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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5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남성입니다. 여러분들은 ‘가족’ 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것이 떠오르시나요? 저마다의 떠오르는 사람이 다를것 입니다.
오늘 제가 제보할 사연은 이런 가족과 관련해 저의 긴 세월 있었던 가슴아픈 사연인데요. 잘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 집은 정말로 찢어질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어렸을 때 기억은 거의 배고픔에 시달렸던 기억밖에 나질 않습니다. 아버지는 공장 임보로 일을 하셨는데 짐을 옮기다 추락사를 하셨고 어머니는 그렇게 홀로 저를 키우셨습니다. 전 어릴 때부터 발달이 다른 아이들보다 느려 걸음마도 말하는 법도 늦게 깨우쳤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이런 저를 보며 늘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불안해 하셨다고 하셨습니다.
-아이고 상구야 말 좀 제대로 해봐 5살이 말을 이렇게 못해서 되겠어? ‘잘 먹겠습니다’라고 해봐 이제 너 봐줄 사람도 없는데 엄마가 이래서 어떻게 일을 나가겠어…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절 온 동네 사람들에게 돌아가며 맡겼고 제가 다섯 살이 된 해에는 동네 사람들도 저마다 살기 바빠 절 봐 죽일 꺼려했다고 했습니다 사실 발달도 느리고 손이 많이 가는 5살 아이를 그냥 봐주기란 쉽지가 않았죠
-여보세요? 어머니 저예요 상구 엄마
-그래 웬일이냐 상구는 잘 크고 있고?
-네 그런데 어머니 제가 이번에 큰 공장에 취직을 했는데 상구를 혼자 두고 가기가 좀 그러네요
-아휴 참 네가 고생이 많다 상구 우리가 봐줄 테니 넌 마음 편히 일해라 우리도 요즘 농번기라 바쁘긴 한데 애 하나 못 볼 정도로 시간 없진 않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어머님
-상구 애비 그렇게 가고 네가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겠니… 그냥 상구 우리가 키우고 새로 시집보내는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정말 너한테 너무 미안하구나..
-아 그런게 어딨어요 어머니. 상구는 제 자식이고 저는 정시 집안 며느리에요. 그러니 그런 말씀 마세요.
-그래 고맙다 고마워 이번 상구애비 제삿날 데리고 오너라. 우리가 봐주마.
-네 고맙습니다 어머니. ]
할머니 집으로 가던 날 전 그날을 확실히 기억합니다. 무척 더운 날이었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어머니가 아이스크림을 사주셨죠. 그 아이스크림이 얼마나 달고 맛있던지 아직도 가끔 그 맛이 생각이 날 정도였으니까요.
-상구야 할머니 할아버지 알지? 상구 이제 엄마 일할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살 거야. 거기서 물고기도 잡고 매미도 잡고… 그리고 우리 상구가 뛰어놀 때가 많은 곳이야. 우리 이제 할아버지 할머니 댁으로 가자. 아이구! 아이스크림 다 흘렸네.. 그렇게 맛있어?
-응 맛있어
-엄마가 돈 많이 벌어서 아이스크림 많이 많이 사줄게 응 가자]
그렇게 전 어머니와 할아버지 할머니 댁으로 향했습니다
-아이고 우리 상구 왔구나 오느라 고생 많았지
-아니에요 상구가 키가 벌써 이렇게 컸네 아직도 말이 느리니
-네 좀 병원도 가보려고 했는데 검사 비용이 너무 비싸서 일단 지켜보기로 했어요 말만 좀 느리지? 웬만한 건 상구가 알아서 해요
-말 빨리 해서 좋을 거 하나 없다 상구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다 알아들으니까 천천히 해라 할미말 알겠지?
-응 나 배고파 밥 줘!
-배고프니까 밥 달라고? 아이고 녀석~ 할미가 금방 밥 차려주마~
농사를 지으며 사셨던 할아버지의 할머니도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니셨습니다. 하지만 하나밖에 없는 손자란 뭐든지 다 해주고 싶어 하셨죠.
-상구 오늘 밥 많이 먹었네 자 이제 엄마랑 잘까 상구야 엄마가 열심히 일해서 우리 상고 학교도 보내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운동화도 새 거 사줄게 그러니까 할머니 할아버지랑 잘 지내고 있어~ 그러면 엄마 금방 올게!
-싫어
-할머니 할아버지 좋잖아
-엄마 가지마 싫어
-상구야 너 이러면 엄마가 마음이 아파서 어떻게 가니… 우리 상구 잘 할 수 있을 거야
-엄마…
-상구야 이거 목걸이 알지? 여기 상구 이름이랑 생일 적혀 있는 거 보이지? 이거 꼭 자고 있어 알겠지?
