 남자는 남편이 심어둔 사람인 것 같았어요. 저에게 불륜 누명을 씌우려고 붙인 거죠. 그런데 사진 속 남자의 모습은 하나같이 더러운 표정과 더러운 손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방에서 한바탕 사랑을 하고 나온 장면으로 오해하길 쉬울 것 같았죠.

제 변호사는 잠시 놀라고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저에게 무슨 상황이냐고 물었고, 저는 억울한 누명을 쓴 거라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는 제 말을 믿어주지 않았고, 저를 믿어주는 사람은 법원 안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았어요. 판사님마저도 제가 바람피운 쪽으로 확신을 하셨는지 남편 변호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결국 이렇게 남편이 의도한 거짓된 행동에 한숨을 내쉬고 말았죠. 아무리 토로 해봐야 아무도 믿어주지 않으니, 거의 포기 상태였습니다. 이윽고, 판사님이 판결하려고 입을 때려는 순간, 법정안으로 누군가 입장했습니다. 제 시누이이자 절친한 친구인 진영이었습니다. 누군가의 멱살을 잡고 들어왔는데, 자세히 보니 보육원에서 저를 꼬시려고 했던 남자이자, 판사님 손에 들려있는 사진 속 불륜남이었습니다. 저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시누 덕분에 안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가 제 변호사에게 귓속말을 하자, 바로 증인 신청을 했어요. 판사님은 사진 속 남자가 눈앞에 있는 남자라는 걸 알고 받아 주셨습니다. 그리고 제 뒤에 앉은 친구가, “잘 될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현미야, 저 자식 우리 오빠 친구야.. 오빠한테 돈을 몇 천 빌렸는데, 그 돈 안 갚으려고 너한테 들러붙은 거였어.

-진영아, 그걸 네가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지가 바람펴 놓고 증거 조작으로 날 법정으로 세운 남편" 꼼짝없이 수억의 위자료 물어야 하는 상황에 시누이의 '폭탄선언'으로 남편은 까무러치고 마는데...

-네 걱정이 하도 돼서 오빠 뒤에 사람 붙여봤지. 그런데 딱 저놈이 사진 가져다 준 걸 목격했지! 그래서 저 오빠를 찾아가서 반쯤 조지고 오늘 끌고 온 거야. 어때? 나 잘했지?

-고마워, 진영아.

-그럼 일단, 저 자식이 제대로 증언하는지 보자.

그래서 증인석에선 남자가 선서를 하고, 제 변호사가 묻는 말에 술술 불더군요. 남편과 작전을 세운 것과 돈을 빌린 상태여서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저에게 접근했다고 말이죠. 또 사진도 모두 남자가 꾸며낸 짓이라고 진실을 고백했답니다. 그러자 판사님이 언성을 높이며, 남편과 변호사들에게 호통을 치고 제 편에 서셨습니다. 판사를 속이려고 했던 괘씸죄증까지 추가돼서 위자료뿐만 아니라 법정 모독죄로 벌금형을 선고하셨답니다. 저는 남편의 재산 50프로를 받게 됐어요. 집과 재산 사업체까지 모두 절반을 받았답니다. 그 돈이 무려 20억이나 되더군요. 남편은 그렇게 돈을 잘 벌고 있었으면서 저에게 힘들다고 거짓말을 하고 바람을 피우고 다닌 겁니다. 뭐, 여튼 이혼 판결은 만족하는 결과였습니다. 시누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그렇게 법원에서 시누이와 나왔는데 남편이 뒤따라 나오면서 쌍욕을 하며 발광하더군요.

-야! 니년은 동생이라는게 오빠 뒤통수를 날려? 너만 아니었으면 내 20억 빼앗기지 않았을 거라고!!

-미친, 네가 그러고도 내 오빠냐? 쪽팔린 짓은 네가 다 해놓고 어디서 막말이야? 입 닥치고 꺼져! 그러지 않으면 더 쓴맛을 보여줄테니까..

-아우~ 이 두 년을 그냥 쌍으로 조져버릴까보다! 야 내가 이 정도로 무너질 것 같아? 니들이 아무리 깝쳐도 여전히 건재하다고! 야, 주현미! 그 돈으로 벽에 똥칠할 때까지 잘 살아봐! 내가 네년 존나게 무섭게 해줄게!

