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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교포인 마흔살 남자입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열심히 살아가는 중인데요. 몇 년 전 참으로 화가 치밀고 놀라운 사연이 있어 글을 쓰게 됐네요.
저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영어 한마디 할 줄 모르는 제가 미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답니다. 동양인이라 인종차별도 수없이 당했고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기도 했죠.
그래도 고등학교에 올라가게 되면서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되고 먼저 마음을 열게 되니 친구가 하나 둘씩 늘었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한국 학생들이 하듯이 자주 밤을 세웠어요. 그랬더니 미국의 명문대에 들어가게 됐고 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길이 조금 열리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수학을 좋아해서 공대를 나왔고 졸업 후에는 기계 생산하는 일을 했습니다. 도면을 그리고 수확 계산을 해서 멋지게 기계를 만드는 일이었죠 연구개발이 주업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네요. 30대 초반까지는 미국의 큰 회사에서 일했는데 제 꿈을 더 크게 펼치고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답니다.
부모님은 안정적으로 미국에서 회사 다니며 살길 바라셨는데 저는 고국인 한국에서 기술을 발전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홀로 떠나왔어요. 가진 돈이 별로 없었지만 벤처 사업이라는게 자본보다 자신감이 우선이니 열정만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게 됐답니다. 1인 사업을 시작으로 1년의 세월을 노력하며 보냈더니 어느새 매출도 억대로 오르게 됐고 직원도 5명이 됐어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성장해서 열정은 식을 줄 몰랐네요. 해가 두 번 바뀌어 30대 중반이 됐고 회사는 두 번의 이사를 하며 100평대 사무실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직원도 30명이나 채워졌구요. 더불어 저와 자매 결연을 하자는 업체들도 넘쳐났습니다.
제 기술을 도입해서 기계 제작을 하고 싶다는 오너들이 몰려들었죠. 그래서 전 큰 돈을 받고 기술 일부를 팔며 백만장자가 됐답니다. 이렇게 열심히 일만 하면서 살고 있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저에게 먼저 다가온 여자들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열정이 있다보니 좋게 봐주신 것 같았죠.
그런 여자들의 대쉬를 많이 받다가 사업하는 선배를 따라 교회를 나가게 되면서 운명 같은 여자를 만나게 됐습니다. 그 여자 역시 저에게 먼저 관심을 표현해 줬어요. 많은 교인들 앞에서 저에게 식사 한번 하자고 공개적으로 말했답니다,
그 여자분은 교회에서 순수하고 착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진 분이었어요. 또 제가 몇 주 지켜봤는데 천사 같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 함께 식사를 하게 됐고 데이트를 몇 번 한 뒤에 사귀어 보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연애를 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순수하고 착한 사람이었어요. 요즘 시대에 이런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죠. 그렇게 딱 1년을 교제하고 난 뒤에 저는 결심 했습니다. 이 여자를 놓치면 평생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교인들이 다 보는 앞에서 멋지게 반지를 들고 프로포즈를 했고 그녀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제 마음을 받아 줬습니다. 미국에 있는 부모님께 여자친구를 소개해 드렸더니 엄청 좋아해 주셨어요. 이렇게 예쁜 아가씨를 만날 줄 알았더라면 한국에 가서 사업하는 걸 무조건 허락했을 거라는 말씀까지 하셨답니다.
그리고 예비 처가에 들어가 봤는데 조금 가난한 집이었어요. 오래된 아파트의 낡은 물건들 여기저기서 기어 나오는 벌레들까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답니다. 그래서 결혼하게 되면 처가의 효도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인사를 마치고 나왔어요.
물론 예비 처부모님도 저를 마음에 들어 하시고 결혼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양가 부모님은 상견례를 생략하고 결혼식장에서 처음 만나게 됐어요. 미국에 계신 부모님도 사업을 운영 중이라 시간을 빼는게 어려워 결혼식 날 처음 뵙고 인사를 나누셨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제가 신혼집과 혼수를 모두 장만했어요 한국식 마인드로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저는 제 능력이면 아내에게 못해줄게 없어 많은 걸 챙겨주기로 다짐했죠.
그래서 신혼부부로 지내면서 처가의 아파트도 한 채 해드리고 살림살이도 새롭게 다 바꿔 드렸습니다. 그러자 처부모님은 제가 평생의 은인이자 복덩어리라며 자신들이 미국에 계신 부모님을 대신해 엄마 아버지 역할을 해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답니다.
저희 부부와 처가가 다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일상이 되자 조금 달라진게 보였어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가 된다는 말을 한국에서 처음 들었는데 두 분이 저에게 권리를 찾는 것처럼 많은 것을 요구했습니다. 장인어른이 어느 날 제 회사를 찾아와 할 말이 있다고 하셨는데 내용을 들어보니 조금 어이가 없었어요.
[장인어른]: 백서방 자네가 사준 자동차가 잘 안 나가 아무래도 국산차 말고 외제차로 한대 줘야겠어
[나]: 아버님 차산지 1년도 안됐는데 벌써요? 차에 고장이라도 심하게 난건가요?
[장인어른]: 아니 그게 아니라 이 차가 생각만큼 잘 나가지를 않아. 그리고 내 친구놈들이 사위한테 외제차 한 대씩 받았다고 자랑하는데 내 체면이 말이 아니더라고.
저는 차가 안전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지면 상관없다는 주의였기 때문에 장인어른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한국 문화를 잘 모르는 부분도 있었고요. 그래서 장인한테 한국 차를 끌고 다닌다고 체면이 안서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저에게 호통을 치시더라구요.