-응 이거 이거 상거꺼!
-그래 상구는 누구 아들?
-엄마들!
-그래 상구는 엄마 아들이야 그러니까 밥도 잘 먹고 잘 놀고 있어 엄마가 자주 자주 올게
그날 밤 엄마가 저에게 불러주던 자장가 소리는 정말 천사가 노래하는 듯 아름다웠습니다. 여름밤 창밖에는 귀뚜라미가 울고 엄마 품에 안겨 자던 전 정말 이곳이 천국이구나 어린 마음에 잠시 생각을 했습니다.
-이걸 만드는 건데 가서 필요할 때 써라
-어 아니에요 저 돈 있어요
-그러지 말고 가지고 있어 혼자 살면 이렇게 저렇게 돈 들어갈 때가 많아 상구는 걱정하지 말고
-어머니 정말 고맙습니다
-아휴 고마울게 뭐가 있니 내 손자 내가 키운다는데 그런 생각하지 말고 몸조심하고 너무 무리하지 마라 응 건강이 제일이다 알겠지
-네.. 어머니 상구야 이리 와 엄마 한번 안아보자 …웃는 얼굴이 우리 상구는 제일 잘생겼는데? 힝 하지 말고 웃어봐 우리 아들 엄마가 곧 올게 잘 지내고 있어!
그렇게 엄마는 서울에 돈을 벌러 간다며 절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맡기고 떠났습니다. 손을 흔들며 엄마 잘 가라고 했지만 어머니는 계속 뒤돌아보며 눈물만 흘렸습니다. 꼭 영원히 못 만날 사람처럼 말이죠 애들은 금방 잊어버린다고 하죠 전 어머니가 그렇게 떠난 뒤 다시 다섯 살 아이로 돌아와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서 잘 지냈습니다. 농촌이라 산이며들에서 곤충도 잡고 제가 좋아하는 물고기도 잡고 매일매일이 신나는 날이었죠. 그런데 호기심을 끄는 그것이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바로 허연 연기를 내뿜고 온 동네를 다니는 모기차였죠.
-할머니 할머니 저하고 저거 저거
-차가 뭐냐고 아 모기차 우리 상구 아야하게 하는 모기가 싹 다 달아나게 하는 자동차야
-우와
매일 해질녘이 되면 동네 한 바퀴를 돌던 모기차는 온 동네 아이들이 나와서 따라다닐만큼 재미있는 놀잇감이었습니다. 저도 그걸 보면서 꼭 나도 따라가야지 생각을 했죠.
-상구야 상구야 밥 먹어야지 아니 얘가 어디 갔어 상구야 상구야
아침부터 하루 종일 놀다 해질녘이면 들어왔던 전 그날따라 모기차를 나도 한번 동네 애들처럼 따라가 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집으로 가던 길을 뒤로하고 동네 아이들이 뛰어가는 곳으로 저도 따라갔습니다.
하얗게 내뿜는 모기차 연기는 애들한테는 놀잇감 그 자체였죠. 하얀 연기 속에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아이들은 그 모기차를 따라갔습니다. 저 또한 신발이 벗겨진 것도 모르고 그냥 그 차를 따라갔습니다. 꼭 구름 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그런데 연기를 따라가다 보니 동네를 벗어난 줄도 몰랐습니다. 모기차 연기는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도로변까지 갔고 전 그것도 모르고 연기가 옅어질 때까지 그 차를 따라갔습니다. 연기가 옅어지면 옅어질수록 아이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아이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보기 차는 연기를 내뿜지 않고 차고로 들어갔고 전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너 누구냐?
-붕붕 자동차 따라왔죠
-너이 모기차 따라서 여기까지 왔다고?
-응 따라왔어
-아이고 너 어느 동네야 집이 어디야
순간 그 말을 듣자마자 전 머리가 모기차 연기처럼 하얘졌고 집이란 말에 그냥 엄마가 생각이났습니다.
-아휴 이 녀석아 집이 어딘지 알아야 데려다주지 너 몇 살이야 꼬마야?
저는 제가 몇 살인지도 몰랐고 집이 어딘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엄마만 보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그 시각 할아버지 할머니는 저를 찾느라 온 동네를 밤늦도록 돌아다니셨습니다.
-그러게 안 보고 뭐 했어?
