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달려와 8천만원을 한번에 찾겠다던 할머니, 보이스 피싱이다 싶더라고요…” 불길했던 여자는 바로 경찰을 불렀고 할머니와 함께온 아들의 ‘정체’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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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35살 여자입니다 제가 오늘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제가 참 신기한 일을 겪어서인데요 사람 일 모른다고들 하지만 어떻게 이런 우연이 생길 수 있는지 참 신기하고 또 재밌네요 저의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함께 들어주세요 저는 고양이 김해입니다 태어나기도 김해에서 태어났고 자라기도 김해에서 쭉 자랐습니다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대학교를 서울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때만 생각하면 진짜 아찔합니다 저희 아버지가 정말 정말 엄하시고 고지식하시고 가부장적이신 분입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저는 친구네에서 자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놀러가는 것도 들키면 혼이 났고 통근 시간도 항상 있었습니다 어릴 때는 아버지가 엄하신게 당연한
 줄 알고 살았습니다 항상 아버지의 진한 눈썹은 화가 난 것처럼 위로 솟아 있었고 웃으시는 것도 거의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항상 식사 준비는 어머니가 하셨고 아버지는 어머니가 식사 준비를 하시는 내내 뉴스만 보셨습니다 고물상을 운영하시던 아버지는 계산도 아주 엄격하고 철저하게 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버지의 고물상은 그닥 잘 운영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당신의 계산기 같은 성격을 고집하셨고 그 누구도 그 고집을 말리지 못했습니다 아버지에게 실증이 난 것은 고등학생 때부터였습니다 그 전에는 당연시 느껴지던 아버지의 모습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으면서 아버지가 싫증나게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와 둘이 시내에서 외식을 하는 친구를 보고 엄청나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버지와 둘이 밥을 먹는다니 그건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적이 있던가 곰곰이 떠올려 보았는데 초등학생 때 할머니가 편찮으셨을 때 어머니가 할머니 댁에 가셨던 딱 이틀이 전부였습니다 그것도 단둘은 아니고 제 오빠까지 셋이서 밥을 먹었습니다 대화가 한마디도 오가지 않았던 것이 기억이납니다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어떤 친구는 학교가 끝나면 종종 아버지가 데리러 왔습니다 그때 친구의 아버지가 친구를 보고 일을 드러내며 웃는 모습을 보고 또 충격을 받았습니다 원래 아버지들은 다 자식을 보고 표를 차거나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렇듯 제가 봐온 아버지라는 존재와는 너무 다른 친구들의 아버지를 보며 제 아버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초등학생 때도 중학생 때도 잔잔했던 제 마음에 뒤늦은 사춘기가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은 마음속에 끌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평생을 아버지 뜻대로 살아온 제가 뭔가 달리 할 건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고 통금 시간을 넘겨서 집에 들어간다던가 아버지가 입지 말라고 하시는 반바지를 입는다던가 말대꾸를 한다던가 하는 용기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반항보다는 뭔가 크고 엄청난 한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급하게 달려와 8천만원을 한번에 찾겠다던 할머니, 보이스 피싱이다 싶더라고요..." 불길했던 여자는 바로 경찰을 불렀고 할머니와 함께온 아들의 '정체'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자잘한 일들로 제 인생이 바뀌진 않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생각한게 바로 대학교였습니다 고등학교 처음 들어갔을 때 아버지께서 제게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너 대학 갈 거냐 아직 잘 그래 박사님들 것도 아닌데 뭐하러 대학까지 가냐 그냥 졸업하고 취직해 그러다 시집가라 정 가고 싶거든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나 가고 솔직히 나는 그마저도 영 별로다 뭐하러 비싼 돈을 거기다 붓냐 네 마지못해서 하는 대답이었습니다 저는 아직 그쪽으로 생각을 해본 적도