그이가 뱉은 욕들이 거슬려서 저는 뺨따귀를 강하게 한데 날렸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법원 앞 계단을 굴러 떨어졌답니다. 저의 한방이 아주 제대로 남편 턱주가리에 꽂힌 거였죠. 저와 진영이는 깔깔거리며 비웃으며 쓰러진 남편 옆으로 지나갔습니다. 그이는 끝까지 저를 가만두지 않겠다며 패악질을 하더군요. 저 역시 아직 복수가 남았으니 기대하고 있으라고 전했습니다. 그렇게 며칠 뒤, 제 통장에 20억에 위자료가 들어왔어요. 저는 그 돈을 친정 부모님께 절반 드리고, 나머지는 아파트 한 채를 사고 또 남은 나머지 돈은 저축해 놓고 제 노후를 위해 쓰기로 했죠. 그리고 위드 코로나가 되면서 저는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남편을 위해 급하게 구했던 공장이 아닌 20대 때 썼던 캐드 일을 시작했답니다. 작은 건축회사에 들어갔는데 처음부터 어려운 일을 주진 않았고 천천히 기억을 되찾고 감을 잡을 수 있도록 간단한 것부터 일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출근한지 사흘 만에 회사에 큰 문제가 생겼어요. 새까만 양복을 입은 깍두기 머리를 한 남자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저는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다짜고짜 빌린 돈을 갚으라고 난리를 치더라고요.

-어이~ 아줌마, 우리 돈 빌려 갔으면 갚아야지? 돈 빌려서 호빠 갈때는 헤벌쭉 하더니, 돈 갚을 때 되니까 입을 싹 닦고 잠수를 타? 이 씹어먹을 년아! 당장 돈 내놔, 내 돈 내놓으라고!

-이봐요, 제가 언제 당신한테 돈을 빌렸다고 이러세요? 전 돈 같은 거 빌린 적 없다고요!

-이 늙은 아줌마가 처 돌았나? 내가 증거까지 들이밀어야 해? 좋아! 보여줄게!

"지가 바람펴 놓고 증거 조작으로 날 법정으로 세운 남편" 꼼짝없이 수억의 위자료 물어야 하는 상황에 시누이의 '폭탄선언'으로 남편은 까무러치고 마는데...

깍두기 남자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보여주는데 제가 사체를 빌렸다는 가짜 차용증을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글씨가 제 필체와 똑같았답니다. 저는 그걸 빼앗아 들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어요. 그러자 사채업자 놈은 시종일관 제가 돈을 직접 빌려 갔으니 당장 갚으라고 회사에서 난동을 부렸습니다. 회사 사장님이 경찰을 불러 쫓아냈는데 다음날도 찾아와서 행패를 부렸어요. 4일 연속으로 깍두기 사채업자가 찾아오자 사장님이 저를 불러 그만 나가라고 하셨습니다. 문제 있는 직원을 둘 수 없겠다며 해고를 통보했어요. 그러자 사채업자가 씩~ 웃으며 제가 회사에서 나가자 자취를 감추고 다신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전남편이 복수하려고 섭외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가짜로 저를 불륜녀로 만들더니 이번에는 가짜로 사체를 써서 호빠에 다닌 여자로 만든 것 같았네요.

어이가 없어 경고 전화를 걸었는데 이미 전화번호를 바꿔서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포기하고 집에서 며칠 지내다가 다시 재취업을 하게 됐는데 그 깍두기 사채업자가 다시 나타나서 제 일자리를 빼앗더라구요. 경찰에 신고했더니 돈 문제는 자기들이 관여할 수 없으니 민사로 해결하라는 무책임한 말만 하는 겁니다. 제가 아무리 사기꾼이라고 설명해 줘도 가짜 채용증만 보고 깍두기 말만 믿는 거예요. 결국, 또 회사에서 짤리고 백수가 돼버렸죠. 다시 일자리를 구해봤자 똑같은 일이 벌어질 테니 취업을 포기하고 당분간 집에서 지내기로 했어요. 그런데 창문을 열 때마다 수상한 남자가 어슬렁거렸죠. 제가 창문 열기를 기다렸는지 저를 보며 히죽거리며 웃더라고요. 이번에도 남편이 꿍꿍이인지 같아서 무시하고 창문을 닫아 버렸죠. 그리고 저녁에 편의점을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창문 밖에 사이코 놈이 골목에서 나타나며 우와! 하고 놀래키고 도망갔습니다. 저는 너무 놀라서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어요. 정말이지.. 남편이 하는 복수가 치졸하고 역겨워서 참아주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시누이를 집에 불렀어요. 제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다 말해줬더니 기겁하더군요.