[장인어른]: 야이 이 사람아 자네가 돈도 잘벌고 능력 있으면 외제차 한대는 쉽게 살 수 있을 거 아니야! 왜 자꾸 했던 말을 또 하게 만들어! 여기 한국에서는 벤츠 정도는 끌어 줘야 인정받는다고.
[나]: 아 벤츠요. 알겠어요 아버님 사드리겠습니다. 제가 한국 문화를 잘 몰랐어요. 그럼 이번 주말에 같이 차 구경하러 가요.
[장인어른]: 빨리 진작에 그럴 것이지 한 번에 오케이 하면 내가 화낼 일도 없었을 거 아니야. 괜히 성질만 부렸네. 그럼 이번 주말에 벤츠 매장으로 가는 걸로 알고 있겠네.
그래서 주말에 벤츠 매장을 장인어른과 찾아가서 비싼 놈으로 한대 뽑아드렸습니다. 그리고 장모님 역시 명품의 중독이 되셔서 허구한 날 제 카드를 긁으셨어요. 그러다 카드 한도까지 다 쓰셨는지 결제가 되지 않자 어느 날 저를 찾아와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습니다.
[장모님]: 왜 한도 초과가 뜨는 거야! 내가 진작부터 한도 늘려놓으라고 했지! 내가 자네 때문에 백화점에서 얼마나 큰 망신을 당한 줄 알아 거기 내 친구들까지 다 있어서 쪽팔려 죽는 줄 알았다고
[나]: 장모님 그 카드 한도가 천만 원인데 그걸 다 쓰신 거예요? 장모님 소비가 갈수록 커지시네요…
[장모님]: 뭐야 카드 줄 땐 마음껏 쓰라더니 이제 와서 그런 소리를 하나
[나]: 아니 무슨 그런 말씀을 장모님 저 재벌 아니에요. 매달 성실하게 일해서 돈 버는 사업가일 뿐이라고요. 처음엔 10만원도 아까워서 못 쓰시겠다던 분이 왜 요즘에는 수백만 원씩 쓰시는 거예요! 정말 죄송하지만 카드 한도 100만원 이하로 내리겠습니다. 그러니 씀씀이 아껴주세요.
[장모님]: 이 정신 나간 놈 좀 보게. 이봐 백서방 처음에 내 딸 데리고 갈 땐 뭐라고 했나 자네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겠다며! 그런데 장모가 쓰는 돈이 아까워서 카드 한도를 줄이겠다고? 이거야말로 하극상이자 갑질이야!
[나]: 장모님 갑질이라뇨! 어떻게 이게 제가 갑질하는게 됩니까! 전 이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장모님]: 그거야 백서방이 미국물을 먹고 와서 한국 물정을 몰라서 그래! 너 그런 말 들어봤어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한다고. 내 딸이 얼마나 예쁜지 잘 알지? 교회에서 내 딸 꼬시려던 사내가 한둘이었는 줄 아나! 그렇게 잘나고 예쁜 내 딸 데리고 갔으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게 인지 상정이라고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카드 한도 올려놔.
도대체가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막말로 제가 돈을 주고 아내를 산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제 주머니를 털어가려고만 하는지 미치겠더라구요. 장인 장모는 제가 카드 한도를 줄이자 현금 서비스를 받아서 돈을 쓰더군요. 거기까지 상상도 못하고 있었는데 돈 나올 구멍이 있으면 어떻게든 다 뽑아 먹으려고 했답니다.
제가 카드를 드렸던 이유는 용돈과 생활비를 하라고 드린 것이었는데 이렇게까지 막 쓸 줄은 몰랐습니다. 더는 안되겠다 싶어서 마음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1년 동안 많이 베풀었고 이제는 그만 소비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에 처부모님께 카드를 돌려받아야겠다고 전화로 말했어요. 그러자 그동안 조용하고 착했던 아내가 발끈하더군요.
[아내]: 자기 너무 치사하게 나오는 거 아니야? 우리 부모님이 돈을 쓰면 얼마나 쓴다고 다시 카드를 빼앗겠다는 거야!
[나]: 어쩔 수 없어. 회사를 더 키우고 우리 가족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젠 소비 줄여야 해. 아버님 어머님이 내 카드 너무 많이 쓰셔서 그만 돌려받는게 좋겠다고 앞으로 용돈을 정해서 드리도록 하자.
[아내]: 아니 자기가 한 달에 버는 돈이 얼만데 소비를 줄이겠다는 거야.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 남이야? 언젠 친부모님처럼 모시겠다며!
[나]: 여보 우리 부모님은 장인 장모처럼 돈을 헤프게 쓰지 않아! 그리고 내가 친부모님처럼 모시겠다는 건 돈이 아니라 자식처럼 살갑게 대하겠다는 의미였어. 여보 당신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 돈 때문에 화내는 걸 보니까 꼭 다른 사람 보는 것 같아.
[아내]: 효도가 곧 돈이야.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아 몰라 우리 부모님 카드 뺐으면 나 진짜 화낼 거야! 그냥 마음대로 쓰게 내버려 둬!
아내는 크게 분통을 터뜨리며 집 밖을 나갔습니다. 제가 잘못을 한 건지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봤더니 전혀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너무 과하게 처가를 챙겨줬다며 호구가 따로 없다고 말하더라고요. 당장 카드를 끊어버리고 용돈도 생색내면서 주라고 조언을 받았답니다.
그래서 전 한국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고 잘못된 행동을 싹다 바꿔 버렸습니다. 처부모님한테 카드를 돌려달라고 했더니 난리가 좀 났지만 결국은 제 지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매달 적당한 금액의 용돈을 드리기만 했어요.