없는데 제 인생을 결론지어버리는 아버지의 태도가 너무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두고두고 마음속에 상처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실증이 커지면서 떠오른 생각이 바로 대학이었습니다 아주 먼 대학에 가버려서 아버지와 멀리멀리 떨어지는 것이 제 목표였습니다 대학생이면 성인이잖아요 그럼 제 선택과 제 인생이 좀 더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안 하던 공부를 죽어라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저는 학원도 다녀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 돈으로 저희 오빠 학원 하나 더 보내주는게 낫다고 하셨던 분입니다 저한테는 대학교 가지 말라고 하더니 오빠한테는 웬만한 직장 나오려면 4년제는 나와야 한다고 당부하셨던 분입니다 학원을 갈 수도 없고 공부 머리가 있는 것도 아니라 무식하게 공부를 했습니다 잠 안자고 등하교 시간에도 길바닥에서 문제집 쳐다보면서다녔습니다 물론 대학 간다는 말은 아버지한테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아무도 모르게 훌쩍 떠나버리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반항도 진짜 제대로 된 반항을 하고 싶었나 봅니다 겁도 없이 무려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지원을 했습니다 대단 안 되던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제성적에서 제일 높은 수준의 대학교 하나를 서울로 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덜컥 합격을 해버렸습니다 누가 머리를 망치로 친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당장이 소식을 제일 먼저 어머니에게 전했습니다 어머니는 너무너무 기뻐하셨습니다 사실 저의이 반항에는 어머니도 한몫 하셨거든요 제가 대학교에 갈 의지가 있다는 것을 어머니한테 들켰었는데 어머니는 오히려 응원해 주셨습니다 이제 그만 아버지 울타리의 벗어나서 제 삶을 살라고
어머니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있을 테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니의 끝도 없는 축하를 받으며 아버지의 퇴근 시간만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아버지가 집으로 들어오셨고 저는 대학교 합격 소식을 전했습니다 아버지는 처음에는 좀 당황을 하셨습니다 공부를 그럭저럭 하는 줄 알았던 제가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합격을 하다니 아버지도 충격을 받으셨을 겁니다 그리고는 곧 화를 내셨습니다 너네 오빠 공부하는 건 안 보이냐 이제 막 대학 들어갔는데 너까지 어쩐다고 대학을가네 오빠 길 막으려 작정했냐 화가 나는 건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결과인데 왜 오빠 앞길까지 나오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큰 소리를 쳤습니다 내가 대학교 가는 거랑 오빠랑 무슨 상관인데요 그리고 아버지랑은 또 무슨
상관인데요 이제 저도 성인이에요 저는 대학교 갈 거예요 등록금 달라는 소리 1절 안 할 테니 저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어머니처럼 축하해 주시지는 못할망정 화만 내니 저도 속상했습니다 저는 생활비고 등록금이고 뭐고 절대 손을 빌리지 않기로 결심을 하고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서울에 간 것은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서울에는 친척들도 없고 아는 사람도 하나 없어서 갈 일이 없었거든요 김해가 최고다 태어나고 자란 것이 전부 다라고 하시는 고지식한 아버지가 저희를 데리고 서울로 놀러 갈 일도 없었고요 난생 처음 간 서울에서 앞으로 계속 살아야 한다니 그것도 혼자요 눈앞이 깜깜했던게 사실이었습니다

"급하게 달려와 8천만원을 한번에 찾겠다던 할머니, 보이스 피싱이다 싶더라고요..." 불길했던 여자는 바로 경찰을 불렀고 할머니와 함께온 아들의 '정체'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참 운이 좋았습니다 제가 합격한 대학교가 여자 대학교였거든요 학교 근처에 여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는 하숙집이 있었는데 마침 빈방이 하나 남아 있어서 거기서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아주머니도 친절하시고 같이 하숙집에 사는 언니들도 다 친절해서 남의 집 생활인데도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처음 서울에 올라가서 한두달은 어머니가 아버지 몰래 주신 돈으로 생활을 했습니다 미안하다 은영아 아버지 몰래 모아둔 돈이 이것뿐이네 힘들면 언제든지 연락해 언제든지 돌아와도 좋고 그런데 엄마가 보기에 우리 은영이는 잘해낼 거야 멀리 있지만 엄마가 언제나 응원할게 잘할 수 있지 우리 딸 언제나 제 마음 깊은 곳까지 헤아려 주시던 어머니는 제가 떠나는 날까지 저를 응원해 주셨습니다 힘들면 언제든 달려간다는 든든한 말과 함께요 그렇게 주신 돈으로 초반에 생활을 하다가 어느 정도 생활이 정리가 되었을 때 아르바이트를 구했습니다 학교 근처에 있는 카페 주말
아르바이트였습니다 처음엔 주말로 시작했는데 학기 시작하고서 평일에도 아르바이트 할 시간이 있더라고요 어떻게든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했던지라 평일 이틀 5호를 더해서 일주일에 총 4일을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처음에는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공부를 제대로 못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습니다

