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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2020년 4월1일 오후 2시쯤 서울 구로구의 한 마트에서 직원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분유 3통을 가방에 숨겨 훔치는 등 한달간 30회에 걸쳐 분유를 비롯한 마트 물품 330여만원어치를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초범이 아니었다. 앞선 절도죄 처벌 전력이 총 9회였다. 2019년 9월26일 우유병 모유실감, 음료수 등을 훔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집행유예 기간 중 이번 범행을 또 저지른 것이었다.
1심은 김씨의 범행이 상습적이고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실형이었다.
김씨가 항소한 가장 큰 이유는 뇌종양 수술을 받은 초등학생 딸 때문이었다. 남편과 사별한 뒤 딸을 홀로 키우던 김씨는 절도 범행을 반복하지 않고 생계를 꾸리려 했지만, 2020년 초 확산된 코로나19 영향으로 생활고에서 벗어날 수 없자 다시 마트 물품을 훔친 것으로 전해졌다.
1심에서 선고된 형량이 확정되면 김씨는 교도소에 수감돼 딸과 떨어져 지내야 할 상황이었다. 김씨 본인도 정신건강상 어려움을 겪는데다 갑상선암, 자궁암 진단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령의 부모에게 아픈 딸을 쉽게 맡길 수도 없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년간 보호찰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된 점, 김씨의 부모가 혼자 남은 손녀를 부양하기엔 어려움이 커 보인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가까스로 돈을 마련한 뒤 피해 마트들 대부분과 합의한 점 나이, 환경,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도 참작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절도범죄와 관련해 ‘생계형 범죄’ 및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 등을 특별양형인자로서 감경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검사가 상고하지 않으면서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