이에 아내는 정 떨어지는 행동을 했다며 저를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천사 같던 아내가 돈 문제가 닥치니 바로 변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날을 기점으로 아내는 저를 조금씩 피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오길래 어딜 다녀왔냐고 물었더니 짜증을 내더군요.
[아내]: 내가 어딜 다녀왔겠어! 자기가 우리 엄마 아빠 카드 끊어버리니 생활이 다시 어려워졌잖아. 그래서 돈 벌러 나갔다왔어!
[나]: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매달 부족하지 않게 생활비 드리고 있는데 생활이 왜 어려워져!
[아내]: 아 몰라 말시키지 마! 나 당신한테 실망한게 이만저만이 아니니까 저리 가라고!
[나]: 여보 계속해서 아버님 어머님이 씀씀이가 크면 나중에 힘들어져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잖아. 생각해 보니까 내가 처음부터 너무 많이 해드린 것 같아. 그래서 그걸 권리로 알고 많은 걸 요구하시는 것 같단 말이야! 이번 기회에 습관 고쳐 드리자. 당신이 일 같은 거 하면서 괜히 돈 드리지 마.
[아내]: 아 이거 말 아주 웃기게 하네 당신이 해준게 뭐 얼마나 된다고 그렇게 생색을 내! 나 정도 되는 여자랑 결혼했으면 고마운 줄 알고 지갑 과감하게 열어야 정상이라고. 내가 당신 만나기 전에 많은 부잣집 아들들이 들이댔단 말이야. 그 정도로 대단한 여자랑 살고 있다는 걸 명심해.
[나]: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당신 미모가 빼어나면 돈을 많이 써야 한다고? 장모님이랑 똑같은 말 하네. 당신이 무슨 물건이야? 예쁜 마누라랑 살면 매달 벌어들이는 수입만큼 써야 하냐고! 여보 뭔가 착각한 모양인데 나는 가난한 집에 사는게 안쓰러워서 도우려고 했던 것뿐이야. 좋은 집에서 살게 해드리는 것 하고 돈 걱정 없이 용돈하고 생활비 드리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일이라고. 그런데 당신은 날 돈으로 생각한 거야? 그런 거냐고!
[아내]: 진짜 짜증나네! 야 내가 너랑 왜 결혼했겠니! 당연히 돈 많고 능력이 있으니까 결혼한 거라고 미국 어쩌고 하면서 이해 안 되는 소리 좀 그만해! 여긴 한국이고 다들 그렇게 사니까 받아들이란 말이야.
아내의 억지에 저는 혀를 차고 말았습니다. 제가 알던 아내의 천사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고 돈 밝히는 여자로 전락해 노골적으로 지갑을 다시 열라고 종용하더군요. 하지만 저는이 과정이 지나가리라 믿고 제 판단대로 지난 1년처럼 호구로 살지 않기로 했답니다.
그러자 아내는 계속해서 반항이라도 하는지 매일같이 집에 늦게 들어오는 건 당연했고 집안 살림을 나몰라라 하고 지내더군요. 제가 전처럼 돌아오길 기대하고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쉽게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예 처부모님의 용돈까지 끊어버렸습니다.
아내가 일을 다닌다고 하니 직접 처부모님께 생활비를 충당하라고 말했.죠 그러자 아내는 기가 막힌다며 저와 결혼한 걸 크게 후회한다고 했고 자기 화가 풀리기 전까진 각방을 쓰겠다며 저를 거실에서 자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집에서 처가에서 남편과 사위대접을 받지 못하며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고 일까지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생산한 기계에 불량이 심하다며 AS 요청이 밀물처럼 들어왔습니다. 단순 고장이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 부품 관련해서 큰 문제가 되더라구요. 제가 설계한 대로 제작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데 싸구려 부품으로 만든 책임자 때문이었죠. 제 앞에서는 모든 걸 제대로 하는 척 해놓고 뒤에 가서는 이득을 취하고 엉망으로 일했던 겁니다.
이를 탓하려고 공장으로 가봤더니 책임자가 사라지고 없더군요. 그동안 많은 돈을 횡령하고 싸구려 부품으로 떼워놨으니 일이 커지자 도망간 거죠. 그래서 전 급한 대로 이미 출고된 기계를 산 업체에 일일이 연락을 돌려 사정을 말한 뒤 교환해 준다고 했어요.
하지만 신뢰를 잃어 다들 환불조치하고 거래를 끊겠다고 고지 하더라고요. 머리가 터질 듯이 힘든 상황이 오자 제 사업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찾아와 그만 투자금을 돌려 달라고 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위기가 찾아와서 제 처지가 말도 아니었네요. 다시 한번 저를 믿어달라고 부탁해봤지만 투자자들은 완강하게 거절하며 무조건 한 달 안으로 투자금을 빼달라고 했습니다.
결국 그 돈을 마련하려고 저와 비즈니스 협약을 맺은 사람들에게 찾아가 봤지만 아무도 제 손을 잡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제가 많은 걸 도와줬음에도 칼같이 거절하더군요. 이래저래 애를 써봤지만 도저히 방법이 나오지 않아 부도 위기에 처했답니다.
그러던 중 집에서 홀로 캔맥주를 마시며 근심을 조금이라도 덜려고 했는데 방에 있던 아내가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제 앞에 앉더라고요. 저에게 위로를 해주려나 싶어 기대를 하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나]: 여보 내 걱정돼서 나온 거야? 나 괜찮아.. 이대로 무너지지 않는다고!