-매일 저녁 밥 먹을 때 딱 들어와서 그리고이 좁은 동네 카드 어딜 가겠어요
상구애미 난리 나겠구만 아유 상구의미 어째 아이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걱정하는 동안 전 모기차 아저씨의 손을 잡고 경찰서로 갔습니다 수고하십니다. 저 애가 집을 잃어버린 것 같은데 그 약간 모자란지 말도 제대로 못해요.
-아니 어쩌다가 길을 잃었어 그래 너 이름이 뭐야 [음악]
-이렇게 울기만 한다니까요 이름도 나이도 몰라요
-일단 여기 맡기시고 내일 다시 애한테 물어볼게요
아마도 많이 놀라서 그런가 봐요 그렇게 전 경찰서에서 하룻밤을 지냈습니다. 얼마나 울었던지 눈도 잘 떠지지 않고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습니다. 모기차 연기를 너무 많이 마신 탓인지 머리도 너무 어지러웠죠. 다음날 경찰 아저씨는 제게 자장면을 시켜주면서 저에게 집을 물어봤습니다. 전 집이란 말에 한 가지가 떠올랐죠.
-너 집이 어디야? 기억이 하나도 안 나? 전화번호도 모르니?
-짐… 집 서울!
-서울이라고? 그럼 서울서 여기 놀러 온 거야? 친척집에 온 거야? 여기는 서울이 아니잖아 걸어서 어떻게 서울에서 여기를 와 집 어딘지 기억 안 나? 돌아버리겠네…
-자네 어디가
-아 저기 바닷가 한 바퀴 돌려구요 바닷가 슈퍼에 도둑이 들었다나 뭐라나
-어 그러면 얘 좀 데리고가 데리고 다니면서 집 좀 찾아 줘
-아이 그렇게 쉽게 찾겠어요
-하라면 해 나 어제 얘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잤어
-알겠습니다 가자
전 경찰차를 탄다는 생각에 얼른 따라갔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집은 강과 바다를 있는 마을이었는데 전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조금만 더 가면 바다가 있는 줄 꿈에도 몰랐죠
-우와 바다다
그래 받아야 아저씨랑 오늘 다니면서 너네 집 찾아보자 알겠지
응 어 잠깐만 너 어 이거 뭐야 목걸이네!
경찰 아저씨는 목걸이에 적힌 채 이름과 생년월일을 확인했습니다
-우와 이걸 왜 이제 봤지? 네 이름 정상구 맞지
-응 내 이름 상구
-다섯 살이네 아저씨가 꼭 3구 집 찾아줄게 가자
경찰 아저씨는 절 데리고 다니며 어촌마을을 돌아다녔습니다.
-과자 몇 개 없어졌는데 도둑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근처 누구 슬쩍 한 것 같은데
-그게 도둑이지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땐 제가 정말 잠복을 해서라도 잡을 거야
-그래 꼭 좀 그래 줘 근데 이 아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어 그래요 얘 이름이 정상구인데 안 그래도 집을 잃어버려서 지금 데리고 다니면서 집 찾고 있어요
-아 그랬구만 저기 해주고 알지 거기 배주인 아들이 요즘 안 보이더라고 거기도 정씨라고 맨날 지 아버지 따라다니다가 요새 안 보이네~ 아 근데 워낙 사람들이랑 안 어울려서~ 애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애가 딱 요만했어!
-해주호 선장님 우리 그리로 가자
-저는 경찰 아저씨를 따라 어떤 집으로 갔습니다
-계세요 계세요
-누구요?
-아 저 파출소에서 나왔습니다 혹시 아드님 계십니까
-내 아들은 왜 묻소!
-혹시 그 아드님 잃어버리지 않으셨어요?
-그 아저씨는 술에 잔뜩 취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을 잃어버리지 않았냐는 말에 경찰 아저씨 뒤에 숨은 절 받고 갑자기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응 내 아들
-정상구 다섯 살 맞죠
-그 아저씨는 절 보더니 갑자기 제 손을 잡아당기며 절 꼭 안았습니다
-내 아들 맞아요 내 아들
-상구야 아저씨 아빠 맞아?
-아빠 아빠 그래 아빠
순간 정적이 흘렀고 제 진짜 아버지는 너무 어릴 때 돌아가셔서 전 사실 얼굴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아저씨들만 보면 아빠는 저렇게 생겼겠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라 전 아빠라고 하기에 그 아저씨가 아빠인 줄 알았던 겁니다.