"급하게 달려와 8천만원을 한번에 찾겠다던 할머니, 보이스 피싱이다 싶더라고요..." 불길했던 여자는 바로 경찰을 불렀고 할머니와 함께온 아들의 '정체'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아르바이트는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카페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저랑 같은과 선배더라구요 그것도 총 학생회 겸 저희과 수석 선배였죠 어떻게 수석일 수가 있는지 너무너무 신기하고 멋있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어려운 사람이었어요 겉모습이 굉장히 차가워 보였고 실제로 성격도 그런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선배가 수석이다 보니까 친해지려고 하는 선배들이나 후배들이 많았거든요 대부분이 시험자료 받으려고 하는 등 뭔가 빼먹으려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카페로도 무진장 찾아오더라고요 그때마다 선배는 항상 차가운 말투로 거절을 했습니다 밥 먹자고 해도 거절 술 먹자고 해도 거절 대놓고 시험자료 달라고 해도 거절 술 먹자고 해도 거절 그냥 다 거절이었습니다 그것도 정중하게 거절의 의사를 표현하는게 아니라 진짜 단호하고 냉정하게 거절하더군요 보는 제가 다 민망해질 정도로요 그래서 저도 그 선배가 너무 멋있어서 친해지고 싶었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학교에 있는데 그 선배가 저를 찾아오더라고요 학교에서 마주쳐도 저만 꾸벅 인사했던게 전부였고 카페에서도 사적인 대화는 일치하지 않았던지라 갑작스럽게 선배가 찾아온게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선배는 평소와 다르게 불안해 보이는 표정이었습니다 집에 일이 생겨서 아르바이트를 못 나갈 것 같은데 대타 좀 해달라고 하더라구요
사장님이 전화를 안 받으신다고요 엄청 급해 보이길래 알겠으니까 얼른 가라고 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선배랑 가까워지게 되었고 많이 친해져서 나중에는 둘이 아르바이트 끝나고 술도 먹고 같이 공부도 했습니다 선배한테 수업 자료들도 받고 시험 정보도 얻으면서 진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혼자 서울에서 학교 다니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거든요 운 좋게 하숙집도 바로 구해지고 아르바이트도 좋은 사람들 있는 곳으로 구해지고 거기서 같은과 선배를 만나서 도움을 받아서 잘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졸업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졸업 후 남겨진 건 무서운 학자금 대출 뿐이었는데 그래도 나라랑 학교에서 장학금이 좀 나와서 생각보다 학자금 대출을 많이 받지 않았습니다 졸업 다가올 때부터는 진로가 고민이 되었습니다 저의 동기들 보면 일반 회사 격리로 들어간다는 사람도 있었고 세무사 준비하는 사람도 있었고 펀드매니저 등 다양했습니다 저는 고민하다가 은행으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제 적성에 잘 맞을 것 같았거든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고 또 빵집에서도 아르바이트 해보고 대타로 몇 번 곱창집에서도 아르바이트 해봤었거든요

하다보니 사람 상대하는 서비스업이 저랑 잘 맞는 것 같다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은행원이 되기로 결심한 계기는 바로 봉사 때문이었습니다 친구가 봉사 동아리였는데 거기 따라서 1년에 한두 번 정도 봉사 나간 적이 있었거든요 별다른 이유는 없었고 친구가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가 보람차서 시간 될 때 쫓아갔습니다 그런데 그때 나가서 느낀게 어르신 분들이 경제적인 부분에서 모르는게 많으시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공 살려서 어떻게 적응을 하시면은 좀 더 혜택을 볼 수 있는지 설명해 드리기도 했었거든요 그렇게 설명드리는게 어렵지 않게 느껴지기도 하고 재미도 있어서 은행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은행에 다니는 졸업한 선배 말 들어보니까 출퇴근 시간이 딱 정해져 있어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점심시간 보장도 잘 되어 있고 주말에 쉬어서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 여러 이유로 저는 은행에 들어갈 시험 준비를 열심히 했고 졸업 후에 1년 정도 준비를 한 끝에 은행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준비해야 할 자격증도 많고 면접도 있고 시험도 준비해야 해서 학교 다니면서 병행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졸업까지 맘 편히 있다가 1년 딱 마음 잡고 준비를 했습니다 그때 빵집 아르바이트 하면서 열심히 준비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끝내 은행원이 되긴 했는데 제 적성에 잘 맞을 줄 알았던 은행원는 생각과 다르게 저랑 너무 안 맞았습니다 저는 단순히 여러 사람에게 더 이로운 방향으로 저축 적음 대출 등을 설명해 주는데에만 목적을 두고 있었는데 현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채워야 할 실적이 어마어마 하더라고요 분기마다 채워야 할 실적이 정해지는데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 실적을 채우려면 영업을 해야 했습니다 찾아오시는 고객님들 붙잡고 금융상품 안내를 드리면서 영업을 해야 했는데 그게 좀 힘들었습니다 제 영업을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귀찮아 하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저는 영업을 해야 했습니다 이게 실적으로 이어지는 건데 저 혼자만의 실적이 아니라 사무소 전체 실적과 연관되는 거라서 지부장님이 눈치를 정말 많이 주셨거든요 사무소의 실적이 곧 지부장님의 실적이니까요