[아내]: 누가 뭐래? 당신 사업이 어떻게 되는지 관심 없어. 난 이걸 원하니까.
아내는 한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식탁 위에 팍 소리를 내며 올려놨습니다. 뭔가에서 들여다봤더니 이혼서류더군요. 저는 맥주를 마시다 놀라는 바람에 코로 뿜어버렸습니다.
[나]: 이게 뭐야? 이혼? 당신 지금 뭐하는 거야!
[아내]: 뭐긴 뭐야. 당신 망하기 일보 직전이니까 이러지. 설마 내가 망한 당신이랑 계속 살 거라 생각했던 거야? 참 웃기네. 야 넌 이제 폐급이야. 난 1급수 돈 많은 남자 아니면 사람으로 취급 안해.
[나]: 당신 정말 대단하구나? 양파 같은 여자야 까면 깔수록 새로운 모습이 나타난단 말이야. 내가 당신 같은 여자랑 1년 넘게 살았더니 기가 막힌다. 뭐에 씌여서 이 모양이 된 건지…
[아내]: 마음대로 지껄여. 그래봤자 무능한 당신 미래가 달라지진 않아 이 루저 새끼야!
[나]: 너 정말 보통 아니구나? 순한 양의 탈을 쓴 늑대가 따로 없네. 내가 망하기 직전이라고 바로 이렇게 나오는 거야? 대단하다 당신 돈 많은 남자 또 꼬시려면 시간이 좀 걸릴 텐데 그동안은 손가락 빨고 살아야겠네.
[아내]: 내가 그렇게 멍청한 여자로 보여? 이미 너보다 잘난 남자랑 만나고 있거든. 내가 취직해서 일 다닌다고 하니까 진짜로 일해서 돈 버는 줄 알았냐? 야 세상에 널린게 남자야 거기서 너보다 잘나고 돈 많은 남자도 많이 있다고. 나 그 남자랑 열렬히 사귀면서 블랙카드로 실컷 쓰면서 살고 있다고. 진작 이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달 안으로 끝내는게 좋겠어. 이혼하면 바로 재혼할 거야. 어때 이 정도면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하지 않아?
[나]: 뭐야 지금 바람피우고 있다고 밝히는 거야? 그것도 몇 달 전부터 시작됐다? 아 나랑 각방을 왜 쓰나 했더니 바람피우는 거 걸릴까 봐 그런 거구나. 이거 아주 짐승처럼 막 나가는 년이네. 야 내가 너 가만히 둘 줄 알아? 이혼 소송에서 망신살 뻗치게 해주겠어.
아내는 저의 통보에 히죽거리며 대답하더군요.
[아내]: 무슨 증거라도 있어? 지금 내가 말하지 않았으면 평생 몰랐을 등신 놈이. 야 불륜 증거 하나라도 찾을 수 있으면 찾아봐. 내가 얼마나 철저하게 바람피운지도 모르고 헛소리하지 말고.
[나]: 이 더러운 년
[아내]: 내가 더러운 년이면 넌 쓸데없는 잉여놈이야. 그깟 사업 제대로 운영 못해서 말아먹은 주제 어디서 나 같은 미녀랑 계속 살겠다는 거야? 그건 욕심이 너무 과한 거라고 잔말 말고 이혼서류에 도장 찍어. 당신이 지금 거지라 위자료는 받지 않을게. 뭐 어차피 1년 동안 많이 뽑아 먹었으니까 상관없어.
[나]: 이게 너 본모습이구나? 한국에서 너 같은 여자를 부르는 말이 있더라 꽃뱀. 이 비열한 꽃뱀년아 내피 다 빨아 먹더니 이제 다른 놈한테 붙은 거냐. 그놈은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지. 나처럼 순진에 빠진 남자가 분명할 거야.
[아내]: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 내가 순진한 남자를 만나든 무식한 남자를 만나든 당신이 소송으로 가겠다면 나도 변호사 선임할 거야. 내 애인이 유명한 로펌의 대표거든 그이가 직접 당신과 싸우게 되면 누가 손해 볼지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해.
[나]: 우와 진짜 대단하다 지금 내 몸에 닭살 돋은 거 보이냐 이 꽃뱀년아! 나중에 니가 순진한 남자들 망가뜨린 거 모두 되돌려받을 거야. 오갈데 없는 신세 되서 노숙자나 쉼터 같은 데서 살게 될 거라고!
[아내]: 쉼터? 야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니. 내 얼굴을 봐이 정도면 쉼터 건물주를 꼬셔도 남을 미모 아니야? 난 어떻게든 죽을 때까지 호강하면서 살 거니까 괜한 악담 퍼붓지만 말고 빨리 도장이나 찍어이 등신 새끼야.
[나]: 그래 좋아 나도 너 같은 애랑은 1초도 같은 공간이 있고 싶지 않다. 괜히 진흙탕 싸움한다고 법정에서 네년 얼굴 보면 역겨울 거라고. 그리고 너랑 더 엮여봐야 좋을게 하나도 없으니 오늘부로 여기서 끝내자. 도장 가지고 올테니까 당신 바로 나갈 준비해.
저는 정말로 바보 천치 호구 등신이었습니다. 이렇게 무서운 여자인 줄 모르고 그동안 진심으로 사랑하고 많은 걸 줬으니 말이죠. 그래서 결국 다음날 이혼 도장을 찍고 아내를 집에서 내보냈어요. 소송을 하면 늑대같은 아내가 끝까지 달려들어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고 많은 시간을 빼앗길 것 같았습니다.