-오빠 새끼가 그런 미친 짓을 했다고? 완전 개놈이네.. 사채업자 시켜서 엄한 사람 회사 잘리게 하고, 집 앞에 사람 붙여두고 사람 겁을 줘? 현미야, 너 그 자식한테 복수한다더니 왜 아직 오리무중이야?

-나도 그러고 싶지.. 그런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잖아.. 뭐라도 나와야 복수를 할 텐데, 지금 내 상황을 봐.. 집 밖에 나가는게 무섭다니까?

그러자 시누이는 저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똑같이 전남편에게 사람을 심어보자는 작전을 읊어줬죠. 그 말을 듣고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생각으로 시누이의 말대로 전남편에게 사람을 심어 보기로 계획했습니다. 3개월 뒤 저희가 심어둔 첩자가 아주 큰 정보를 가지고 왔어요. 첩자는 남편 회사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회사 장부와 정보들을 뒤로 빼돌렸습니다. 저는 자료를 받자마자 입을 틀어막았어요. 전남편이 저지른 짓이 너무 추악해서 소스라치게 놀랐답니다. 그이는 코로나가 터지면서 거래처가 뚝 끊겼는데 다른 방법으로 거래를 텄더라고요. 이 청취자 분들 중 수출된 한국 담배를 저가에 들여와 걸린 사례들을 뉴스에서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몇백원에 담배를 사들여와, 4,500원에 유통시키는 불법적인 지시였죠. 주류 역시도 그런 식으로 사들여서 많은 거래처들에게 이전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아넘기며 많은 이윤을 남겼답니다. 아주 쉽게 돈을 벌어들였더라구요.

저는 이 자료들을 가지고 시누이를 찾아갔고 같이 경찰과 국세청의 신고를 했답니다. 이튿날, 남편 회사는 난리가났습니다. 저와 시누이는 그의 회사 앞에 주차를 해두고 상황을 지켜봤는데, 전 남편은 쇠고랑을 차고 나오더라구요. 그리고 경찰 검찰들이 합동으로 와서 회사에 있던 컴퓨터와 창고에 보관한 불법 수입한 담배와 주류를 챙겨 나왔어요. 전남편은 구속수사를 받게 됐는데 비싼 변호사를 구했지만,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증거가 차고 넘쳐나서 유죄판결을 받게 됐죠. 전 재산 몰수와 징역까지 선고받아서 알거지가 되고 시궁창 속에 처박혀 살게 되는 것으로 끝이 났죠. 저는 쾌재를 부르며 얼마 뒤에 전남편 면회를 갔습니다. 실컷 비웃고 조롱해 주려고 말이죠. 그이는 제 면회를 받아줬고 곧 유리 너머의 수위를 입은 전남편을 보게 됐답니다.

-이야~ 당신 옷 잘 어울린다? 그 옷을 몇 년이나 입는다 그랬더라? 5년? 하하핫.. 너무 짧긴 한데, 만족하는 결과야. 알거지가 된 상태로 밖에 나와서 뭘 하면서 살지 아주 궁금하거든.

-당신 짓이었지? 이 개 같은 년아! 네년이 내 회사에 사람 심어 놓은 거였어? 나한테 20억 받았으면 입닥치고 살 것이지! 왜 지랄한 거야?

-몰라서 물어? 당신이 잠자는 곰탱이 코털을 건드렸잖아? 누가 사람 붙여서 날 괴롭히래? 다 네놈이 자청한 일이야~

-참, 그까짓 회사 좀 잘리게 하고, 집 앞에서 놀래킨거? 난 최소한 당신 재산에 손대지는 않았다고! 그런데 당신은 날 이렇게 패가망신하게 만들어? 너, 내가 가만 안 둬!

-그래, 가만두지 마~ 그래야 네놈이 출소하면 계속 괴롭힐 수 있을테니까~ 그런데 말이야~ 이제 사람 붙여서 날 괴롭힐 돈이 없지 않나? 당신 전 재산 압수당했다며? 으이그~ 불쌍해라. 감방에서 콩밥 맛있게 먹고 5년 뒤에 출소해서 바닥 끼면서 살아봐~ 그때가 되면 내가 또 괴롭혀 줄테니까!