-아빠
-그래 그래 아빠야 내가 아빠라고
-아휴 진짜 다행이네요 아니 우연히 슈퍼 아주머니가 선장님 아들이 요즘 안 보인다고 해서 혹시나 해서 왔는데 아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상구야 이제 아빠 말씀 잘 듣고 길 잃어버리면 안 돼 알겠지?
-전 그렇게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빠가 하루아침에 생긴 겁니다. 경찰 아저씨가 가고 난 후 전 아빠란 사람과 둘이 남게 되었습니다
-이제 내가네 아빠야 알겠지?
-아빠
-그래 예전 일은 우리 다 잊자 그리고 난네 아빠로 넌 내 아들로 그렇게 살아보자 알겠지 상구야?
-아빠
-새아버지는 조그만 배를 몰며 고기를 실어나려는 일을 하며 돈을 벌었습니다. 그리고 전 세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죠 가끔 엄마 생각이 날 때 전 세 아버지에게 물어봤습니다
-엄마는 엄마는 서울에서 일하다가 돌아가셨다 그러니까 아빠랑 둘이서 잘 살면 돼
-엄마 없어?
-어 엄마 없어. 상구야 엄마 대신 아빠가 있잖아 그러니까 울지 말고 아빠가 슈퍼 가서 아이스크림이랑 과자 사줄게 좋지? 그래 이만큼 사줄게!
-엄마를 찾을 때면 새아버지는 늘 저를 슈퍼로 데리고가 사고 싶은 걸 다 사주셨고 전 점점 엄마를 잊고 살게 됐습니다
-새아버지는 절 호적에 올렸고 전 법적으로 새아버지의 아들이 됐습니다
-정상구 이건 내가 간직하마 이제 넌 내 아들이야 내 아들
새아버지는 제가 자는 사이에 엄마가 걸어준 목걸이를 감췄고 전 그 목걸이가 없어진 줄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새아버지는 절 친아들처럼 정말 정성을 다해 키우셨습니다. 유치원도 다니기에 좋고 초 중고까지 최고의 교육환경에서 성장하다 보니 성장이 더딘 것도 없어졌고 또래 아이들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을만큼 공부도 잘했습니다. 그러면서 전 엄마를 잊고 살게 돼버렸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오고 난 뒤 술과 담배도 끊고 오로지 일만 하셨습니다. 작은 양식장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양식장은 하루가 다르게 규모가 커졌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자는 어촌 작은 마을에서 시외로 이사를 갔고 넓은 집에서 전 부잣집 아들로 성장했죠. 그런데 매년 같은 날 밤 새아버지는 저 몰래 바닷가루가 건어물과 과일 그리고 향을 피우고 흐느끼면서 술을 드셨습니다. 초등학교 땐 자다가 깨서 아빠를 쳤다가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처음 보게 됐고 점점 커갈수록 매년 같은 날 아버지가 왜 저렇게 우시는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왠지 아버지에게 물어보기가 망설여졌습니다. 뭔가 금기를 깨는듯한 느낌이랄까 그냥 저 혼자 아버지의 비밀을 숨기기로 했습니다
-우리 아들 군대도 갔다 왔고 이제 곧 졸업이구나 졸업하고 할 일에 대해 생각을 좀 해봤니?
-전 하나만 생각했어요
-하나 벌써 꿈을 정했다는 거냐 네 아버지 양식장 제가 이어받을게요
-상구야
-그러지 않아도 돼 서울로 가서는이 꿈을 펼쳐 사내라면 서울로 가서 꿈을 펼쳐야지
-아버지 서울이든 어디든 뭐가 중요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게 좋은 거 아닌가요
-전 아버지를 하시는 거 보면서 양식장은 현대화 시켜서 쉬어도 더 많이 키우고 외국에 수출도 할 거예요 그러니까 저 믿어주세요.
-넌 어쩜 단 한 번도 날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난 늘 생각했다. 네가 내 아들이라는게 너무 자랑스럽다고. 그리고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이다.
-아버지 그건 제가 드릴 말씀인데요. 엄마 빈자리 느껴지지 않게 아버지가 저한테 주신 사랑 결코 누구도 할 수 없을 거예요.
-상구야 내가 미안하다
-미안하단 말 그만하세요 아버지가 저한테 미안해할 일이 뭐가 있어요?. 전 아버지 아들이란게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늘 미안하다며 우는 새아버지의 모습은 읍사 매년 같은 날 밤 바닷가를 찾아가 흐느끼며 우는 모습과 비슷했습니다. 새아버지 마음속엔 어떤 아픔이 있길래 이러시는 걸까 전 늘 궁금했었죠.
