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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딸이 한명있는 만두집 아줌마입니다.
남편은 아이가 어렸을적 바람나서 나가고 혼자 아이를 키우느라 고생을 좀 했네요.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혼자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잘보냈으니 이정도면 엄마로서 합격이겠죠?

저희 딸은 고등학생인데 그리 친구가 많지는 않아요.
그 중 저희 만두집에 자주 데려오는 민희라는 친구가 참 싹싹하니 예뻤습니다.
민희네 집은 동네에서 제일 가는 부잣집이었는데 어느날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하시는 바람에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그 어린것이 혼자 눈물 삼키는걸 보니 참 안쓰럽더라구요.
회사와 집도 다 빼앗기고 오갈데 없는 처지라고 하길래 무심코 저희집으로 오라고 얘기해버렸네요.
저희집이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미성년자인 아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죠.
민희는 쭈뼛거리며 너무 죄송하고 민폐끼치는 것 같다고 했지만 이제부터 우리 딸이라고 생각하고 키울터이니 괜찮다고 다독였습니다.

제 친딸인 은지도 너무 좋아했구요. 그렇게 셋이서 너무 즐겁고 행복하게 살았어요.
워낙 밝은 아이들이라 웃음이 끊이질 않았네요.
1년정도 셋이 지냈는데 민희가 미국에 있던 고모와 연락이 닿게 되었다며, 그동안 너무 감사했고 더이상은 민폐끼치기 싫다 라는 편지와 함께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잘있는지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제 통장이 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은행에 가보니 이미 돈이 다 출금되었다는 말뿐…
딸은 민희가 가져간 것이 아니냐며 화를 냈죠.
민희와는 연락할 방법도 없고…결국 그냥 막내딸 한명 시집 보냈다 치고 살자 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렇게 10년이 지났어요.
저는 할줄아는게 만두뿐이니 계속 만두집에서 일을 하며 한푼 두푼 모았습니다. 저희 어여쁜 딸 뒷바라지 해줘야지요.

그런데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고, 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게 무슨일인가…싶어 정신이 혼미했죠.
그렇게 딸은 보내고 서랍에서 찾은 편지 하나.

“엄마. 나 은지야.
많이 놀랐지. 미안해 엄마.
엄마는 아직까지 나를 착한 딸, 예쁜 딸로 생각하고 있을텐데…
엄마…나 사실 고등학교떄부터 인터넷 도박을 하고 있었어.
우리집이 가난한게 너무 싫어서..
돈이 벌린다기에 재미삼아 해본 거였는데
그만 빚을 지고 말았어.
사실 예전에 고등학교때 말야.. 엄마 통장에 있던 돈 훔쳐간 사람. 나였어..
전날 민희가 나한테만 미국에 간다고 말했고…
그래서 그만 민희한테 뒤집어 씌우면 되겠다는 생각을 해버렸어.
민희 미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나 정말 나쁜 딸이지?
이런 나쁜 딸 빨리 잊고 엄마는 엄마 인생 살아.
미안해 엄마. 먼저 가버려서..
빚이 너무 불어나서 더이상은 너무..너무 힘들어 엄마
미안해…”

서울 올라가 잘 살고있는 줄만 알았던 우리 딸이 혼자 이렇게 힘들어 하고 있었다니…
저는 정말 엄마 자격이 없습니다.
하루하루 버텼지만 너무나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었어요.
딸을 위해 살았는데 이제는 뭐를 해야할지도 몰랐죠.
딸을 따라가고 싶은 생각만 가득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제 막내딸 민희가 제앞에 나타났어요.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며…
자기가 조금만 더 빨리 왔으면 은지가 그렇게 가버리진 않았을 거라고 하면서요.

그리고는 은지를 대신할 순 없겠지만 이제부터 저에게 딸처럼 효도 해드리고 싶다고 했어요.
미국에서 정말 힘들었지만 그 1년의 행복한 기억으로 버틸수 있었다고 했죠.
덕분에 자신은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고 저에게는 선물을 하나 준비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어디론가 데려갔어요.

민희를 따라간 그곳엔 ‘은지네 만두가게’라고 적힌 가게가 있었습니다.
제 가게라고 하더군요. 세상 살다보니 별일이 다있네요.
아직까지도 제 가슴속엔 은지를 묻어두었어요.
하지만 제 막내딸 민희와 힘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