"급하게 달려와 8천만원을 한번에 찾겠다던 할머니, 보이스 피싱이다 싶더라고요..." 불길했던 여자는 바로 경찰을 불렀고 할머니와 함께온 아들의 '정체'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잠깐이라도 상품을 설명해야 했고 추천해 드려야 말했습니다 그리고 또 은행 문이 일찍 닫는다고 해서 야근이 없는게 아니더라고요 은행무는 4시에 닫아도 나근은 11시까지 계속되기도 했습니다 야근은 지점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서 제게 은행을 추천해줬던 선배는 야근이 적은 지점이 있었나 보더라고요 또 1년에 두 번씩 전기 발령이 떨어져서 그때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른 지점 발령 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다른 사람이 오는 것도 힘든 일이잖아요 적응 좀 하려고 하면 사람이 바뀌는 거니까요 그래서인지 그렇게 회식을 많이 하고 야근을 많이 해도 아주 가깝게 사람을 대하기에는 좀 힘들더라고요 다음 발령 때이 사람이 다른 곳으로 가진 않을까 내가 다른 곳으로 가지는 않을까 그럼 지금 친하게 지내는게 무의미한게 아닐까 생각하면서요 그렇게 제 생각과는 조금 다르게
그리고 조금 힘들게 일을 한 것 같습니다 남들 다 하는 연애도 안 하면서 열심히 일만 하면서 살았네요 연애를 아예 안 한 건 아니지만 은행이라고 1년쯤이었나 동료 한 달 만났던게 전부였습니다이 정도면 아예 안했다고 해도 될 정도죠 그렇게 아등바등 살다가 나이 서른이 되었습니다 그때 제가 슬럼프가 좀 왔었습니다 제가 제 삶을 잘 살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을 만났는데 다들 저마다 자신의 삶을 잘 꾸리고 살고 있었습니다 다 이번에 결혼해 얘들아 나 작년에 한 달 동안 미국 여행 다녀왔잖아 다음 달에 우리의 돌잔치 하는데 올 거지 취미로 마라톤 시작했어 경기도 나가보려고이 가방 어때 내가 직접 만들었어 요즘 가죽공방 다니거든 일로서의 발전이 아닌 개인의 삶을 발전시킨 동기들이 참 멋있었습니다

저는 이렇다 할 취미생활도 없었고그렇다고 딱히 흥미가 있는 것도 없었고 제대로 어디 여행 한번 다녀와 본 적도 없고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나이 먹으면 먹는 대로 그냥 아침에 눈뜨면 출근하고 주말에는 집에서 쉬거나 공부하는 그런 재미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나이를 헛먹었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울 올라와서 10년 동안 나는 대체 무슨 삶을 산 건가 싶었습니다 이런 재미없는 삶을 살려고 그렇게 아버지한테 반항을 하면서 서울에 왔나 싶었습니다 재미난 추억 하나 없이 나이를 헛먹은 저는 어떻게이 고민을 해결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걸었습니다 제가 술도 잘 못하고 친구들하고 왁자지껄 노는 스타일도 아니고 뭐부터 해야 할지 몰랐어 그냥 걷것도 걸었습니다 퇴근하면 집에 가기 전까지 짧게는 1시간 많으면 2시간도 넘게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걷고 또 걷던 어느 날 저는 인생에서 잊지 못할 아주 무서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야근을 한 날이었습니다 그때 있던 지점이 유독 야근이 많았습니다 거의 매일 야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일 늦은 시간 번화가를 걸어 다녔습니다 술에 취한 사람도 많고 젊은 사람들도 많은 그 거리를 걸으면 참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싸우는 사람 웃는 사람 우는 사람 커플 친구 동호회 등등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걷다가 고요한 집으로 들어가면 하루가 마무리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뭔가 머리도 정리가 되는 듯 했고요 즐겁게 노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감 같은게 차오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열심히 걷고 걷고 걸었습니다 그날은 야근을 끝내고 밤 10시쯤부터 걷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때가
금요일이라 그랬는지 거리에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급하게 달려와 8천만원을 한번에 찾겠다던 할머니, 보이스 피싱이다 싶더라고요..." 불길했던 여자는 바로 경찰을 불렀고 할머니와 함께온 아들의 '정체'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평소보다 두 배는 많은 것 같았습니다 날씨가 딱 이맘때였던 것 같아요 더워지기 직전에 날씨였죠 그래서 몇몇 가게들은 테라스를 개방하기도 하고 거리에 테이블을 깔기도 하고 창문을 다 활짝 옆모습이었습니다 평소보다 많이 북적대는 거리를 걷는 중이었습니다 한 남자가 제 앞에 멈춰섰습니다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였습니다 술 냄새가났습니다 옆으로 비켜가려는데 다시 제 앞을 막더라고요 좀 지나갈게요 은행에서 일하시죠 네 순간 머리끝까지 소름이 쫙 끼쳤습니다이 사람은 뭔데 내가 은행에서 일한다는 걸 아는 건지 대체 누군지 그래서 뭐 어떻게 하려는 건지 짧은 순간에 머릿속에 엄청 복잡해졌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위험한 사람인 것 같아서