또 아내의 역겨운 얼굴을 다신 보고 싶지 않아 쉽게 이혼을 했네요. 저는 한국 생활을 모두 접어버리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여기엔 제가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다시 가게 됐답니다. 그래서 부모님 집에 돌아가 저의 이혼 사실을 알리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어요.
제가 할 줄 아는게 기계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이라 그 업종으로 취직하게 됐죠. 따로 사업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큰 연봉을 받아서 만족하는 삶을 살았답니다. 그러던 중 저에게도 인연이 찾아왔습니다.
미국에 있는 저희 집 근처 이웃이었는데 오다가다 만나고 대화하다 보니 사랑이 싹트게 된 거죠. 그녀는 금발의 미국인이었는데다 미혼이었습니다. 제가 돌싱인걸 말했는데도 미국식 마인드가 있어서 그런지 개의치 않더라구요. 그래서 저희 두 사람은 뜨겁게 연애를 하고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래서 저의 새로운 신혼집은 미국이 됐어요. 그렇게 3년의 세월을 미국에서 잘 지내다가 회사에서 한국지사를 설립하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한국으로 가서 회사를 운영하기로 했답니다. 3년 만에 다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가니 마음이 편안하니 좋았어요.
전처에 대한 감정이 없어져서 온전히 고향인 한국이 좋았답니다. 제가 한국에 몇 주 오게 돼 임신한 미국인 아내도 같이 따라왔어요. 저희는 인천공항에서 곧장 서울의 차려진 한국지사 근처에 있는 호텔방을 잡았습니다.
사흘 뒤에 개업식을 하기로 해서 이틀 동안은 휴식만 할 생각이었죠. 호텔에 들어갔는데 아내는 비행기를 타고 와서 그런지 속이 거북하다고 했어요. 혹시 뱃속에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하고 걱정하더라고요.
그래서 호텔 앞에 있는 대학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아무런 이상이 없다 해서 호텔방으로 돌아갔답니다. 그리고 밤이 깊어갔는데 허기가 져서 그런지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아내는 피곤했는지 코를 골고 자고 있어서 혼자 밖에 나가 산책이나 할 겸 추리닝 바람으로 외출했답니다.
늦은 시간이라 술집 같은 곳만 열려 있었고 밥집은 근처에 보이질 않았어요. 그래서 그냥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햄버거나 하나 사 먹으려고 들어갔습니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편의점에 들어가 햄버거와 콜라 하나를 잡아 들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저를 부르더군요.
[전처]: 아직도 거지같이 사나 보네 백지훈? 꼬라지봐라 나더러 노숙이 어쩌니 하더니 노숙은 니놈이 하나 보네?
뒤를 돌아봤더니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저를 보고 비웃고 있더군요. 바로 전처였습니다. 이젠 순한 양의 탈은 완전히 벗었는지 옷 입는 것부터 해서 화장과 머리를 완전 술집 여자처럼 하고 있더군요.
[나]: 아 너냐 이런 데서 다 만나네? 내 옷차림 지적하지 말고 너나 신경 쓰지 그래. 꼴이 그게 뭐냐 뭐 어디 술집이라도 나가나 보지? 돈 많은 놈이랑 결혼 실패해서 호구 꼬시러 가냐?
[전처]: 옛날에 그놈은 그저 그래서 내가 차버렸다고. 그리고 더 좋은 남자랑 결혼한 몸이야.
[나]: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더니 좋겠다 걸레야.
[전처]: 뭐 걸레? 거지 같은 새끼가 임산부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 아까 배가 심하게 아파서 검사받으려고 요 앞에 대학병원 다녀오는 길이야!
[나]: 임산부? 어 그러고 보니 배가 좀 나왔구나? 난 그게 똥배인 줄 알았지. 그런데 뭐하러 아는 체하고 그러냐 우리가 이렇게 인사할 사이는 아니잖아?
[전처]: 네가 아직 거지같이 지내는 것 같아서 놀려 주려고 아는 체했다 왜 꼽냐?
[나]: 말하는 뽄새하고는 산티가 줄줄 흐른다. 네 남편이 누군진 모르지만 참 불쌍하다. 할 말 다 했으면 나 먼저 간다.
[전처]: 넌 아직 산부인과에 같이 갈 마누라 같은 건 없지? 하긴 그렇게 폭삭 망했으니 누가 너한테 시집을 오려고 하겠냐? 내가 꽃뱀이 아니라 네가 무능한 걸 인정하게 됐지 그렇지 이쪼다의 잉여놈아!
전처가 실컷 씨부렸지만 임신한 아내가 호텔에 있다고 설명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무시해버리고 계산하고 편의점에서 나와 버렸습니다. 그리고 호텔로 가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자 누군가 제 뒤통수를 세게 날리더군요.
저는 앞으로 고꾸라져서 시멘트 바닥에 넘어져 손바닥과 무릎이 까지고 햄버거와 콜라는 일그러졌습니다. 고개를 뒤로 돌려 봤더니 전처와 한 남자가 서 있더군요. 새 남편이라는 놈이 제 뒤통수를 갈긴 모양이었어요.
[남자]: 야 인마 너 내 마누라한테 술집년이라고 했다며? 그리고 뭐? 산티가 줄줄 흐른다고 또 걸레라고 했단 말이지. 너이 새끼 뒈지고 싶어 환장했구나. 감히 내 여자한테 그따위로 말해?
[나]: 당신 뭐야 저년 새 남편이야?
[남자]: 호구치고는 말하는게 싹수가 누런데 말이야. 이 자식이 겁을 상실했나 보네, 야 너 일어나 오늘 내가 네놈 초상 치를테니까!
