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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0살이 되었을때였다. 막 성인이 된 나는 자유를 만끽했고 밤 늦게 들어가는 날도 점점 많아졌다. 그날도 친구들과 함께 놀다가 새벽 1시에 집에 들어간 날이었다.
부엌에서 홀로 밥을 먹던 중 아빠가 들어왔다. “아빠 식사하세요”라고 자연스럽게 말이 튀어나왔다. 말을 하고도 아차 싶었다. “식사? 지금이 몇시인지 알아? 밥만 축내는 식충이 같은 놈! 내집에서 나가!” 아빠는 나를 밀치며 화를 냈다. 나도 욱하는 마음에 먹던 밥을 집어던지고는 집을 나왔다.
엄마가 뒤따라오며 나를 잡았지만 못들은척 더욱 걸음을 재촉했다. 나를 붙잡는 엄마의 손을 뿌리쳤다. 나도 나가서 일하며 혼자서도 잘 살수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후 공사장 임부로 취직을 했다. 높은 아파트를 짓는 현장이었다. 하지만 며칠뒤 나는 발을 헛디뎌 바닥으로 떨어졌다.
급하게 수술을 했지만 하반신 마비가 왔다. 살고싶지 않았다. 남은 인생 전부를 장애인으로 살아야한다니…휠체어에 앉아 매일 눈물만 흘렸다. “저 좀 가만히 내버려 두세요!” 엄마가 밥을 주는 손을 밀치며 말했다. 그 뒤에 있던 아빠가 뒤돌아 눈물을 훔치는 듯 했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잠에 빠져 사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어느날 갑자기 누워있던 나를 아빠가 안아서 어디론가 데려갔다. 집 밖으로 나가더니 잔디밭에 나를 내려놓았다. 아빠는 나를 업었다. 내 키가 더 커 발이 질질 끌렸다.
아빠는 낑낑거리면서도 나를 끌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갔다. “아들, 할 수 있어 조금만 더!” 나를 업은 아빠의 작은 등에서 사랑이 느껴졌다.
그렇게 하루..이틀..밤에도 낮에도 나를 걷게 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다. 아빠의 등 뒤에서 나는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과거 무심하고 거칠었던 스스로가 떠올라 너무 부끄럽고 죄스럽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