얼른 자리를 피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얼른 남자를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남자가 제 등을 세게 치더니 제 가방을 낚아챘습니다 저는 얼른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몸이 이상했습니다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더라고요 남자가 친 등이 너무너무 아팠습니다 제대로 몸을 피지도 못할만큼 소리를 칠 수도 없을만큼 정말 많이 아팠습니다 저는 힘겹게 오른손으로 등을 더듬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남자가 주먹으로 등을 친게 아니라 칼로 저를 찔렀다는 것을요 저는 비틀대는 몸을 가누려고 애쓰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저기 저기요 저기요 그런데 사람들이 저를 피하더라고요 저를 취객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말도 안 나오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이대로 죽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거리는 여전히 정신없고 제 옆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제 머릿속은 아주 느리게 흘렀습니다 부모님도 보고 싶고 집도 생각나고 은행도 생각났습니다

"급하게 달려와 8천만원을 한번에 찾겠다던 할머니, 보이스 피싱이다 싶더라고요..." 불길했던 여자는 바로 경찰을 불렀고 할머니와 함께온 아들의 '정체'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저는 벽에 기대어 주르륵 미끄러져 주저앉았습니다 다들 저를 술주정뱅이 보듯 쳐다보며 갔습니다 머리가 핑핑 돌았습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괜찮으세요 반듯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남자가 어느새 달려와서 제 옆에 있었습니다 깔끔한 양복에 무릎이 다 상하게 쭈그려 있는 저 옆에 무릎을 꿇은 남자는 제 등의 상처를 살폈습니다 저쪽에서 오다가 봤어요 다치신 거죠 등에 피가 많이나요 혹시 부축해 드리면 걸으실 수 있겠어요 앞에 택시 많아서 구급차 기다리는 것보다 택시타고 병원 가는게 빠를 것 같아요 제가 끊어질 것 같은 정신줄을 붙잡고 고개를 끄덕이니까 남자는
얼른 저를 부축했습니다 남자는 가지고 있던 손수건을 꺼내서 제 등에 난 상처를 지어라며 열심히 저를 데리고 큰길로 나갔습니다 남자의 말대로 택시가 많이 보였습니다 남자는 앞에 보이는 택시로 곧장 가서 기사님께 자초지종을 말하며 택시에 타려고 했습니다 기사님 지금 이분이 많이 다쳤거든요 빨리 병원으로 좀 가주세요 그런데 택시 기사님의 반응이 참 황당했습니다 뭐야 그거 피해요 안 돼요 안 받아요 그러다니 택시를 몰고 휑하니 가버렸습니다 그렇게 아픈 와중에도 황당함은 느껴지더라구요 더욱 놀라운 것은 그렇게 몇 차례 택시 승차거부를 당했습니다 제가 술 먹고 싸움나서 피가 나는 정도인 줄 알았나봐요 택시 기사님들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가긴 가죠 하지만 당사자인 저는 억울하고 화가났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도 마찬가지였나봐요
막 성질을 내면서 기사님들하고 언성을 높였죠 그러다가 저를 받아주는 택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남자는 다급한 목소리로 빨리 가까운 응급실로 가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저보다 더 긴박해 보이는 남자의 얼굴을 쳐다봤습니다 이 은혜는 평생 갚아야겠다 진짜 고마우신 분이다 절대 잊지 말아야겠다 하다가 저는 그대로 기절을 하고 말았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병원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옆에는 친하게 지내던 다른 지점 동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저처럼 부모님을 떠나 서울에 살고 있지만 거의 연락을 하지 않던 제 친오빠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거야 오빠는 안도의 한숨인지 한심하다는 한숨인지 모를 한숨을 쉬고 병실을 나갔습니다 동료가 상황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제가 가방을 강도에게 빼앗기고 핸드폰은 다행히 주머니에 있었거든요
동료가 집에 있는데 제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으니 웬 남자가 말을 하더랍니다 제가 길에서 피를 흘리고 있어서 응급실에 왔는데 수술을 해야 하는데 보호자가 없다면서요 가장 최근에 연락한 사람이라 전화한 거라며 남자가 다급하게 말을 하더랍니다 천만다행으로 동료의 집이 병원 근처였고 동료는 한 걸음에 병원으로 달려와서 제 친오빠가 서울에 있다는 것을 알고 연락을 해줬다는 겁니다 동료는 너무 놀랐는지 어떻게 된거냐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제가 강도 당한 사실을 말하자 옆에서 듣던 친오빠가 바로 경찰을 불러주었고 저는 붕대를 칭칭 가문채로 병실에 온 경찰관들에게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동료는 출근을 하기 위해 가고 친오빠가 남아 있었는데 친오빠가 그러더라구요 제가 정말 큰일 날 뻔했다고요 등으로 꽃은 칼이 조금만 더 깊었으면 생명의 지장이 갈 정도였다면서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출혈이 심해서 더 늦었으면 큰 고비였을 거라고 했답니다 