-네? 일본에서요? 정말로요? 알겠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왜 무슨 일인데 일본에서 저희 양식장에 있는 치어들을 사겠다고 연락이 왔대요 다음 주에 저희 양식장으로 온다고 해요
-정말이냐 아니 상구 네가 정말로 해냈구나 우리 양식장이 정말로 수출을 하다니 믿기지가 않아
-아버지가 다 읽어 놓으신 덕분이죠
-네가 운영을 맡은 후로 양식장이 정말 하루가 다르게 성장 (콜록)
-아버지 요즘 왜 이렇게 기침이 자주 나세요… 병원에 가보시라니까
-늙으면 다 그래 신경 쓰지 마라
-안 돼요 당장 내일처럼 병원 가세요 아셨죠?
전 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전 아버지를 모시고 큰 병원으로 갔죠. 며칠 후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갔는데…
-폐암 말기입니다. 근데 지금 수술도 못할 정도로 온몸에 암이 다 퍼졌어요…이 정도면 많이 아프셨을 텐데 왜 이제 오신 겁니까?
-전 그냥 나이가 드셔서 그런 줄 알고
-안됐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진통제뿐입니다
-선생님 제발 우리 아버지 살려주세요 아주 우리 아버지 저 때문에 일만 하고 사신 분이에요 그러니까 수천 수억이 들어도 상관없으니까 수술해서 낫게 좀 해주세요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네요… 안 돼요 안 된다고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대상 같아 보이던 아버지가 폐암이라니 전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다 아시는 듯 아무 말씀도 없으셨습니다
-아버지…
-가자 집에 가자..
아버지의 뒷모습은 정말이지 너무 작고 초라해 보였습니다. 왜 우리 아버지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하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수출을 앞두고 여러가지 준비를 하면서도 전 오로지 아버지 생각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왠지 다 초월한 듯 너무 평온해 보이셨죠. 요놈들 이제 저 바다 건너 일본으로 가겠구나 너희가 다 크는 거 보고 가고 싶은데.. 나한테 시간이 별로 없단다.. 잘 가거라…
전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뭘 해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수출은 성공적으로 성사시켰지만 전 그렇게 기쁘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걸 아버지와 함께 기뻐하고 싶은데 웃을 수가 없었거든요.
-상구야 오늘은 우리 한잔하자 이보다 기쁜 날이 어디 있겠니?
-아버지 전 하나도 기쁘지 않아요..
-오랜만에 먹으니 시원하고 좋구나 아 너도 오랜만에 맥주 한잔해
-아버지 아버지 곧 죽는다고요 죽는 거 하나도 무섭지 않으세요? 전 매일매일이 지옥이에요… 아버지가 없다는 생각만 하면 정말 저도 죽을 것 같다고요..
-상구야 아버지가 미안하다
-그놈의 미안하단 말 마세요 뭐가 미안한데요 뭐가요?
-상구야 내가 너한테 몹쓸 짓을 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는 갑자기 아버지 방 서랍에서 작은 상자를 하나 꺼내셨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주 밝게 웃는 어린아이의 사진도 함께 보여주셨죠
-이 아이가 내 아들이다
-네? 진짜 아들? 지금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자 이 상자 열어봐라 이게 뭔지
전 작은 상자를 열었고 거기엔 작은 은목걸이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펜던트에는 정상구라고 적혀있었고 생년월일이 적혀 있었죠.
-이거 제 거예요? 근데 왜 이걸 …
-네가 우리 집에 온 날 난 이걸 감춰버렸다 그리고 널 내 아들로 삼았지
-아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확실한 건 아니지만네 어머니는 살아계신단다… 소문엔 저 건너 동네에 손자를 잃어버렸단 이야기를 들었어… 난 직감했지… 잃어버린 아이가 너라는 걸… 이 목걸이는 아마네 어머니가 달아주셨을거다.
-이게 우리 어머니가 걸어주신 거라고요?
-그래 근데 난 그걸 알면서도 널 보내지 않았어.. 난 널 하늘로 갔네 아들 대신 하늘이 보내준 선물이라 생각했어.. 그래서 여기 사진에 있는 아이 이 아이가 진짜 내 아들이야
-뭐라고요?
아버지는 제가이 집에 온 날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고 왜 한 번도 보지 못한 다섯 살 아이를 자기 아들로 만들었는지 들려주셨습니다.