저는 뒤로 물러날 생각이 없었습니다. 한대 맞았겠다 전처를 대신에 혼내줄 상대가 생겼으니 뜨겁게 한판 붙어볼 생각이었어요. 바닥에 제가 떨어뜨린 콜라를 집어들고 전처의 새 남편 면상이 휘둘렀습니다. 하지만 재량껏 잘 피하더니 주먹으로 제 배를 가격하더군요.
그리고 여러대를 흠씬 두들겨 맞고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얼굴이 쓰라리고 삭신이 아파서 움직이기 힘들었는데 이대로 끝나버리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다시 힘을 내서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다시 새 남편 놈에게 주먹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더니 그 중 한 대가 녀석의 코에 꽂혔습니다. 이윽고 코피가 주르륵 흐르며 분개한 새 남편이 다시 저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이 힘과 기술에서 한참 밀린 저였기에 최대한 가까이부터 놈을 끌어안았어요. 그리고는 박치기로 세게 머리통을 날렸습니다. 돌이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났는데 한쪽만 쓰러지고 다른 한쪽은 멀쩡했답니다. 바로 제가 멀쩡한 쪽이었어요. 그 순간 머리를 단단하게 나와주신 부모님께 잠시 고마움을 느끼고 바닥에 쓰러져 아프다고 소리치며 뒹굴고 있는 새 남편의 엉덩이와 몸통을 발로 사정없이 밟아댔습니다. 그러자 전처가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그만 멈추라고 하더군요.
[전처]: 이 자식 완전 깡패가 따로 없네! 그만두지 못해? 경찰에 신고해 버린다? 당장 멈추라고!
[나]: 신고해. 먼저 시비 건 것도 너고 내 뒤통수 먼저 날린게 네 새 남편이야. 난 정당방위로 패준 것뿐이라고.
그렇게 대답하고 계속해서 새 남편의 몸뚱이를 발로 흠씬 밟아 줬습니다. 아주 시원하고 경쾌하게 실컷 말이죠. 그러자 전처가 진짜로 112를 누르고 신고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거기서 멈추고 호텔 방으로 뛰어갔습니다. 이렇게나마 전처의 행복을 짓밟으니 속이 후련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날 밤은 꿀잠을 잤고 꿈까지 재미있게 꾸었답니다.
그리고 이틀 뒤에 저희 한국지사 개업식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저는 온갖 멋은 다 부리고 향수까지 뿌리고 해당 장소로 향했어요. 최신식 건물이라 겉이 화려하고 웅장해 보였는데 안으로 들어가보니 호텔 뺨치는 수준의 인테리어로 꾸며놨더라고요.
사진으로 미리 받아보긴 했는데 실물로 보니 훨씬 더 멋졌답니다. 제가 건물 안에 발을 들였을 땐 이미 모든 직원들이 모여 다과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은 한국지사의 대표이사이자 저의 오래전 함께 일했던 사장 이었답니다. 저희는 오랜만에 만나게 돼 악수와 포옹을 했답니다.
[김이사]: 한국지사는 문제없이 완공됐고 당장 일할 준비돼 있습니다.
[나]: 아 김 이사님 오랜만입니다. 4년 전쯤에 같이 일했을 때 좋은 기억이 있어서 같이 일해보고 싶었습니다. 제 제안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이사]: 아이 무슨 그런 말씀을 저야말로 영광이죠. 백 대표님이 한국에서 한번 실패하시긴 했지만 미국으로 건너가서 엄청난 성공 이루시지 않았습니까. 이쪽 바닥에서는 백 대표님을 전설로 떠받들고 있다고요.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사실 제가 한국에서 쫄딱 망하고 미국에 건너가 회사 생활을 해봤는데 이 아무래도 사업의 꿈을 접지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1인 사업으로 시작해서 1년 만에 자리를 잡고 투자 유치를 크게 하면서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겁니다.
한국지사를 내기까지 한 번에 실수도 없이 탄탄대로였어요. 그리고 김이사는 제가 한국에서 믿을 사람이 없다 말했지만 일처리는 완벽하고 정직하게 하는 사람이라 기회를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직원들은 김이사가 데리고 온 실력 있는 인재들이었고요. 모두들 고개를 숙여 저에게 인사했고 저 또한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나]: 모두들 고맙습니다. 제 회사의 이론이 돼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앞으로 한국 지사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분들이십니다. 저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관리만 할 예정입니다.
별거 아닌 제 말이 끝나자 모두 크게 박수를 쳐줬습니다. 주전부리를 입에 넣고 맛있게 냠냠 먹으며 일에 대한 대화를 실컷 나눴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김이사가 저에게 양해를 구해도 되냐고 묻더군요.
[김이사]:제 와이프가 회사 앞에 왔다는데 데리고 와도 되겠습니까?
[나]: 김 이사님 결혼했어요? 언제요?
[김이사]: 아 지난달에 급하게 했습니다. 사실은 과속하는 바람에…
[나]: 아 그렇군요 축하해요. 아내분 어서 모시고 오세요. 인사도 드리고 제가 맛있는 점심 대접하겠습니다.
[김이사]: 그래 주시면요 너무 좋죠. 그럼 바로 데리고 오겠습니다 대표님.
김이사는 잠시 바깥에 나갔다가 임신한 아내를 데리고 회사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김이사 아내는 제가 너무도 잘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바로 그저께 만난 제 전처였어요. 분명 새 남편과 제가 치고받고 싸웠는데 김이사가 또 다른 새 남편이라고 하니 혼동이 오더군요. 인상을 찌푸리며 전처을 보는데 그녀는 아주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잘했어요.