그러면서 그 남자에게 꼭 사례를 하라고 일러두고 가더라고요 저는 경찰관님께 말씀드려서 그 남자분도 좀 찾아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2주일 한 달이 지나도 그 누구도 찾지 못했습니다 저를 찌른 강도도 잡지 못했고 제 생명을 살린 은인인 그 남자도 찾지 못했습니다 분노와 아쉬운 감정을 충분히 느끼지도 못한 채 제 일상은 바쁘게 흘러갔습니다 그렇게 심각한 일을 겪은 후에 확실히 알게 되었거든요 제 인생이 너무 소중하고 아깝다는 것을요 그래서 좀 더 즐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과감하게 휴가를 내고 전국 일주를 떠났습니다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곳 목가본 곳 추억이 있는 곳들을 혼자 돌아다니며 피부로 느끼고 눈으로 담고 참 열심히도 즐겼습니다 그렇게 여행 한번 하고 나니까 기분도 훨씬 좋아지고 무기력했던 삶에 활력이 찾아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슬럼프를 잘 극복해내고 저는이를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문득 문득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처음엔 저를 찌려고깐 그 강도가 대체 누군지 화가 나고 답답한 마음이 컸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강도는 떠오르지 않고 저를 구해줬던 그 남자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이 은혜를 갚아야겠다 이런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인연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저는 여전히 은행원으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입사 초기에는 영업하는 것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적이 많았는데 점점 익숙해지더라고요 고객님들에게 더 이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생각하고 제 영업이 필요 없으신 분들에겐 강요하지 않고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일이 쉬운 건 아니었지만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한
아주머니께서 은행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저희 어머니뻘 정도 되시는 분 같았어요 그런데 들어오셔서 대기표를 뽑고 대기하시는 동안에 계속 발을 동동 구르시면서 안절부절해 하시는게 보였습니다 보통 은행에 오시는 분들을 보면 대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염두하고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니까 재촉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거든요 급하시다 하면 보통 시계를 자꾸 보는 정도인데 그 아주버니 분은 유독 마음이 급해 보이셨습니다 편히 앉아 있지도 못하시고 이리저리 창고로 왔다 갔다 하시면서 불안한 표정을 지으셨죠 20분 정도 흐른 뒤 드디어 그 고객님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저는 친절하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어떤 일 때문에 오셨어요 고객님께서는 자리에 앉자마자 다급하게 가방에서 통장과 신분증을 꺼내서 내미셨습니다 그리고는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씀하셨습니다 돈 돈 좀 꺼내려고요

"급하게 달려와 8천만원을 한번에 찾겠다던 할머니, 보이스 피싱이다 싶더라고요..." 불길했던 여자는 바로 경찰을 불렀고 할머니와 함께온 아들의 '정체'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빨리 좀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얼마나 찾으려고 하세요 다요 전부 다 그 통장에 있는 8천만원 전부 다 꺼내주세요 현금으로 네 8천만원 전부 다요 잠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급하게 돈을 찾는 고객님이라 흔하지 않았습니다 몇 차례 있긴 했었는데 그때마다 항상 신중하게 행동을 해야 했습니다 저는 고객님의 통장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8천만원이라는 큰 금액이 들어있는 통장은 작년까지 내역이 존재했는데 출금 내역은 하나도 없고 입금 내역만 존재한 통장이었습니다 달달이 꾸준히 저금을 해오셨더라구요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모은 돈을 갑자기 모두 찾으려고 하시다니 뭔가 꺼림칙 했습니다 고객님 고액거래 내역이 없으신데 혹시 현금으로 찾으셔야 하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계좌이체나 수표 발행으로 하시는 거 어떠실까요 아니에요 현금이 필요해요 현금으로 뽑아주세요 얼른 급하게 현금을 요구하시는 고객님의 태도가 뭔가 이상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이때부터 혹시 보이스피싱을 당하신게 아닐까 의심이 되었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고객님에게 확인을 해보았습니다 저 고객님 혹시 현금 사용 목적이 어떻게 되실까요 그 사업 내 사업자금이요 사업을 해야 하는데 목돈이 좀 필요해서요 얼른 좀 뽑아주세요네 사업자금이 필요한데 그게 현금으로 필요하고 또 급하게 8천만원이라는 돈이 필요하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습니다 저는 이건 분명하게 보이스피싱임을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차분히 상황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고객님 혹시 보이스피싱 당하고 계신 건 아닐까요 아니에요 아니니까