-이름이 정태현이었다. 너랑 같은 다섯 살 나랑 고깃배 타고 잘 다녔는데 파도의 그만…. 그 망망대에서 난 아들을 잃고 망연자실했다.구명조끼를 입고 온 바다를 헤맸어 나도 그냥 아들 따라갈까 생각도 했지 그런데 죽는 것도 쉽지가 않더라. 아들이 그 열흘만 술만 마셨어 그런데 갑자기 네가 우리 집에 온 거야. 난 그냥 네가 내 아들이라고 생각했어 태연이가 살아온 것 같았어 그래서 그냥 널 내 아들로 만든 거야…. 엄마도 찾았고 서울이라고 매일 말해도 난 못들은 척했어… 점차 점차네 기억을 내가 없애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매일 내 자신에게 말했어 넌 내 아들이다 내 아들이라고..
-그러면 매년 음력 9월 14일 바닷가에서 울던게이 아이 때문이었어요?
-내가 내가 죽을 죄를 지었다.. 해 차라리 이렇게 병에 걸린게 마음이 변했어.. 너한테 모든 걸 주고 갈 수가 있어서…
전 아버지의 고백을 듣고 이제껏 살았던 것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제가 아버지의 친아들이 아닌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방법으로 절 자신의 아들로 만든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아버지 모습을 보니 전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늘 마음속으로 내 어머니는 누구일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 아버지가 가슴 아프실까봐 말도 못하고 속으로 앓기만 했는데 그런 절 이렇게 만들다니..
-이게 진짜라면 당신은 미쳤어 당신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도둑질했다고 당신 유괴범인 거 알아? 아냐고 어떻게 이런 미친 짓을 왜 왜
-지금이 자리에서 날 죽여도 난 원망 안 한다 넌 내 인생에서 보석이었고 내 모든 것이었다. 내 욕심으로네 인생을 훔친게 나쁜 일이란 걸 알았지만 난 후회하지 않아. 네가 날 미친놈이라고 해도 난 괜찮아.
-그럼 나는 나는 당신을 아버지로 알고 당신을 존경했고 그리고 늘 걱정했어 맨날 이렇게 키워준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으니까 그런데 당신은 양의 탈을 쓴 늑대 아니 악마야 면목 없다
-상구야
-내 이름 부르지 마 더러워 더럽다고!
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그리고 며칠 동안이 믿기지 않는 현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답했습니다 어찌됐건 모든 것을 다시 되찾고 싶단 생각이 들었고 전 집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아이고 이놈아 어디 갔었어네 아버지 세상 떴다 아니 김치 좀 갖다 주러 왔다다 보니까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아직 할 이야기가 많고 들어야 할 이야기가 많은데 이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시다니…
그렇게 전 하루 아침에 어머니와 생리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아버지라 믿고 살았던 사람을 하늘로 보내야 했습니다 한꺼번에 몰아닥친이 불행을 견디기엔 전 너무 힘들었습니다. 장례를 마치고 전 무작정 떠났습니다 발길이 닿는 대로 어디든이 모든 현실을 잊을 수 있도록 걷고 또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한 가지 밖에 생각이 안났습니다 왜 도대체 왜 왜 난 집을 놔 버린 거고 왜 아버지는 내 가족 있는 걸 알면서도 보내지 않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걷고 또 걷다보니 한 사찰에 발길을 멈췄습니다 배도 고프고 몸도 뉘어야 할 곳을 찾아야 했죠.
-저기 계십니까 계세요?
-누구요
-어 안녕하세요 스님 저 걷다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행색을 보니 여행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고 여기서 쉬다가쇼
-감사합니다 스님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가슴속에 있는 그 큰 돌덩이는 여기 있는 동안 내려 두시오.. 부처님은 중생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분이시니 충분히 그래도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전 그렇게 스님이 안내해주시는 사찰 안에 있는 작은 방에 머물렀습니다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친 상태라 전 오랜만에 곤히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이 되자 누군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보살님 일어나셨습니까
-잠시만요
-전 얼른 일어나 문을 열었고 한 중년의 여성을 만났습니다 그 보살님은 절에서 밥을 해주며 사찰에 기구하고 있었고 제게 아침을 차려주기 위해 절 깨우러 오신 겁니다
-아침 공양 하셔야죠 절 따라오세요
-어네 감사합니다 보살님을 따라 공양실로 갔습니다 소박한 반찬이었지만 뭔가 따뜻함이 느껴지는 밥상이었습니다 그리고 밥을 차려주신 보살님은 제가 반찬이 입에 맞는지 안 맞는지 제가 밥을 먹는내내 먼 발치에서 저를 지켜 보셨죠.