[전처]: 처음 뵙겠습니다 대표님이시라구요. 미국에서 성공해서 한국에도 회사를 차리시다니 아주 멋지고 능력있는 분이시네요.
[나]: 아 저를 처음 본다고요? 이봐요 진상미 씨 도대체 당신 정체가 뭐야? 그저께 만난 새 남편은 누구야? 그 싹수 누런 새끼가 네 남편 아니었어?
제가 호통을 치자 다들 놀랐고 김이사 역시 무슨 이유로 그런 말을 하냐고 묻더군요.
[전처]: 백 대표님 지금 이게 무슨 말입니까? 제 아내를 아세요? 이게 다 무슨 말입니까? 그저께 만난 세 남편이라뇨? 제 아내와 아는 사이세요?
[나]: 네. 아주 잘 알죠. 바로 내 전처니까. 김 이사님이랑 제가 사적으로 만나지 않았으니 4년 전에 제 결혼식에 오지 않아 모르셨겠죠. 진상미는 내 전처입니다 내가 망하기 전에 다른 놈이랑 바람피우고 날 버린 년이라고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제가 한국에 온 첫날밤 저 여자와 우연히 편의점에서 만났습니. 그때 내 뒤를 공격한 놈이 있었는데 그게 저 여자의 새 남편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김 이사님도 새 남편이라고 하니 이거 참 웃긴 일이네요? 내가 봤을 때 김 이사님은 저 여자한테 호구로 잡힌 것 같습니다. 내가 그렇게 당했던 것처럼 말이에요.
제가 그렇게 솔직하게 말했는데도 전처는 뻔뻔하게 모른 척 하더군요.
[전처]: 이봐요 백 대표님 아니 지훈 씨 내가 당신 전처인 것 맞는데 엊그제는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내가 바람나서 당신을 버렸다고요? 백 대표님 아무리 우리가 안 좋게 헤어졌어도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면 안되죠.
[나]: 뭐라고? 그럼 내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거야? 이거 아주 웃기는 년이네
[전처]: 아무리 내가 당신 전처라고 해도 욕하지 마세요! 그리고 똑바로 존칭 써주세요. 증거도 없으면서 괜히 생사람 잡지 말고요.
전처가 뻔뻔하게 나오자 김 이사는 누구의 말이 맞는지 헷갈려 하더군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머리카락만 쥐어뜯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전 깔깔 웃으며 전처에게 말했습니다.
[나]: 야 진상미 내가 두 번이나 멍청하게 당하고 넘어갈 줄 알았냐. 네년이 나랑 이혼하기 전에 증거가 없어서 소송하기 어려울 거라고 했었지. 맞아 그때 증거만 있었으면 널 고소했을 거야. 그런데 말이야 그저께는 나도 증거를 이미 남겨놨어. 네년 기둥서방인지 내연남인지 모를 놈이 내 뒤통수 갈겼을 때 핸드폰 동영상을 켜고 가슴 주머니에 넣었지. 그러니까 네년이 거기서 했던 말과 행동들이 모두 영상으로 남겨져 있다고. 이야 내가 이걸 써먹을 데가 있나 싶었는데 여기서 김 이사님한테 보여주게 됐구먼.
그렇게 아주 당당한 태도로 말하고 바로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틀어 보여줬습니다. 전처의 내연남 얼굴이 보이자 김이사가 크게 놀라며 대답하더군요.
[김이사]: 이 남자는 당신 사촌동생이라고 했잖아. 어릴 때부터 격없이 지내서 지금까지 친하게 지니고 있었다는…이거 얼마 전에도 이 동생이랑 캠핑 1박으로 다녀왔잖아. 그런데 그게 다 거짓말이었어? 내연남하고 짜고 날 바보 호구로 잡은 거였냐고!
[전처]: 자기야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봐봐..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사촌동생은 거짓말 맞아. 자기 만나기 전에 사귀었던 사람도 맞고. 그런데 우린 헤어지고 친구처럼 지내고 있던 거야. 캠핑 가서도 아무 일 없었고 백 대표한테 말한 우리 애기가 그 남자의 애기는 아니야! 분명히 자기 아들이라고!
[김이사]: 웃기지 마.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지네. 네가 임신했다고 날 찾아온 날 아무리 기억해봐도 난 너랑 그 짓 한 기억이 없었다고. 취해서 모텔에서 그랬다는 말을 믿었고 초음파 사진 보고 믿었던 거지. 그런데 그게 전부 다 거짓말이었던 거야? 진상미 네가 누군지 이제야 확실히 알겠다. 너 꽃뱀이지!
[전처]: 아니야 자기야 내가 무슨 꽃뱀이야! 나 진짜로 자기 사랑해. 그렇지 않고서 결혼식을 왜 올렸고 혼인신고를 뭐하러 했겠어. 자기야 내 말 믿어. 나 그놈이랑 아무런 사이도 아니고 여기 있는 백 대표가 한 과거 발언은 모두 거짓말이야!
전처는 끝까지 한치의 떨림도 없이 거짓말을 늘어놓더군요. 정말이지 보통 여자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확실한 증거를 들이밀었기 때문에 김이사는 전처의 말을 절대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김 이사는 전처의 뺨을 한대 세게 날리고 소리쳤습니다.
[김이사]: 넌 내가 사기 결혼으로 콩밥 먹일 거야. 그동안 나한테 받아간 돈이 한두푼인 줄 알아? 혼인 무효 신청해서 너란 년을 내 호적에서 지워버리겠어.