빨리요 빨리 좀 주세요네 재촉하시는 고객님의 모습에 저는 이건 빠르게 수습이 필요하겠다 여기고 바로 경찰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경찰관 분들은 빠르게 은행으로 와주셨습니다 그리고 고객님에게 잠시 얘기를 나눌 수 있냐며 고객님을 모셔 가셨습니다 걱정이 된 저는 마침 점심시간이길래 따라서 경찰서에 동행을 했습니다 고객님께서 굉장히 불안해 보이셨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제 예상대로 고객님은 보이스피싱을 당하신 것이 맞았습니다 그 수법이 정말 황당하더군요 고객님께는 아드님이 한 분 계시는데 숙개월 전에 미국 지사로 발령이 나서 미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대요 아드님이 한국에 있을 때 불법적인 일에 손을 냈다고요 그래서 이걸 대신 수습해 줄테니까 돈을 가져오라고 했다는 겁니다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수습을 할 수
없고 그러면 아드님이 경찰에 끌려갈 거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러면 영영 한국에는 들어올 수 없다면서요 아드님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연락을 받지 않았고 불안해진 고객님은 바로 은행으로 오셨던 겁니다 그리고 혹시나 아드님의 불법적인 일이 들통날까봐 사업자금 때문에 돈이 필요하다는 거짓말을 하셨던 거고요 경찰서에 있는 도중에 아드님과 통화가 되었고 모든 것은 보이스피싱이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고객님께서는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면서 너무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피해를 안 보셨으면 그걸로 됐다고 말씀드리고 어느새 점심시간이 끝나서 은행으로 복귀를 했습니다 사실 그런 일 한번 겪고 나면 갑자기 확 긴장이 되어서 그런지 되게 힘든데 그만큼 뿌듯하거든요 고객님의 소중한 자산을 지켰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렇게 뿌듯한 마음으로 일을 하는데 그 일이 있고 할 열흘 정도 지난날이었습니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은행이 정말 바빠서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68번 고객님 와주세요 제가 고객님을 불렀는데 제 앞에 그때 그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했던 고객님께서 앉으시더라구요 어머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를 드렸는데 고객님을 따라서 옆에 앉는 남자를 보고 저는 너무 놀라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이질레야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습니다 2년 전 제 생명을 구한 생명의 은인의 얼굴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요 강도에게 칼을 맞은 저를 부축해서 병원에 데려다준 바로 그 남자가 고객님의 옆에 앉았습니다 제가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서 있으니까 그제서야이 남자도 저를 알아봤는지 어 하면서 소리를 쳤습니다 고객님께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저희를 번갈아가며 보기만 하셨죠 둘이 아는 사이에요 아가씨 우리 아들이랑 알아요 알다 맞아요 너무 잘 알죠

"급하게 달려와 8천만원을 한번에 찾겠다던 할머니, 보이스 피싱이다 싶더라고요..." 불길했던 여자는 바로 경찰을 불렀고 할머니와 함께온 아들의 '정체'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아드님이세요 미국에서 일하신다는 아드님이 바로이 분이세요 네 그쪽에 끝나서 이번에 한국 들어왔어요 어머 너무 신기한 인연이네 저는 점심시간 틈을 타 고객님과 그 남자와 식사 자리를 가졌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아는 사이가 되었는지 고객님께 설명을 드리니 어떻게 그런 일을 겪을 수 있냐며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나 알 것 같아요 한 2년 전에 맞아 그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애가 퇴근을 했는데 옷 여기저기에 피를 묻히고 와서 내가 깜짝 놀랐다니까 어디 가서 무슨 일 당했나 했었는데 아들이 말해주더라고 어떤 여자가 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데려다주고 왔다고 세상에나 그런데 그게 아가씨였다니 이거 정말 기막힌 인연이네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어떻게 여기서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건지 저도 참 기가 막히더라구요