-너무 잘 먹었습니다 음식이 다 맛있었어요
-사찰음식이 전부 채소뿐이라 그래도 맛있게 드셨다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보살님 어디서 많이 뵌 분 같네요 혹시 저희 절에 오신 적이 있나요
-아니요 전 아주 멀리서 왔습니다 여긴 처음이고요 ?
-그런데… 참 낯이 익네요 절에 오신 모든 분들은 어떻게서든 인연이 닿기에 다 소중한 분들이 있죠. 절에 계시는 동안 편히 쉬다 가세요. 모든 필요하면 이야기 하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새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풍경소리까지 전 정말 가슴속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는 현실은 부정하기엔 너무 충격적인 일이었죠. 법당에 앉아 혼자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닥친 현실을 생각하면 할수록 눈물 밖에 나질 않았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보살님은 가만히 지켜봐 주셨고. 제가 법당에서 나오자 따뜻한 차 한잔을 내주셨습니다.
-우엉차예요. 몸에 있는 나쁜 독소를 빼주는 차라입니다.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건 지나간답니다. 저도 아주 오래전에 죽지 못해 살던 사람이었어요. 내가 소중하게 여기던 사람을 잃고 나서 살 이유가 없었죠. 그래서 절에 와서 기도를 드리다 30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갔네요. 그러니 시간의 모든 걸 맡기세요. 부처님이 늘 보살펴 주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보살님 차려주신 밥상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한 번도 그런 따뜻한 밥상을 받아본 적이 없거든요.
-그렇게 칭찬해 주시니 감사하네요 배고프면 언제든지 오세요 밥은 많이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참 곱고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전 더 이상 폐를 끼치기 싫어 다시 가방을 메고 집으로 갔습니다. 어머니를 찾기 위해서는 제가 잘 된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단 생각에 일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아니 물고기들이 왜 이래? 왜 다 죽어있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일본으로 수출하려고 키우던 치어들이 갑자기 죽어있는 것이었습니다 원인은 치어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맞지 않아 물고기들이 다 죽은 것이었습니다.
– 태풍도 왔었고 솔직히 아버지 돌아가시고 양식장도 오래 비었잖아… 아 자네가 나보다 더 잘 알잖아 양식장 하는 사람들은 물고기만 보고 살아야 한다는 거… 그냥 잊고 이번 기회에 양식장 소독 한번 싹 해버려 물고기도 사람처럼 한 번씩 청소도 해주고 깨끗한 데서 살아야 하는 거야
전 이번 일로 막대한 손해를 받고 자꾸 안 좋은 일만 생기니 자존감만 낮아졌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어디다 하소연할까 생각하던 차에 그때 그 사찰이 떠올랐습니다. 전 그때처럼 배낭 하나 메고 사찰을 찾아갔습니다.
-스님 계십니까 ?
-어머 너무 오랜만이네요 웬일이세요 그냥 마음도 답답하고 하는 일도 잘 안 풀려서 생각 좀 정리하려고 왔습니다.
-잘왔어요. 스님은 수양하시러 가셨습니다. 내일이면 오실 테니 오늘은 여기서 쉬다 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배고프죠? 금방 밥 차려줄게요
보살님은 그때처럼 절 반갑게 맞아주셨고 전 보살님이 차려주신 밥을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사실 가끔씩 생각이났습니다 보살님이 차려주신이 밥상이 말이죠 그때 당시 저한테는 너무나 힘이 되는 밥상이었습니다
-너무 잘 먹었습니다 역시 보살님 솜씨는 그대로시네요
-또 비행기 태우시네요 아 어제 첫잎을 겪었는데 차 좀 드릴게요 저기 마루에서 좀 쉬고 계세요 .
-네 네 해질녘 사찰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전 해질녘이 되면 늘 알지 못할 그리움이 밀려왔었습니다. 그 그리움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말이죠.
-노을이 참 예쁘죠..
-네 정말 예쁘네요.
-나는 노을만 보면 우리 아들이 생각나요. 노을이란 동요 알죠 우리 아들 자장가로 내가 많이 불러줬거든요.
-어 그 노래 제 힐링송인데 잠 안 올 때 그 노래 들으면 잠이 잘 오거든요 아 이제 다 큰 남자가 동요 듣는다고 욕할까봐 저만 혼자 몰래 듣고 있어요. 아마 어머니가 불러 주시지 않았을까요?
-어머니.. 정말 저희 어머니가 그랬을까요?
-어 내가 혹시 실례되는 이야기를 했나요?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전 아주 어릴 때 어머니와 생이별을 했어요. 너무 어려서 기억은 안 나지만 엄마 품과 엄마의 어렴풋한 목소리는 기억이나요.