[전처]: 자기야 제발 이러지마…자기 나 사랑하잖아. 나에 대한 마음이 겨우 이 정도밖에 안돼? 내 과거가 어떻든 상관없다고 했잖아. 나 지금부터 자기 말고 다른 남자 만나지 않을게. 그럼 된 거 아니야?
[김이사]: 뭐가 어째? 나사빠진 년 좀 봐라.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럼 나더러 네 애인의 자식을 키우면서 호구 짓이나 하며 살라 이거야?! 내가 어쩌다 이런 년한테 걸려서 재수 없게 됐네. 야 너 당장 나가 내가 너 사기 결혼으로 신고해서 개박살 내주겠어.
저는 이때부터 뒷짐지고 영화 관람하듯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김이사 앞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싹싹 빌었습니다.
[전처]: 자기야…승리 씨…제발 나 좀 봐주라 내가 잘못했어. 당신이 아이 낳지 말라고 하면 그렇게 할게. 난 당신하고 헤어지고 싶지 않아. 그놈도 다시 만나지 않을게…
[김이사]: 뭐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그게 임산부 입에서 나올 소리냐 이 쓰레기 같은 년아! 그 아주 갈수록 태산인 년이네. 야 다 필요 없으니까 내 눈앞에서 사라져. 여기서 나가란 말이야!
[전처]: 안돼 여보 나 당신 없으면 못 살아. 당신만 믿고 요트랑 외제차랑 명품 이것저것 질렀단 말이야! 그거 다 내 카드 할부로 산 거란 말이야. 그걸 당신이 갚아 주지 않으면 큰일 나!
[김이사]: 이거 아주 끝까지 정신 못 차리는 얼간이네. 야 내가 네 요트 값이랑 외제차 값을 왜 내주겠냐! 아 잠깐 요트를 샀다고? 설마 내 연남이랑 거기서 바람피우려고 산 거야? 아무튼 넌 이제 끝났어. 내가 백대표님 몫까지 네년 제대로 망가뜨려 주마! 네 인생 이제 종쳤어 땡땡땡.
김 이사가 확실하게 통보했더니 전처가 훌쩍거리며 울더군요. 제발 자기를 버리지 말고 받아 달라며 시키는 건 다 하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전처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용서 받을 수도 없었으니 결국 그 자리에서 파경을 맞게 됐답니다.
전처가 끝까지 나가지 않고 버티고 있자 김 이사가 경비원들을 불러 쫓아냈어요. 저는 김이사에게 위로하는 말을 건네며 사과했습니다.
[나]: 김 이사님 제가 괜히 끼어든 걸까요. 괜히 저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돼서 죄송합니다.
[김이사]:아닙니다 대표님 대표님 아니었으면 전 아무것도 모르고 남의 자식 키우는 호구 놈 됐을 겁니다. 제가 공부만 하고 살아온 데다 여자를 거의 사귀어보지 못해서 그런지 저 여자가 하는 말과 행동을 곧이곧대로 믿었습니다. 백 대표님은 제 인생의 은인입니다. 이렇게 좋은 회사에 이사로 앉혀주신 것도 감사하고 사기 결혼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 그렇게 생각해 주니 다행이군요. 그럼 저는 마음 놓겠습니다.
그래서 저와 김이사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답니다. 저희 회사는 그날부터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전처의 일로 다들 정신이 산만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들 제자리를 찾게 됐고 할 일을 찾아 나서더군요. 그렇게 해서 한국지사는 문제 없이 잘 굴러갔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김이사가 사기 결혼으로 전처를 소송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에서는 전처가 사기를 친 걸 입증하지 못한다며 이를 기각했어요. 내연남이 있다 해도 결혼 후부터 사치를 부렸으니 사기 결혼으로 인정이 되지 않는답니다. 정말이 법이라는게 누구의 편인지 모르겠더군요.
이렇게 빠져나간 전처는 안심하고 있었지만 불륜으로 소송을 당해 막대한 금액의 위자료를 물어줘야 했습니다. 전처가 가진 재산이 없어 처부모님의 집을 처분하는 것으로 충당했다네요. 그래서 늙은 처부모는 예전과 같이 곰팡이가 득실되고 벌레가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월세방에서 살게 됐습니다.
그리고 클라이막스로 전처의 인생이 제대로 폭삭 망했습니다. 김이사에게 버림받고 상간남에게 가서 같이 살자고 했다가 차였답니다. 상간남은 처음부터 돈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자기애를 임신한 여자라고 해도 돈이 없으면 싫다며 버렸다네요.
끼리끼리 논다더니 정말 대단한 놈과 바람을 피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갈 때도 없고 돈도 없던 전처는 두 번의 이혼에도 불구하고 미혼모 센터에 어거지로 들어갔답니다. 임산부라에서 쫓아내기 어려워 받아준 모양이더라고요. 그렇게 전처는 미혼모 센터에서 지내며 남은 인생을 시궁창이자 지옥인 세상에서 살게 됐답니다. 이 정도면 처절하게 망한 거 맞죠?
한편 저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일처리를 해 나갔습니다. 매달 비행기를 타고 넘나들면서 바쁘게 지냈죠. 3년이 지난 지금은 한국지사는 김이사에게 모든 걸 맡기고 미국의 회사에만 열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첫째 아들에 이어 이듬해 딸을 낳게 돼 네 식구가 행복하게 지내고 있답니다.
순진하고 어리석었을 때 결혼해 크게 상처받았던 일과 운명의 다리에서 복수를 하는 순간까지 빠짐없이 서술해 봤네요. 그럼 이만 글을 줄이고 떠나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 모두 감사드리고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