고객님께서는 그때 보이스피싱에 당하지 않게 도와준게 고마웠어 저를 찾아오셨던 겁니다 마침 한국에 들어온 아드님과 함께 말이죠 맛있는 점심밥을 얻어먹은 후 저는 고객님과 생명의 은인인 남자에게 인사를 드리고 은행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니 돌아가는 중이었습니다 누가 뛰어오더니 저를 부르더라고요 저기요 뒤를 돌아보니 방금 인사를 나눈 남자가 저를 불렀더라고요 남자는 뒷목을 긁적이며 잠깐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 저녁도 같이 먹을래요 어머니는 빼고 둘이 괜찮다면 사실 조금 놀랐습니다 이게 대시를 하는 건지 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땐 그냥 신기한 인연이기도 하고 그때 얘기도 좀 더 듣고 싶어서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날 야근을 하지 뭐예요 낮에 남자와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던
저는 남자에게 야근을 한다고 연락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가 괜찮다는 겁니다 점심을 배불리 먹어서 저녁을 늦게 먹어도 될 것 같다면서요 특이한 사람이다 생각하고 저는 서둘러 일을 마쳤습니다 들은다고 서둘렀지만 일은 아홉수가 다 되어서야 끝이났습니다 그런데 남자가 그때까지도 저를 기다렸더라고요 저희는 은행 근처에 있는 조용한 식당으로 갔습니다 원래 술을 잘 먹지 않는 저인데 그땐 날이 더워서 그랬나 맥주가 한잔 땡기더라고요 저희는 맥주를 한잔씩 시키고 밥을 먹으며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2년 전 그날의 이야기도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 정말 놀랐다면서 멀리서 보는데 비틀거리는 모습이 이상해서 계속 보다가 제 등 뒤에 피가 흐르는 것을 보았고 달려왔다고 하더라구요 응급실에 데려다주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거의 기어가다시피 택시를 잡고 집에 간 것도 말해주었습니다

"급하게 달려와 8천만원을 한번에 찾겠다던 할머니, 보이스 피싱이다 싶더라고요..." 불길했던 여자는 바로 경찰을 불렀고 할머니와 함께온 아들의 '정체'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정말 고맙다고 그 은혜는 죽을 때까지 갚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남자가 진짜냐고 계속 물어보더라고요 그럼 그날 저녁은 자기가 먹자고 한 거니까 자기가 살 테니 다음에 밥을 한번 사달라고 했습니다 진짜 앙큼하죠 그런 식으로 작업을 걸다니 저는 그 정도야 얼마든지 사줄 수 있다고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저희의 만남은 계속되었습니다 한번 제가 사면 다음 한 번은 그 남자가 사고 또 다음은 제가 사고 안 먹다가 술도 한잔 먹고 영화도 한번 보고 커피도 마시고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사랑의 감정이 싹텄고 누가 먼저 사귀자는 말없이 그렇게 연애가 시작되었습니다 생명의 은인과 연애라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더 생각도 못한 것은 생명의 은인과 결혼입니다 제가 제일 처음에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한 것 기억하시나요네 맞습니다 그 상대방이 제 생명의 은인인 바로 그 남자입니다
칼을 맞았던 그날은 꿈에도 몰랐죠 나를 구해준이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될 줄은요 다가오는 6월에 저희는 진짜 부부가 됩니다 그런 준비로 정신없는 와중에 예비 남편과의 기막힌 이야기를 한번 적어보고 싶었어요 상견례도 잘 마치고 양가 어른들께 따로 인사도 또 드리고 식장도 잘 구해지고 드레스도 잘 고르고 웨딩 촬영도 순조롭게 마쳤습니다 이 남자를 만나는 순간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모든 일이 다 잘 풀렸습니다 간혹 역경이 찾아와도 제 예배 남편의 긍정적이고 정의로운 마음을 따라가면 일이 잘 해결이 되더라고요 너무 좋은 사람이 제게 찾아와준 것 같아서 그저 기쁠 따름입니다 제가 보이스피싱에서 구해준 고객님인 제 시어머니께서 저희가 결혼을 한다니까 정말 좋아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어머니 댁에 간 날 갑자기 저한테 통장을 내미셨습니다 익숙한 통장이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은행에 통장이었고 어머니가 고객님으로 저를 만났을 때 제게 돈을 뽑아달라고 하셨던 통장이었습니다 이걸 왜 주세요 어머니 아가 이거 아가 아니었으면 나쁜 놈들한테 갈 뻔한 돈이야 내가 그때 감사 표시가 너무 약소했지 결혼하는데 돈도 많이 들 텐데 이거 아가 써라 통장 안에는 8천만원이라는 큰 돈이 그대로 들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까 어머님께서 은퇴하시기 전까지 수년에 걸쳐서 차곡차곡 모으신 돈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얼마가 되었던간에 그 귀한 돈을 제가 감히 쓸 수는 없었습니다 어머님께서 어떤 마음으로 주신지는 충분히 알지만 저는 정중히 거절을 했습니다 어머니 이건 어머님이 무엇이고 어머님이 지키신 어머님 돈이에요 이건 어머님 노후에 쓰세요 그 후로도 몇 번이고 어머님이 통장을 들고 저를 찾아오셨지만 저는이 돈은 받을 수 없다고 거절했습니다 결국 어머님도 제 고집에 포기를 하셨죠 어머님께서 힘들게 모으신 전 재산을 제게 주려고 하시다니 저는 정말 복받은 며느리임에 틀림없습니다 현명하고 정의로운 남편과 정 많은 시어머니를 만나서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저도 앞으로 정의롭게 일하고 정을 많이 나누는 그런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급하게 달려와 8천만원을 한번에 찾겠다던 할머니, 보이스 피싱이다 싶더라고요..." 불길했던 여자는 바로 경찰을 불렀고 할머니와 함께온 아들의 '정체'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