저는 실컷 조롱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전남편이 면회실 유리창을 주먹으로 쾅쾅 치면서 지랄 발광을 하더군요. 그러자 바로 교도관들이 튀어나와 남편 사지를 붙잡고 끌고 들어갔습니다. 그게 제가 본 전남편의 마지막 모습이었어요. 작년에 감옥을 들어갔으니 앞으로 4년 뒤에나 사회로 나오겠네요. 그렇게 복수를 멋지고 시원하게 끝낸 저는 다시 취직자리를 얻게 돼, 평일에는 직장을 다녔고 주말에는 보육원에 봉사활동을 나갔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누군가 저를 짝사랑한다며 졸졸 따라다녔어요. 전남편이 붙여놓은 놈인건지 전에 저에게 접근한 놈과 하는 짓이 똑같았습니다.

-현미 씨, 이 사나이 불타는 가슴을 왜 몰라주십니까? 나 박광정.. 주현미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사모합니다. 내 마음 받아주세요!

-그만 좀 해요~ 도대체 누가 시킨 거예요? 제 전남편이 시킨 거죠? 누굴 바보로 알아요? 왜? 이번엔 날 꼬셔서 재산 털어 먹으라고 임무 받은 겁니까?

-그게 무슨 말이에요? 현미씨. 전 남편이요? 아, 이혼한 적이 있어요? 그랬구나.. 이 연애 아픔이 있으셨구나.. 하긴 나이가 50대니 그럴 만도 하지, 그런데 현미씨, 나는 총각입니다. 여기 보육원에서 봉사활동 한 지 20년이 넘은 50대 청년이라고요.

-네? 여기서 20년을 일하셨다고요? 그럼 제 전남편이 보낸 사람이 아니세요?

-현미 씨, 그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습니다.. 제가 현미씨 재산을 털어 먹는다는 말도 이해가 안 돼요. 저는 여기 앞에 있는 대형마트 사장이에요. 돈이라면 똥 닦으면서 써도 넘치게 많다고요! 그러니까 걱정 마시고 날 한번 만나 주세요.

제가 제대로 오해한 모양이었습니다. 그래도 확인을 해보려고 보육원 원장님에게 물어보니 확실히 선량한 사람이었더라고요. 또 대형마트를 두 개나 가진 어마어마한 갑부인 것도 맞았습니다. 그런데 남편과 관련이 없다고 해도 제가 아직 남자를 만날 준비가 되지 않아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광정씨는 아주 심하게 집요했어요. 봉사자들 모두에게 저를 좋아한다고 자신이 소문을 냈더라고요. 그래서 봉사자들 모두 저에게 광정씨와 잘해보라고 조언까지 해줬답니다.

"지가 바람펴 놓고 증거 조작으로 날 법정으로 세운 남편" 꼼짝없이 수억의 위자료 물어야 하는 상황에 시누이의 '폭탄선언'으로 남편은 까무러치고 마는데...

이혼녀인 제가 총각인 남자를 어떻게 만나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선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 광정씨에게 언젠가부터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양심 없긴 하지만 광정씨가 식사를 같이 하자는 말에 덥석 “알겠다.”고 대답하고 말았답니다. 그날이 저와 광정씨가 사귀게 된 날이 됐네요. 그래서 광정씨와 저는 지금 열정적으로 연애하는 중이랍니다. 둘 다 나이가 50대긴 하지만, 청춘 못지않은 멋지고 예쁜 데이트를 매주 하고 있어요. 한편 이 소식을 전해들은 시누이가 축하 파티를 해주겠다며 저희 집으로 찾아왔답니다.

-아이~ 이 여우 같은 계집애, 우리 오빠랑 이혼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연애를 하니?

-진영아, 나도 만날 생각이 없었는데.. 그 남자가 내 뒤를 계속 귀찮게 쫓아다니잖아. 외모도 멋있고 성격도 아주 착하고 좋아서 사귀게 된 거야! 야, 나 아직 예쁘긴 한가봐?

-어머머.. 이 계집애 아주 비행기 타고 있구먼.. 그래~ 이 기집애야! 너 예쁘다! 됐냐?

그렇게 시누이는 저를 진심으로 축하해줬고 계속해서 친한 친구로 잘 지내게 됐습니다. 제 사연은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됐네요. 남편에게 제대로 된 배신을 당한 한 서린 여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잘 들으셨죠? 전남편이 출소하면 어떻게 사는지 끝까지 두고 볼 작정입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끝까지 들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50대 파이팅!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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