-어휴 저런 어쩌다가 그랬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잠시 절 맡기고 일을 하러 가셨대요 전 기억이 안 나지만 그런데 제가 길을 잃었고 양아버지 밑에서 자라게 된 거죠
-혹시 할아버지 할머니 댁이 어디였나요? 바닷가에서 조금 떨어진 성수리 마을이었대요 전 원래 서울에서 살았는데 어머니 일 때문에 잠시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있었는데 아이 집 그렇게 헤어진 거죠 대권의…
-성수리 마을이요? 네 혹시 아는 마을이세요? 혹시 보살님 이름이…
-양아버지가 제 이름은 바꾸지 않으셨어요 여기 제 목에 걸려있던이 목걸이에 여기 있는게 제 이름이에요
-정… 정선구…?
-보살님 왜 이러세요 괜찮으세요?? 모기차 생각나요?
-모기차요? 성수리마을 우리 아들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셨던 건 우리 아들이 모기차 따라갔다가 실종됐어요. 그런데 이 목걸이 우리 아들 거예요 아주 정말 이거 보살님 거 맞아요 말해봐요
-네 제꺼 맞아요
-상구야 상구야 내 아들 내 아들 엄마 생각안나? 엄마야 상구야 내가네 엄마라고…
-전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현실을 믿지 못했습니다. 우연히 들린 사찰에서 만난 보살님이 제 어머니라니 도저히 믿지 못했습니다.
-정말 엄마 맞으세요? 우리 엄마 맞으세요? 그래 내가 너를 잃고 천국을 돌아다니며 널 찾으러 다녔다 차그마치 10년이야 전단지도 뿌리고 천국을 돌며 경찰서마다 들러서 실종신고 들어온게 없는지 살폈단다… 그런데 널 찾을 수가 없었어 죽으려고 산에 올랐는데 스님을 만나 여기에 머물게 된 거야… 엄마는 널 찾지 못했는데 우리 아들이 날 찾았구나… 상구야 상구야 엄마가 너무 미안해 너무 미안해…
-전 엄마가 계신줄도 모르고 그냥 상상만으로만 생각했어요. 우리 엄마는 어떤 분이실까… 그런데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이건 기적이에요… 엄마가 저 위에 기도해주신 덕분이에요.. 저 잊지 않고 이렇게 건강하게 계셔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희 모자는이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받아들이게 됐고 대화를 하면 할수록 저희 어머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내가이 목걸이를 만들었을 때 우리 아들 언제 어디서라도 엄마가 찾을 수 있게 하려고 만든 거였어 설마 그럴 일은 없을 테지만 네가 어디에 있든 내가 찾을 수 있게 말이야 그런데 이렇게 30년 가까이 생 이별을 하다니 아유 상구야 엄마가 하루도 널 잊은 적이 없다 날 만나지 않아도 늘 부처님께 기도했어 우리 삼국 건강하고 어디서든 사랑받고 살게 해달라고…
-새아버지가 절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아들로 삼아 키우셨던 걸 저도 얼마 전에 알았어요. 그것 때문에 너무 힘들어이 저를 찾은 거고요 양아버지가 원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엄마가 기도한 덕분에 어려움 없이 사랑받으며 살았어요… 옛날에 나였으면네 새아버지를 저주하며 살았을거다… 하지만 이젠 그러지 않아… 이렇게 널 만났고… 새아버지 밑에서 이렇게 잘 성장해준 것만으로도 감사드린단다.. 그러니 상구야… 너도 이제 모든 짐을 내려놓으렴.
-엄마 엄마..
전 그렇게 그리워했던 엄마를 다시 만나게 됐고 돌아가신 새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들린 사찰에서 어머니를 만난게 너무 감사했고 전철에 큰 돈을 보시했습니다. 그 뒤로 사업도 잘 됐고 어머니와 함께 살 집을 장만해 행복하게 살았죠.
지금은 늦게 결혼해 아이도 낳고 어머니는 요즘 손주 보는 재미에 푹 빠져 계시답니다. 한때 아버지로 알았던 사람이 어머니와 저의 생리별 하게 한 유괴범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새아버지와 인연 덕분에 전 지금의 저로 성장할 수 있었고 이젠 원망보단 고마운 마음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매년 아버지 기일이 되면 전 아버지에게 늘 말씀드립니다.
‘아버지 저 아버지 아들 상구입니다 잘 지내시죠?’ 하고 말이죠 그럼 지금까지 제 사연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